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드라마 1시간 요약본 영상들

드라마 1시간 몰아보기 유튜브 채널들 섬네일 캡쳐 ⓒ Youtube

 
"<모범택시> 시즌1 전 에피소드를 60분 만에 결말까지 한방에 몰아보기"
"<소년심판> 몰아보기, 이런 게 정말 실화야? 시즌1 정주행 결말 포함"


최근 드라마, 영화, OTT 시리즈 등 인기 있는 콘텐츠들을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들 위주로 편집한 요약본 영상은 대개 영화 러닝타임의 1/3 수준이거나, 드라마의 경우 1/10 정도까지 줄어들기도 한다. 유튜브에는 이러한 요약본 영상들이 '1시간 몰아보기', '30분 만에 정주행하기' 등의 이름으로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게재되어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하이라이트 장면에 더해 줄거리를 직접 재미있게 설명하는 내레이션을 삽입하기도 한다.

이러한 짧은 요약본 영상들은 얼핏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소개 프로그램 MBC <출발! 비디오 여행>, SBS <접속! 무비월드> 등이 떠오르게 만든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곧 개봉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극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줄거리의 일부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유튜브 속 요약본 영상들은 줄거리의 80% 이상을 소개하거나 결말까지 포함되어 있어 그 자체로 완결된 콘텐츠로서 기능한다. 

요약본은 현재 본편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수많은 <더 글로리> 요약본 영상들은 대부분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넷플릭스 <소년 심판> 요약본 역시 100만을 훌쩍 넘었다. 인기 있는 콘텐츠들의 요약본 영상은 1천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일도 있다. 똑같은 작품의 요약본 영상이 여러 개라면 사람들은 줄거리를 더 많이 얘기해주는 채널의 영상을 찾는다. '결말 포함'이라는 키워드가 제목에 포함되어 있을수록 조회수가 높아지는 이유다.

유튜브 요약본, 왜 봐?

사람들이 유튜브 요약본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약본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 절약이다. 올해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경우, 16부작을 모두 감상하려면 약 13시간 30분이 필요하지만 유튜버들이 올린 요약본 영상만 보면 약 한 시간 만에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요약본만 보더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대사나 중요한 장면은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다. 

드라마, 영화에서 주인공의 서사가 아닌 조연 부분이나 곁가지 이야기 등 핵심에서 벗어난 부분들을 제외하고 재미있는 부분만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인 이서현씨는 "유튜브 요약본으로 보면 콘텐츠의 재미있는 장면만 압축적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이미 본편을 감상한 드라마인데도 유튜브 요약본으로 다시 보기도 한다. 이것만의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약본에 익숙해지면 정상적인 호흡의 영상 콘텐츠를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OTT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영상 재생속도를 1.5배속, 2배속으로 높여서 보거나 답답한 장면을 10초씩 스킵(건너뛰기)하며 감상하는 방식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요즘 콘텐츠를 끝까지 감상하기 어려워졌다는 김경은씨는 "30분 이상 긴 영상을 집중해서 보기가 힘들어서 넷플릭스 초기 화면에서 콘텐츠를 고르지 못하고 한참동안 머뭇거릴 때가 많다. 드라마 초반부에 답답한 전개가 이어지면 빠르게 보거나 조금씩 넘겨서 보다가 시청을 바로 포기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요약본을 선호하는 경향에 대해 하재근 문화 평론가는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려면 중간에 지루한 부분들도 나오지 않나.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점점 견디기 힘들어하고 있다. 하이라이트 장면만 이어붙인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짧은 시간에 재밌는 것만 취하려는 심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어 "대부분의 콘텐츠는 처음부터 봐야만 (제작진이 의도한) 콘텐츠의 의미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요약본만 선호하며 기본적인 줄거리를 확인하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보더라도 이야기의 전개 자체를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이는 콘텐츠를 집중해서 감상하는 것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습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OTT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구독료가 상승한 영향도 있다. 대표적인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1인 기준 베이직 요금제를 이용했을 때 매월 950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물론 최대 동시접속 인원이 4명까지 가능한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매월 17000원의 요금을 4명이 나눠 낸다면, 1인 기준 부담금은 약 40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 그렇지만 요즘 인기 있는 콘텐츠 하나를 보기 위해 매번 4명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티빙, 웨이브, 왓챠, 디즈니플러스 등 점점 늘어난 OTT들을 모두 구독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이에 대해서도 하재근 평론가는 "다양한 OTT에서 여러 콘텐츠가 매일 쏟아지니까, 수많은 콘텐츠를 모두 구독해서 본편을 다 감상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보고 싶은 콘텐츠는 제한적이고, 어떤 얘기인지 확인은 하고 싶은데 시간을 들이기는 싫은 콘텐츠들이 많아진 탓도 있다고 본다"며 "특히나 매월 결제를 하기 어려운 OTT 플랫폼에서 나온 콘텐츠들은 유튜브를 통해 저렴하고 간편하게 보고 싶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영화, OTT 시리즈 등 인기 있는 콘텐츠들을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드라마, 영화, OTT 시리즈 등 인기 있는 콘텐츠들을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 pixabay

 
방송사 '자체제작 유튜브' 전략

최근 요약본 콘텐츠가 인기를 끌다 보니 이제는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요약본을 유튜브 공식 채널로 제공하기도 한다. 올해 시청률 2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시즌제 드라마로서 성공 가도를 달린 SBS <모범택시>는 지난 2월 시즌2 첫 방송이 시작되기 직전, 지난 2021년에 방송된 시즌1 요약본을 SBS NOW 채널에서 공개했다. 시즌1을 보지 않았거나 시즌1을 봤지만 내용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요약본을 보고 시즌2 시청자로 합류할 수 있게끔 하는 전략이다. 이 영상은 16부작의 내용을 57분짜리 영상으로 줄였으며 4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이러한 요약 영상이 TV 드라마 시청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까. 시즌1 요약본 영상이 올라온 직후 방송된 <모범택시> 시즌2는 1회부터 12%라는 높은 시청률로 순항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SBS 드라마 홍보담당자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낭만닥터 김사부> <모범택시> 등 시즌제 드라마는 이전 시즌을 1시간 요약본으로 올리기도 하고 혹은 유튜브 라이브 몰아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건 새로운 시즌을 홍보하고 관심을 환기시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에 대해서는 "드라마의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2회차씩 묶어서 20분 안팎으로 요약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예비 시청자의 관심도를 올려 본 방송으로 유입시키고, 온라인상 화제성이 상승하면서 시청률이 반등하는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드라마 요약 콘텐츠의 경우 높은 조회수와 트래픽을 담보하기 때문에 공식 유튜브 채널 내 다른 콘텐츠 시청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기 작품의 경우 공식 유튜브 채널이 아닌 개인 유튜버들의 요약본 영상도 많이 게재되어 있다. 일부 영상에는 결말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몇몇 영상들은 공식 영상보다 훨씬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저작권법상 문제는 없을까.

넷플릭스 홍보팀은 9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스포일러다. 유튜브 하이라이트, 요약본 영상에 중요한 스포일러나 결말이 공개된다면 저작권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넷플릭스는 (글로벌 불법복제 대응 조직) ACE와 협업해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애플, 디즈니, 파라마운트 등 많은 콘텐츠 제작사들이 이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역시 JTBC <방구석 1열>과 같은,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을 좋아한다. 그러나 여기엔 결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유튜브 요약본 전문 채널들에 나오는 넷플릭스 영상들은 이미 공개된 영상인 경우가 많다. 요즘은 예고편도 다양하게 공개되지 않나. 만약 예고편 영상만을 사용하고 출처를 넷플릭스로 표기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BS 담당자 역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으로 ip(지적재산권)를 열어준 영상의 경우 (결말이 있어도) 저작권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 영상들은 '유료 광고'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렇지 않은 영상들은 불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청률은 어디서 어떻게 유입되었는지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저희는 최대한 드라마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고 영상 조회수나 댓글 반응, 동시접속자 수 등을 통해 기대감을 높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홍보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지만 마케팅 방향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OTT 유튜브 몰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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