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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과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징용 피해자를 지원해온 민족문제연구소와 법률대리인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사진 왼쪽부터)과 강제동원 소송 법률대리인 임재성, 김세은 변호사.
 일본제철과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징용 피해자를 지원해온 민족문제연구소와 법률대리인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사진 왼쪽부터)과 강제동원 소송 법률대리인 임재성, 김세은 변호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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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469조 1항.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으나, 당사자의 의사 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할 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같은 조 2항,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률 대리인이 일본 전범 기업 대신 우리나라 기업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금을 '제3자 변제'하도록 한 6일 정부안을 향해 민법 조항을 꺼내 반박했다. 가해 기업으로부터 판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 즉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제3자 변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일본제철 및 미쓰비시 소송 원고 대리인인 김세은, 임재성 변호사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안을 "일본의 사과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그 어떤 재정적 부담도 없는 굴욕적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안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을 위한 '일본 전범 기업' 대상 배상금 집행 절차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소송 결과에 따른 일본 피고 기업 국내 자산 추심 절차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반대로 정부안에 동의하는 피해자들에 대해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과 협의, 채권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다만 대리인단은 정부 측이 정부안이 나오기 전 피해자들을 개별 접촉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채권 소멸 문서에 서명 날인 하는 과정에서도 대리인을 배제하고 일방 절차를 진행한다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으므로, 외교부와 재단은 대리인과 협의해 채권 소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교부 측에서 밝힌 정부안의 의의와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반박을 제기했다.
 
▲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 사법적 책임 면책시켜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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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은 채무 없다는데... 어떻게 제3자 변제?"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판결금 '제3자변제'가 당사자들이 현재 진행 중인 집행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세은 변호사는 "재단은 (가해기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인데, (또 다른 당사자인)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 변제할 수 없다. 일본기업이 채무자인데, 일본 기업은 (자신들이) 채권 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공탁도 유효하지 않다. 판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무엇보다, 한국정부가 강제동원 피해를 바라보는 인식을 '돈'에 국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강제동원 배상은) 중대한 인권 침해를 받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다. 위자료란 누군가 돈으로 해결 될 수 없는 피해를 받을 때, 그나마 회복을 위해 돈으로나마 위로를 한다는 의미다"라면서 "이 문제를 단순히 떼인 돈 받는 채무 관계처럼 생각하고, 누구나 돈을 줘도 상관없는 채권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임 변호사는 정부안에 반대하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강조했다. 그는 "채권은 도망가지 않는다. 자녀에게도 상속되며, 10년마다 소멸 시효 극복을 위한 간단한 소송만 하면 계속 유지될 수 있다"면서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이 없어지지 않는 한, 여러 분이 가진 법률적 권리가 얼마나 단단하고 오래가는 권리인지 설명 드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많은 유족 분 이해" - 피해자 측 "긍정, 절반 이하"
 
일본제철과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징용 피해자를 지원해온 민족문제연구소와 법률대리인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일본의 사과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그 어떤 재정적 부담도 없는 굴욕적 해법이다"고 비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사진 왼쪽부터)과 강제동원 소송 법률대리인 임재성, 김세은 변호사.
 일본제철과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징용 피해자를 지원해온 민족문제연구소와 법률대리인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일본의 사과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그 어떤 재정적 부담도 없는 굴욕적 해법이다"고 비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사진 왼쪽부터)과 강제동원 소송 법률대리인 임재성, 김세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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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장관 등 정부 측이 이날 도출된 정부안에 다수의 당사자들이 "이해를 표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반박을 내놨다. 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당수 유족 분들은 이 문제가 조속히 종결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말한 바 있다.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상당수를 만나서) 한국 정부가 이야기한 것은 이런 노력을 해왔고, 어려운 상황이고, 앞으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받도록 노력하겠다, 안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확정 되면 다시 설명하겠다는 것으로, 두루뭉술한 설명자리라고 생각했다"면서 "(정부안에) 긍정 의사를 확인한 분은 절반 이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임 변호사는 피해 생존자인 3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언급하며 "이분들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피해자들 다수가 고령인 점을 들어 "조속한 종결"을 언급하고 있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일본 측의 사죄와 가해기업의 반성 없는 돈을 받니 마니 하는 상황도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받을지 말지) 선택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라면서 "생존자 세 분은 '그런 돈 못 받는다'고 계속 반대하고 계신다. (받으라고 하는 측과)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고, 이는 문제를 원만하게 하는 게 아니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컵 절반 찼다"는 박진... "반대하는 피해자들은 무시하고 간다는 건가"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23년 3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를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23년 3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를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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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컵에 비유하면 물 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을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 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박진 장관이 브리핑 자리에서 '반쪽짜리 해법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지적을 반박하며 한 말이다. 정부안 결과만 놓고 보면,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은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미래청년기금'에 닿아 있다.

피해자 대리인단은 이를 '꼼수'라고 평가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강제동원과 (미래청년기금이) 무슨 관련이 있나. 일말의 미래라도 가지려면, 강제동원 피해자 3, 4세들에 대한 장학금이든 기금이든... 그런데 아무 것도 아니지 않나"라면서 "(청년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상 이 문제를 어떻게 양국이 함께 기억할지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환 실장은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이 강제동원 배상금을 (공동기금으로)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상처를 주는 일"이라면서 "안 하느니만 못한 기금으로, 굳이 강제동원과 (공동기금을) 결부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또한 "(박 장관이) 물이 절반 찼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반대 하는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간다는 것 같다"면서 "(추심이 남아 있는) 대법원 절차 실행을 결코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는 오는 7일 오후 1시 국회 본청계단에서 진행되는 '강제동원 강행규탄 비상시국선언'에 참여, 직접 이번 정부안에 대한 입장을 호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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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제동원, #윤석열, #굴욕외교, #일본, #일제강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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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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