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연일 화제다. 믿음으로 포장된 사이비 종교의 범죄를 다룬 이 다큐멘터리는 4명의 사이비 교주를 고발하는데 그 중, JMS의 '정명석'에 대한 에피소드가 논란이다. 자신을 재림 예수라 칭하며 여성 신도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정명석'에 대한 이야기는 사이비 종교의 어두운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자극적인 연출과 범죄 사실에 대한 지나친 서술, '팩트'라는 이유로 뭐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나는 신이다>의 고발 방식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하게 한다. 고발에 치우쳐 '피해자 보호'라는 언론의 임무를 잊은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은 '언어'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 NETFLIX

 
<나는 신이다>는 오프닝부터 증언 장면까지 피해자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전시한다. 옷이 벗겨진 채 서 있는 여성을 향해 환한 문이 열리는 식으로 연출된 오프닝 장면은 가해자의 악행이 아닌 피해자의 '몸'에 초점을 둔다.

증언 장면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언어로 이뤄지지 않는다. 성폭행, 성 학대처럼 정립된 범죄 용어가 아닌 노골적인 언어('당했다', '손가락을 넣었다')로 표현되며 피해자의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보X')도 편집 없이 등장한다.  

또한 증언 장면에는 피해자가 겪은 사실을 적나라하게 재연하는 장면이 함께한다. '정명석'이 자신의 몸을 함부로 만졌다는 피해자의 증언은 소리로만 등장하고 화면에는 남성 배우가 여성 배우의 허벅지를 쓰다듬거나 옷 속으로 손을 넣는 장면이 나온다. 여러 여성과 집단으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증언에는 나체의 여성 배우들이 등장해 집단 성교를 재연한다.

여성 배우가 일그러진 표정을 짓거나 비명을 지르는 연출은 피해자의 증언마다 등장한다. 노골적인 재연은 성범죄가 아닌 폭행 증언에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를 쇠 파이프로 가격하자 그 주변에 피가 튀기는 식의 재연 장면은 JMS에 의해 폭행당한 피해자의 증언과 함께 나온다. 어렵게 꺼낸 누군가의 기억을 자극적으로 재연하는 연출에는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어지는 고발 장면에도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정명석'을 위해 여성 신도들이 비키니를 입거나 나체로 찍은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등장하고 에피소드마다 불필요하게 반복된다. 가해자의 악행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임에도 '정명석'에 대한 이야기보다 피해자의 대상화된 몸이 더 많이 등장한다.
 
사실을 제대로 밝히는 법
 
 넷플릭스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 포스터

넷플릭스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 포스터 ⓒ NEFLIX

 
<나는 신이다: 정명석 편>의 소재가 '그루밍 성범죄'인 만큼 피해 사실을 적나라하게 밝힐 수밖에 없으며 연출이 어느 정도는 자극적이어야 대중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을 사실로서 밝히되, 피해자가 영상 속에 전시되지 않도록 연출한 작품 또한 존재한다. 

넷플릭스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는 FLDS 종교 지도자 '워런 제프스'의 범죄 사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나는 신이다>처럼 '종교'와 '성범죄'를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섬세한 연출로 피해자의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로서 들려준다.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는 피해자의 증언을 들려주지만, 결코 증언을 바탕으로 재연 영상을 만들지 않는다. 성범죄나 성 학대 등을 겪는 피해자의 모습이 연상되는 연출은 없으며 오직 가해자의 사진만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또한 성범죄 피해 경험을 상세히 설명하기보다 어떠한 '행위'가 있었다며 우회적으로 언급하고 피해자가 이를 밝혀내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용기를 내어 자신의 경험을 밝히고 상처를 회복하고 있는 '사람'임을 일깨워준다.

똑같이 '그루밍 성범죄'를 주제로 한 넷플릭스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는 상세한 성적 묘사없이 피해 사실을 밝힐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체조계에서 그루밍 성범죄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 허점과 제도의 모순까지 짚어낸다.
 
제작의도 존중하지만... 
 
 넷플릭스 <우리는 신이다> 화면 갈무리

넷플릭스 <우리는 신이다> 화면 갈무리 ⓒ NETFLIX

 
<나는 신이다> 속 일부 피해자들은 얼굴, 직업, 나이 등 개인 정보까지 그대로 노출하며 범죄를 폭로했다. 그들은 "그런 피해자가 안 나오게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나는 신이다> 연출자인 조성현 PD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실제의)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위로 줄였고, 피해자들도 모든 걸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물론 뒤로 숨지 않고 당당하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한 피해자들의 용기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또한 <나는 신이다> 제작진의 제작 의도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후속조치가 시급하다. 피해자들의 신상이 드러난 만큼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적나라하게 범죄가 묘사된 만큼, 그들의 상처가 과장되게 받아들여지거나 함부로 재단되지 않도록 2차 가해에 대한 예방이 필요하다.

<나는 신이다>가 팩트를 '팩트'로서 다루되, 피해자를 전시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다신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는 그들의 용기가 '자극적인 연출'에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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