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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오른쪽)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대표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오른쪽)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대표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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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방침을 본격화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6~17일 서울 도심에서 '1박 2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한 데 대한 대응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불법집회 전력 단체 집회 금지' 발언과 지난 21일 고위당정협의회의 집회·시위 관련 제도 보완 논의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건폭(건설 폭력배) 몰이'에 이은 정부·여당의 또 다른 '반(反)노조' 행보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날 "지난주 민주노총의 광화문 집회는 국민께 충격을 안겨줬다"며 "퇴근길 차량 정체로 불편을 겪은 것도 모자라 밤새 이어진 술판 집회로 출근길, 등굣길도 쓰레기 악취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소음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확성기 사용 등 제한 통고에 대한 실효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소음 기준 강화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된 헌법 21조를 위배했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에는 "우리 헌법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서 그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37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를 인용한 것.

"합법적 집회·시위 정착 위해 정당한 공무집행에 책임 묻지 않아야"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2015년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쓰러진 농민에게 한동안 계속 물대포를 쐈다. 입에서 피를 흘리는 이 농민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 살인적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2015년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쓰러진 농민에게 한동안 계속 물대포를 쐈다. 입에서 피를 흘리는 이 농민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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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박 의장은 "집시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많은 국민의 요구가 있다"며 "무엇보다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선 경찰의 대처 방식도 정당한 공무집행이 선행돼야 한다.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선 확고하게 보장하고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개정 방침이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한 후속 조치라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그는 "(헌재 결정 후) 14년이 지나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시위는 자정 이후 금지가 가능하나, 옥외 집회는 심야시간대에도 금지가 불가능한 입법 불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이날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집시법 개정이 곧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임을 강조하면서 "민주당과 적극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집회·시위 관련)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선 확고히 보장한다. 그 과정 속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선 면책조항을 넣는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적법하게 집회·시위에 대응한다면 어떤 불상사가 벌어져도 처벌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들릴만한 얘기다. 박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 당시 "문재인표 시위 대응, 이제는 버릴 때"라며 "물대포를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 난장 집회를 못 막는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이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쇄도하자, "거짓선동 DNA가 또다시 꿈틀대고 있다"며 "물대포 쓰는 것은 저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 '집회 금지' 경찰 지원 나선 국힘 "문재인표 대응 버릴 때" https://omn.kr/24004). 

참고로 경찰의 '물대포' 대응은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으로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백씨를 향한 경찰의 '직사 살수' 행위 등을 위헌으로 판단했고 관련된 책임자들도 법적 처벌을 받았다. 경찰도 지난 2020년 관련 규정을 개정해 집회·시위 현장에서 살수차 등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광화문 누비더니 여당 됐다고..."

야당은 정부·여당의 집시법 개정 드라이브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는 이날(22일) 당 상무집행위회의에서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이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규정을 정부가 무시할 수 있었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이라며 "집회·시위의 자유가 확대됐기에 국민의힘도 자유한국당 시절 전광훈 목사의 손을 잡고 태극기 휘날리며 광화문을 누빌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여당이 됐다고 집회 시위를 제한하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며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하는 꼴"이라며 "윤희근 경찰청장의 말대로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금지한다면 국민의힘부터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금 불법집회를 엄단하라고 길길이 뛰는 국민의힘 지도부도 4년 후엔 또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설지 모를 일"이라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오늘만 사는 정치는 그만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21일) 브리핑에서 집회·시위 관련 제도 보완을 논의한 고위당정협의회를 비판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위헌적 발상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태그:#국민의힘, #집시법 개정, #건설노조, #물대포, #박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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