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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추모공원 내 대전교도소 무연고묘역. 10기가 조성돼 있는데 '교도소'라고 새긴 표지가 없다면 묘지인지 조차확인하기 어렵다.
 대전추모공원 내 대전교도소 무연고묘역. 10기가 조성돼 있는데 '교도소'라고 새긴 표지가 없다면 묘지인지 조차확인하기 어렵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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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도소에서 복역 도중 사망한 무연고자들이 묻혀 있는 묘역이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 실태 파악과 무연고 사망자 추모 등을 위해 묘역 위치 등의 정보를 요구하자 대전교도소 측은 "묘의 위치가 공개될 경우 묘가 훼손되거나 지역민원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비공개했다.     

지난 22일, 대전교도소 수감 도중 사망한 무연고(친인척 등 연고나 연고자가 없는) 수형인들이 묻혀 있는 묘역을 찾았다. 묘역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러 단계를 거쳐 대전추모공원 내에 대전교도소 수형인 중 무연고자가 안장된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다행히 대전추모공원 관리사무소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대전추모공원 내 산등성을 넘고 잡목을 헤치고 들어가 어렵게 묘역을 찾았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직원들의 안내가 없었다면 혼자서는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

교도소 무연고자 묘지가 맞는지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다. 봉분 대부분이 유실돼서다. 경사가 있는 데다 오랜 기간 정비를 하지 않은 때문으로 짐작됐다.

가늠하기 어려운 무연고자 묘역
     
일부 봉분이 남아 있는 묘지의 경우에도 볕이 들지 않아 이끼가 거북이 등딱지처럼 두껍게 덮여 있다. 그나마 작은 콘크리트 표식으로 대전교도소 무연고자 묘역임을 알 수 있었다. 표식마저 없었다면 묘지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워 보였다. 표식이 있는 묘는 모두 10기로, 묘지 앞 콘크리트 말뚝에 '법무부' 또는 '교도소'라고 음각했다.  

이 중 1기는 아무런 표식 없이 한자로 네 자리 숫자만 쓰여있다. 사망 당시 수인번호로 추정된다. 때문인지 관리사무소 내에 유일하게 이름이 남아 있었다. 나머지 9기는 표식에 안장 순서로 보이는 숫자만 새겨 있을 뿐 묘적부 등 안장자 정보가 전혀 없다. 비문 없이 표식에 세웠는데 고인이 이름이 아닌 수인 번호와 숫자만 새긴 때문이었다. 

안장 순서도 순차적이지 않았다. 1번 표식이 있는 무덤 양옆에 2번이나 3번이 아닌 5번과 7번 표식이 박혀 있었다. 게다가 일부 표식은 숫자마저 콘크리트가 깨지거나 부식되면서 숫자를 판독하기 어려웠다. 묘지 번호 역할을 하는 숫자 판독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장된 사람이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할까를 걱정하게 했다.   

대전추모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교도소 수감 중 사망한 무연고인들이 이곳에 묻혔다는 얘기만 전해온다"며 "묘적부 등이 없어 누구의 묘인지, 언제 안장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대전교도소 측 관계자들이 다녀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봉분이 유실됐거나 남아 있더라도 볕이 들지 않아 이끼가 거북이 등딱지처럼 두껍게 덮여 있다. 교도소 무연고 묘지임을 알리는 콘크리트 표식이 없다면 묘지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대부분 봉분이 유실됐거나 남아 있더라도 볕이 들지 않아 이끼가 거북이 등딱지처럼 두껍게 덮여 있다. 교도소 무연고 묘지임을 알리는 콘크리트 표식이 없다면 묘지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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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워낙 외지고 경사진 곳에 있어 묘지정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며 "하지만 무연고 수감자 묘지 정비의 경우 대전교도소 측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대전추모공원에는 무연고 합장묘가 있다. 애초  대전시 동구 홍도동 공설묘지에 있던 연고가 없는 묘지 1만 850기를 1968년 대전추모공원 납골당에 안치했다. 그러다 1980년 다시 양지바른 곳을 택해 이곳 무연묘 묘역에 합장했다.

때문에 대전교도소 무연고 묘지에 대해서도 납골당으로 옮기거나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무연고자로 살다 무연고자로 묻혔는데 묘지마저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묘역 전체 정비 예정, 조성 위치는 비공개"

대전교도소 측에 수감 도중 사망한 무연고 묘지에 대한 관리 현황과 이후 계획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해 보았다.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대전교도소 측은 답변서를 통해 "대전교도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무연고 묘역은 2곳"이라며 "하지만 묘의 구체적인 위치를 공개할 경우 묘지 관리 등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어 알려드리지 못한다"고 회신했다.

대전교도소 측은 전화통화를 통해서도 "묘의 위치가 공개될 경우 묘가 훼손되거나 지역 민원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부연했다. 주민들이 무연고 묘지임을 알 경우 훼손하거나 이장을 요구하는 등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이미 묘역 2곳 중 한 곳을 찾아 돌아보았는데 관리 실태가 엉망이라고 지적하자, 대전교도소 측은 "대전추모공원 측이 묘역 전체에 대한 정비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대전추모공원 내 무연고 묘지에 안장된 사람이 누구인지, 또 다른 무연고 묘역은 어디에 조성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모두 비공개한 셈이다.    

대전교도소가 2019년 발행한 <대전교도소사>를 보면 일부 묘지에 대한 기록이 있다. 1950년 당시 교도소 측이 대전시에 보낸 공문 자료에는 '대전형무소에서 사용하는 묘지(대전시 목동 산 28번지)를 조사해 관리인과 타협해 계속 사용하기로 했으니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근거로 보면 당시 대전교도소가 있던 목동 인근 야산 사유지에 무연고자 등을 안장해오다 이후 대전추모공원이 조성(1968년 3월 23일)되면서 이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대전추모공원이 조성된 1968년 3월 23일 이후 사망한 무연고 수형인이 일정 기간 동안 이곳에 안장됐을 수도 있다. 형무소에서 교도소로 명칭이 변경된 때는 1961년이다.
 
같은 대전추모공원 내 무연고묘역. 대전시 동구 홍도동 공설묘지에 있던 연고가 없는 묘지 1만 850기를 1968년 대전추모공원 납골당에 안치했다. 그러다 1980년 다시 양지바른 곳을 택해 이곳 무연묘 묘역에 합장했다.
 같은 대전추모공원 내 무연고묘역. 대전시 동구 홍도동 공설묘지에 있던 연고가 없는 묘지 1만 850기를 1968년 대전추모공원 납골당에 안치했다. 그러다 1980년 다시 양지바른 곳을 택해 이곳 무연묘 묘역에 합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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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전교도소, #무연고자묘역, #대전추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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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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