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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새벽, 부산 연제구 온천천에 사는 성체 두꺼비들이 대거 로드킬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온천천 두꺼비의 이동은 대도시 도심하천과 양서류가 공존하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23일 새벽, 부산 연제구 온천천에 사는 성체 두꺼비들이 대거 로드킬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온천천 두꺼비의 이동은 대도시 도심하천과 양서류가 공존하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 온천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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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천천 성체 두꺼비들이 대거 로드킬(동물찻길사고)을 당했다. 이달 초 생태연못에 알을 낳은 두꺼비가 도롯가로 진출해 어디론가 이동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온천천에서 해마다 대이동을 하는 새끼들이 아닌 다 자란 두꺼비의 떼죽음은 드문 사건이다.

봄비가 내린 23일 새벽, 부산 연제구 온천천에서 반대편 2차선 도로를 넘으려던 두꺼비 14마리가 차에 치여 죽는 상황이 벌어졌다. 두꺼비의 흔적을 확인한 임진영 생명그물 사무국장은 "작은 연못 쪽 도로에서 2마리, 큰 연못 쪽에서 12마리 등 14마리가 로드킬로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개체 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도시 하천과 공존하는 두꺼비 숫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공사판 상황에도 부산 온천천 두꺼비들은 어김없이 연못을 찾아 수만여 개의 알을 낳았다. 오염이 심각했던 작은 연못에서 큰 연못으로 이달 초 산란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견된 두꺼비만 35마리.

도심 한복판에서 이 정도 규모의 성체 두꺼비를 확인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로드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중 상당수가 살아남지 못한 셈이다. 두꺼비들은 화단 등에 숨어 지내다 비가 오자 인근 도로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임 사무국장은 "안타깝다"라며 혀를 찼다.
 
23일 새벽, 모습을 드러낸 부산 온천천 도롱뇽. 환경단체는 멸종위기종 2급인 고리도롱뇽으로 추정한다. 도롱뇽이 온천천에 나타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23일 새벽, 모습을 드러낸 부산 온천천 도롱뇽. 환경단체는 멸종위기종 2급인 고리도롱뇽으로 추정한다. 도롱뇽이 온천천에 나타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 온천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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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로드킬 현장에선 희비가 엇갈리는 다른 소식도 전해졌다. 같은 양서류인 도롱뇽이 온천천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환경단체는 검은색을 띠고 있는 해당 개체를 멸종위기종 2급인 고리도롱뇽으로 추정했다.

기장 고리원전 인근에서 발견돼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부산지역 주변에만 분포하는 기후변화 지표종이자 고유종이다. 서식지 파괴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2018년 고리도롱뇽을 보호대상으로 등재했다. 2020년 열린 부산 생물다양성 포럼은 부산 여러 곳의 도롱뇽의 유전자를 확보해 검사를 해보니 모두 고리도롱뇽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최대현 부산환경회의 공동대표는 온천천의 생태 건강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알을 봤는데, 이번엔 10cm 정도의 고리도롱뇽을 찾아냈다. 이들을 지켜낼 제대로 된 조처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양서류와 공생해야 한다는 지적에 부산시 연제구는 이달부터 두꺼비 서식지 생태환경 조사용역에 착수했다. 이날 상황에 대해 연제구청은 "온천천으로 나가 두꺼비 로드킬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도롱뇽 대응은 용역 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아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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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온천천 두꺼비, #고리도롱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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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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