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28 11:56최종 업데이트 23.02.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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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올봄은 예년보다 따뜻해 벚꽃의 개화도 평년 대비 1주일 정도 빠른 3월 20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3년 만의 거리두기 없는 봄꽃 구경에 많은 상춘객이 고속도로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행락철만 되면 고속도로 휴게소는 쓰레기 전쟁으로 몸살이 나는데요. 오늘은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난해 11월 남해고속도로 한 휴게소에서 쓰레기를 대량으로 버린 청년들이 있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영상에는 승용차에서 내린 3명의 청년들이 트렁크에 가득 실은 쓰레기를 휴게소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를 본 많은 국민은 "저거 버리려고 휴게소 왔나 보다"부터 "외부 쓰레기 반입 금지라고 쓰여 있는데도 버린다"라며 쓰레기를 버린 청년들을 비난하였습니다. 더구나 해당 휴게소 쓰레기통에는 '외부 쓰레기 반입 시 신고 및 과태료 100만 원'이라는 현수막까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해당 신고 번호인 128번으로 사건을 신고하자 담당 군청에서는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렸으므로 폐기물관리법 위반행위(불법투기)로 볼 수 없다"라고 답변한 것입니다.

논란이 되자 뒤늦게 환경부는 "불법 투기가 맞다"고 결론을 냈지만 많은 국민은 해당 군청의 황당한 일 처리에 분노하며 "앞으로 군청에 쓰레기 버리러 가야겠다"부터 시작해서 "왜 이렇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불법 쓰레기 투기가 많은가?"에 대해 본인의 목격담을 공유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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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쓰레기의 70%는 외부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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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쓰레기 반입금지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볼 수 있는 외부쓰레기 반입금지 경고문 ⓒ K-휴게소

 
해마다 명절과 휴가철 그리고 벚꽃 시즌과 같은 행락철이 되면 고속도로는 수많은 차와 사람으로 혼잡해지는데요. 이 과정에서 불법으로 버려지는 쓰레기양이 어마어마합니다.

2022년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명절 기간 고속도로에 버려진 불법 쓰레기는 일평균 50톤이며 명절 기간이 아닌 평일의 경우 20톤이라고 합니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대략 8천 톤 정도 되는대요. 물론 여기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려진 쓰레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처리하는 쓰레기양을 파악한 자료는 없는대요. 제가 남해고속도로에 있는 한 휴게소의 쓰레기 처리량을 바탕으로 추정해 보았습니다.

2022년 해당 휴게소의 연 매출은 140억 원이었고 1년간 처리한 일반 쓰레기양은 250톤이었습니다. ​휴게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방문 고객의 수와 비례하므로 휴게소 매출 1억당 일반 쓰레기는 약 1.8톤 정도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이 중 휴게소 영업으로 발생한 쓰레기는 30%에 불과했고 나머지 70%는 외부에서 반입된, 소위 말하는 불법 투기된 쓰레기였습니다.

한편, 2022년 도공이 관리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207곳으로 총매출은 1조 3658억(부가세 포함)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매출을 기준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추정하면 2022년 고속도로 휴게소가 처리한 쓰레기는 약 2만 5천 톤 정도가 됩니다. 이 중 외부에서 반입된 쓰레기 비율 70%를 적용하면 최대 1만 7천 톤의 불법 쓰레기가 휴게소에 버려진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도공이 고속도로 주변, 졸음쉼터 등에서 수거한 8천 톤을 합치면 최대 2만 5천 톤의 불법 쓰레기가 고속도로와 휴게소 등지에 버려진다는 계산입니다. 물론 추정치입니다만 오차를 감안해서 줄여도 약 2만 톤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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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쓰레기 처리 비용은 누가?

그렇다면 이 많은 쓰레기는 누가 치울까요? 도공이 수거한 쓰레기는 도공의 비용으로 처리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는 어떨까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도공이 직접 운영하는 휴게소는 3곳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 중인데요. 도공은 휴게소의 건축 및 시설에 관해서만 비용을 부담할 뿐 운영 및 유지·관리 비용은 전혀 지원하지 않습니다. 즉, 쓰레기는 영업의 결과 발생한 것이든, 외부에서 가져온 것이든 휴게소의 부담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는 도공이 직영하는 휴게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점 업체가 처리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일반 쓰레기 처리 비용은 톤당 25만~30만 원 정도입니다. 고속도로가 도심지와 멀다 보니 운반비가 더 들고 지방에는 폐기물 수거업체가 사실상 독점이라 달라는 대로 줘야 하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고속도로 휴게소가 해마다 쓰레기 처리로 지불하는 비용은 약 70억 원 정도이며 이 중 외부에서 유입된 불법 투기 쓰레기 처리에 약 45억 원 정도 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보면 그렇게 큰돈은 아닌데요. 하지만 다른 비용이 또 있습니다. 바로 인건비입니다.

휴게소 주차장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는 수거한 다음 재활용 가능한 것과 매립할 쓰레기로 분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략 50톤당 1명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청소 노동자에게 최저시급을 지급한다 쳐도 270만 원은 지급해야 하므로 쓰레기 1만 7천 톤을 처리하기 위해 매년 10억 원의 인건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불법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약 55억 원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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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쓰레기가 따로 있나

누군가 우리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무척 화가 날 것입니다. 만약 집이 아니라 가게면 어떨까요? 영업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해서 손님이 들고 온 쓰레기는 가게 주인이 처리해야 할까요?

올해 초 어느 국도 주유소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 운전자가 귀경길에 들른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동안 아이가 가져온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그러자 주유소 직원이 "쓰레기는 집에 버려야지"라면서 아이를 막았다며 그 운전자가 섭섭한 소감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입니다.

이에 대해 많은 누리꾼은 "주유소에서 나온 영수증, 비닐장갑은 버릴 수 있지만 개인 쓰레기는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대해 작성자는 "꼰대가 될 뻔했는데 오늘 하나 배워간다"고 댓글을 남기고 물러섰습니다.

이런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곳이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입니다. 지난 설 연휴 기간 정부가 쓰레기 불법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에는 불법 쓰레기를 예방하기 위해 휴게소 등에 간이 수거함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2023년 설 명절 생활폐기물 관리대책 : 환경부).

분리수거만 잘 하면 가져온 쓰레기를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릴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그런데 도공은 다르게 대처합니다.
 

경고문 졸음쉼터도 불법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결국 도로공사도 외부쓰레기 반입금지 경고문을 내걸었다. ⓒ K-휴게소

 
어느 고속도로 졸음쉼터에 걸린 경고문을 보면 이 곳은 쓰레기 무단 투기의 장소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무단 투기란 "사전에 허락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렇게나 물건 등을 버리는 행위"라고 정의되어 있기에 여기에 버리는 대부분의 쓰레기가 해당할 텐데 이 경우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 게시물이 도공 이름으로 설치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졸음쉼터든, 고속도로 휴게소든, 갓길이든, 휴게소에서 구매한 상품이 아닌 외부에서 가져온 쓰레기는 모두 불법 투기인 셈입니다.

결국 고속도로와 휴게소에 버려진 외부 쓰레기는 불법 투기가 맞고 많은 국민이 법을 어긴 셈이 됩니다. 아마도 매년 수만 명이 될 텐데요. 그렇다면 왜 실제 처벌하는 경우는 없는 것일까요? 혹시 공기업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까요?

환경부와 도공의 불법 쓰레기에 대한 방침이 다르고 실제 적발해서 처벌하는 경우도 없으니 고속도로 휴게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규제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기만 합니다.

휴게소에 불법투기가 집중되는 이유

유독 고속도로 휴게소에 불법 쓰레기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폐쇄형 유료 도로 시스템이라 도로를 이용할 때 쓰레기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집에 가지고 가라지만 사실 쉽지 않죠. 

한편으로는 쓰레기 봉투 값을 아낄 수 있고, 가져온 쓰레기의 상태와 크기를 따질 필요 없이 휴게소에 버리기만 하면 대신 치워주므로 더할 나위 없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처럼 처치 곤란한 것부터 낡은 가구, 고장 난 전자제품, 자동차 부속품, 오염된 기름, 나아가 애완동물 사체까지 휴게소에 버리는 실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휴게소 직원이 이를 막기도 곤란합니다. 우선 쓰레기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면 휴게소 주변 녹지나 배수로, 졸음쉼터처럼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마구 버려 오히려 쓰레기를 찾는 고생까지 더하게 됩니다.
 

휴게소 녹지대에 버려진 쓰레기 쓰레기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면 나타나는 역효과이다. ⓒ K-휴게소

 

게다가 불법 쓰레기 투기를 막는 과정에서 다툼이라도 발생하면 도공에 민원을 넣어 휴게소의 불친절을 신고하기도 합니다. 민원 발생 시 고속도로 휴게소는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가급적 피하려고 합니다.

휴게소를 더욱 힘들게 하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파파라치 또는 언론사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인데요. 꼭 명절 전이면 찾아와 휴게소 쓰레기통과 재활용 창고를 뒤져 사진을 찍습니다. 이들이 찍은 사진은 바로 고객이 휴지통에 버린 음식물과 같은 불법 쓰레기입니다. 휴게소 직원이 버린 것도 아니지만 발생 장소가 휴게소라는 이유만으로 과태료 등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부정적인 언론 보도라도 나오면 휴게소는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휴게소장은 어떻게든 사정해야 하고 결국 본인 월급에서 떡값을 상납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공공 서비스는 도공의 의무

일본의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의 공공시설 관리는 공기업이 부담하고 휴게소 운영사는 영업과 서비스에만 집중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계약서에도 없는 각종 비용을 은근슬쩍 휴게소 운영사에 떠넘기지 않습니다. 민간기업이 휴게소를 운영하는 이유는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 경쟁을 통한 이윤 추구이고 공기업의 존재 이유는 공공서비스 제공을 통한 국민의 안녕과 행복 추구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타당해 보입니다.

여태껏 도공이 휴게소에 각종 공공서비스 의무를 떠넘긴 결과 형편없는 음식과 가격 불만을 초래해 전 국민의 지탄이 된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 입장에서도 휴게소에서 이용하는 각종 공공서비스(화장실, 주차장, 쓰레기 등)는 세금 또는 본인이 납부한 통행료에서 제공된다고 생각합니다(통행료는 휴게소와 무관한데도). 그래서 휴게소와 같은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대해 그다지 법을 어겼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합니다.

휴게소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경고판만 설치하고 실제로는 아무 관리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도공이 나서 법이 정한 대로 규격 외 쓰레기는 합당한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쓰레기를 회수해야 합니다. 이런 업무를 식당, 편의점을 운영하는 민간기업에 부담시키는 것은 잘못입니다. 도공이 직접 청소하기 곤란하다면 쓰레기 처리량에 근거해 정당하게 관련 비용을 휴게소에 지불하면 될 일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불법 쓰레기 투기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국민의 공중도덕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이를 책임져야 할 공기업인 도공의 책임이 큽니다. 더 이상 국민을 범법자로 내모는 엄포나 각종 궂은일을 보상도 없이 휴게소에 떠넘기지 말고 직접 나서야 합니다. 공기업의 공정과 정의 그리고 민간 운영사와 상생 협력을 위해서도 이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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