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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경찰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회에 안정과 안전을 가져다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자신의 안전과 건강은 지키지 못하고 있다. 업무 자체가 위험한 경찰들에게, 장기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초과 근무가 일반화되고 근무 조건도 악화되었다.

대만 통계에 따르면 경찰의 평균 수명은 62세로 대만인 평균 수명인 80.86세보다 훨씬 낮다. 또 다른 경찰청 내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현직 경찰관 62명이 자살했다.
 
강인함으로 상징되는 경찰들에게도 과로는 위험 요소다.
 강인함으로 상징되는 경찰들에게도 과로는 위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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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화된 초과 근무 시간, 헌법이 보장한 건강권마저 침해

대만 '경찰복무규정' 제15조는 "복무요원의 1일 근무시간은 8시간을 원칙으로 하며, 필요시 사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정한 원칙은 현실에서는 '예외'가 된다.

2016년 대만 경찰근로권익증진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일선 경찰은 월 평균 80시간 이상의 야근을 했으며,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쪼개기 문제도 있었다. 들쑥날쑥한 교대 근무로 인해 경찰은 하루 3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한 뒤 다시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만 공무원법규에는 1주일에 2일의 휴무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업무 성격이 특수한 기관은 순환휴무 등 탄력적인 방식을 취할 수 있다. 경찰의 일반적인 교대제는 '대교대'와 '2교대'다. 대교대란 일일 근무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근무시간이 다른 여러 기간으로 나뉘며 (지점마다 분할 방식이 다름), 주기는 "5일 근무 2일 휴무", "3일 근무 1일 휴무", "12일 근무, 4일 휴무" 등으로 각각 다르다.

2교대제는 연속 근무 10시간 또는 12시간으로, 교대 근무 일정은 1주 또는 2주에 한번 변경된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파편화된 근무시간으로 경찰관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휴식시간을 방해받는 경우가 많다.

2019년 11월 29일, 대만 대법관 해석 785호가 나오면서 오랜 기간 지속된 불합리한 경찰 교대근무제를 뒤집을 기회가 왔다. 공직자의 교대근무와 순환휴무 제도 시행에 있어 법무부가 합당한 근로시간 상한, 근무 및 휴가 주기, 근무일 중 최소연속휴식시간 등을 규정하지 않은 점은 헌법 상 건강권 요구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기관에 3년 이내에 필요하고 합리적인 기본 규범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그 후 2년 이상 진행된 각계의 논의 끝에 2023년 1월 1일부터 대만에서 새로운 경찰 근무 제도가 시행되었다. '경찰기관 교대근무제 근무인원 휴식 시행요점'에서 1일 8시간 근무, 초과근무는 1일 2시간을 원칙으로 하며 4시간 예외 허용, 초과근무는 월 8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연속휴식시간은 11시간을 두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새 제도 역시 뒷문을 열어두었다. 정/부팀장, 범죄수사, 당직, 산악청 등 특수인원의 경우 1일 16시간, 3개월 2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였는데, 이는 초과근무시간이 월 80시간을 넘길 수 있고, 3개월 뒤에 다시 240시간을 초과해도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경찰에게 허용된 법정 초과근무시간이 여전히 과로사 인정 근로시간 기준을 초과해 합법적으로 경찰을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인력부족은 경찰 과로 문제의 핵심 원인

경찰이 장시간 근무하는 것은 인력 부족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대만의 전국 경찰인원은 약 7만5000명으로, 대만 전체 인구 2351만 명을 기준으로 치면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314명이다. 경찰청에서 예시로 든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해 대만의 경찰 대 민간인 비율은 독일(249)보다 많고 미국(471), 일본(481), 한국(421) 및 싱가포르(404)에 비해 적다.

경찰청 계획에 따르면 대만 직할시 경찰 대 민간인 비율은 350이 되어야 하는데 357로 기준에 가까운 타이베이시를 제외하면, 나머지 5개 도시는 모두 400이 넘는다. 외국의 도시와 비교하면 런던 259, 베를린 166, 뉴욕 166으로 대만의 비율은 놀라우리만치 높다.

인력 충원과 장비 제공, 정신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외에도 노동조합 조직 등 노동권 보장 역시 필요하다. 경찰의 노조 결성을 제한하는 규정을 변경해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및 호주처럼 허용할 필요가 있다. 단체의 역량을 결집하여 경찰의 권리 쟁취에 협력한다면 경찰의 공무 집행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더 안전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대만 노동안전보건단체 OSHLink에서 일하는 황이링 님이 작성하였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팀 장향미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3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대만_경찰_과로, #경찰_과로_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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