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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8억4700만원 중 6억원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그 전달 경로를 검찰은 남 변호사 측근인 '이○○ → 정민용 → 유동규 → 김용'으로 보고 있지만, 특히 '유동규 → 김용' 전달 상황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군부독재 이후 처음으로 제1야당 당사 압수수색을 검찰이 강행하게 만든 사건, 공판 과정에서 나오는 물음표들을 하나 하나 따져본다.[편집자말]
: "2020. 12. 24. 11:19경 '(주)호텔신라제'에서 4,185,800원을 결제하였는데, 피의자가 제주 신라호텔에 묵었던 것인가요."

: "제주 신라호텔에 묵은 적은 없습니다. 그 부분은 유동규가 사용한 것 같습니다."


<뉴스타파>가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정민용 변호사의 2021년 10월 25일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한 대목이다.

2021년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정 변호사를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유원홀딩스, 즉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변호사가 설립한 회사의 법인카드(체크카드) 사용 내역에 관해서도 조사를 실시했다. 남욱 변호사가 유원홀딩스에 투자했다는 35억 원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위 조서 내용이 그 일부다.

당시 조사에서 정 변호사는 유원홀딩스 체크카드를 정 변호사 자신과 유 전 본부장 그리고 회계 직원 등 세 사람이 이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정민용 7200원 편의점 결제까지 파악한 이유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 3월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 3월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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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중인 김용 전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유원홀딩스 체크카드 사용내역'은 검찰 수사를 뒷받침하는 주요 정황 증거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이 언제 오갔는지 피의자들 진술로는 특정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1차 공판 당시 이뤄진 서증(문서)조사가 한 예다.

"순번 281번, 유원홀딩스 계좌 거래 내역이다. 정민용이 사용하던 체크카드, 2021년 6월 6일 오후 9시 47분 경 (정민용) 주거지 인근 편의점에서 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민용은 주거지 인근에서 이○○로부터 5억 원을 전달받은 뒤 인근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구입하고 담배를 피웠는데 그 결제내역이다."

남 변호사가 만든 8억4700만 원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에게 전해졌는데, 1억 원(1차) - 5억 원(2차) - 1억 원(3차) - 1억4700만 원(4차)와 같은 순서로 이뤄졌다. 위 서증조사 내용은 2차 전달 상황에 대한 것으로,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해당 결제 금액이 7200원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이○○씨에게서 정 변호사에게 5억 원이 전달된 시점을 6월 6일로 사실상 특정했다. 

1억4700만 원(4차)이 이○○씨로부터 정 변호사에게 전달된 날짜를 검찰이 8월 2일로 특정하는 과정에서도 유원홀딩스 체크카드 사용내역은 주요 정황 증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8월 2일 오후 9시 5분에 유원홀딩스 체크카드가 정 변호사 주거지 인근 편의점에서 사용됐고, 오후 9시 33분경 '이○○-정민용' 통화내역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민용 → 유동규', 1차 전달날짜만 안갯속
 
지난 3월 22일 서울중앙지검 모습.
 지난 3월 22일 서울중앙지검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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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즉 돈을 받은 공동정범(공동으로 범행한 사람)으로 '정민용 - 유동규 - 김용'을 하나로 묶어 기소했다. 다시 말해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해도 정 변호사나 유 전 본부장이 인정하면 김 전 부원장 혐의가 성립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정 변호사는 매우 중요한 고리에 있는 사람이다.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 측근인 이○○씨로부터 돈을 전달받은 상황, 그리고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전달한 상황 등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경우 김 전 부원장의 항변은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정 변호사가 돈을 수수한 사실관계 자체가 흔들리면, 그에 따라 '유동규 → 김용'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동안 공판 과정에서 검찰은 앞서 살펴봤던 '이○○ → 정민용'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민용 → 유동규' 전달 상황에 대해서도 여러 '물증'을 제시했다. 5억 원(2차)이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된 날짜를 검찰은 정 변호사의 하이패스 톨게이트 결제내역을 제시하며 2021년 6월 7일로 사실상 특정했다. 1억 원(3차) 전달 날짜는 유원홀딩스 법인차량 하이패스 결제내역을 근거로 6월 30일, 그리고 1억4700만 원(4차)이 전달된 시기는 정 변호사 후불 교통카드 결제 내역을 바탕으로 8월 6일로 각각 제시했다.

물음표는 여기서 나온다. 유독 1억 원(1차)이 정 변호사에게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된 시기에 한해서는 이와 같은 물증 제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원홀딩스 체크카드 내역, 정 변호사 통화기록, 카드 이용 내역 등을 검찰이 파악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구체적으로 돈이 전달된 시점을 제시했던 다른 경우와 비교하면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공판에서 검찰이 김 전 부원장과 정 변호사가 공중전화로 연락하며 세 차례 만난 정황을 공개한 과정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검찰은 두 사람이 2021년 11월 27일, 12월 13일, 12월 29일 세 차례 만났다고 밝혔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민용 통화기록 ▲정민용 카드사용 내역 ▲정민용 휴대폰 인터넷 검색 기록 ▲정민용 휴대폰 일정 메모 ▲김용 통화기록 ▲김용 카드 사용 내역 등을 그야말로 촘촘하게 근거로 제시했다. 

왜, 1차 전달 상황의 '물증'은 이런 형태로 제시되지 않고 있는 걸까.

"다 법카로 했다"는데... 유동규 '기억 보강'은 왜?
 
2021년 10월 25일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당시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유원홀딩스에 입금한 돈 중 상당액이 "골프장, 스크린골프, 호텔 숙박, 식당, 항공권, 백화점 등에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2021년 10월 25일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당시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유원홀딩스에 입금한 돈 중 상당액이 "골프장, 스크린골프, 호텔 숙박, 식당, 항공권, 백화점 등에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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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전달 상황과 2·3·4차 전달상황과는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1차 상황은 '정민용 → 유동규'에게 돈이 전달된 당일 '유동규 → 김용'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의 진술이다. 다른 경우는 '그로부터 다음날 또는 그 다음날'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식이다. 다시 말해 1차 전달 과정 중 '정민용 → 유동규' 날짜를 검찰이 물증 제시를 통해 특정하면, 그 날이 곧 '유동규 → 김용' 날짜가 되는 만큼 김 전 부원장 입장에서는 비로소 구체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 쟁점은 '유동규 → 김용'이다. 현재까지 '이○○ → 정민용'이나 '정민용 → 유동규' 경우와 달리 '유동규 → 김용'의 2·3차 전달(4차 전달은 유 전 본부장까지만 이뤄졌다)날짜 또한 전혀 특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의문이다. 열쇠를 쥐고 있는 유 전 본부장은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이 통화기록이 안 남는 아이폰 페이스타임을 이용했다"거나 "자신은 메모를 하지 않고 휴대폰 GPS도 쓰지 않는다"와 같은 진술 등이 그 예다.

그렇다면 정 변호사 경우처럼 '유동규 → 김용' 날짜를 특정하려는 상황이 공판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상식적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의 유원홀딩스 체크카드 이용 내역은 검찰이 2021년 수사 과정부터 이미 확보하고 있는 '서증'이다. 정 변호사의 당시 신문조서를 살펴보면 유 전 본부장이나 정 변호사가 개인적인 용도로 '법카'를 상당히 많이 사용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 시기 또한 이른바 '불법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시기(4월∼6월)와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유 전 본부장 스스로도 공판 과정에서 유원홀딩스 '법카'를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한 정황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1년 6월 당시 현재 부인이 일을 그만둔 상황에 대한 신문이 오가는 과정에서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했느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유원홀딩스 하면서 받는 돈 있고 법카도 쓰고 했다"고 말했다. 이런 말도 오갔다. 

: "증인은 골프를 수시로 친 것으로 보인다. 비용은?"

: "법인 카드로 해결했다."

: "골프비용만이 아니더라. 캐디비와 식비도 다 있었다."

: "다 법카로 했다. 유원홀딩스 법인카드로 했다."


유동규 "기억 환기 없었다"... 김용 측 "200페이지 넘었던 그 공소장 떠올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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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정민용 변호사 경우와는 달리 유동규 전 본부장의 기억을 보강하는 검찰 수사 내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사건과 관련된 유의미한 정황이 유 전 본부장의 카드 이용 내역 등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16일 4차 공판 당시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증인이 날짜를 특정하는데 있어 계좌거래 내역이나 통신 기록 같은 거 보면서 기억 환기하는 절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있었나?

: "통신기록 그런 거 제시하면서 하진 않았다. 녹취록 같은 건 제시했다."

: "기억을 환기하는 도구는 없었다는 건가."

: "그렇다."


김 전 부원장 측은 1차 공판 당시 "공소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는 유동규 진술뿐"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사실상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 자금이 남욱을 통해 조성됐는지, 유동규에게 전달됐는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사기록"이며 "용두사미"라는 표현도 나왔다. 한 마디로 "실질적 부분이 매우 빈약한 투망식 기소"라는 주장이었다. 군부독재 시절 이야기가 그때 나왔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중 판사 출신이라고 밝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초임 판사 시절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안기부가 수사를 했던 수많은 사건들이 떠올랐다. 단순한 집시법 위반 사건이었는데 피고인의 태생, 자라온 배경, 대학교 때 읽은 책 등이 대부분이었고, 공소 사실, 행위 사실은 한 페이지도 안 됐다. 그런데도 200페이지가 넘었던 그 공소장이 기억난다."

[김용 공판 분석 기사]
③'쇼핑백' 목격했다는 남욱, 그날 유동규-김만배 통화내용 봤더니 https://omn.kr/23an0
② [단독] 남욱 청담동 건물, 검찰 1011억원 추징보전 https://omn.kr/2386w
① 'Lee-list' 1억·다음날 남욱 '3백억 건물' 구입...커지는 물음표 https://omn.kr/23743
 

태그:#김용 공판, #유원홀딩스, #정민용, #유동규, #법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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