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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기자 질문에 답하는 유동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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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관련 재판에서 검찰 측 핵심 증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이 또다시 흔들리면서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9일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수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본부장이 건강 이상을 호소해 재판이 중단된 지 3주만이었다. 그는 이날도 정진상 측 변호인의 거센 추궁에 자신의 과거 발언과 어긋나는 증언을 했다. 

이날 정진상 측 변호인단이 '2013년 추석과 2014년 설에 1000만 원씩 정 전 실장에게 돈을 준 것이 맞냐'는 질문을 하자, 유 전 본부장은 당황한 듯 10여 초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4월 11일 열린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2013 추석과 2014년 설에 정진상을 찾아가서 각 1000만 원씩 교부했냐'고 질문하자 "네"라고 답하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 열린 재판에서 같은 내용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의 머뭇거림이 길어지자 재판장인 조병구 판사는 "답변하지 못한다면 정리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절 뇌물 수수 의혹은 검찰이 정 전 실장 공소장에 명기한 주요 혐의 중 하나다. 정 전 실장 공소장에는 '2013년 설, 추석 및 2014년 설 무렵 3000만 원의 뇌물수수를 했다'고 기재됐다. 

"피고인 정진상은 2013년 2월 설 명절 무렵 성남시 중원구 성남대로 997(여수동) 성남시청 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유동규로부터 현금 10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2013년 9월 추석 명절 무렵 위 사무실에서 현금 1000만 원을, 2014년 1월에서 2월 설 명절 무렵 위 사무실에서 현금 1000만 원을 각 교부받는 등 유동규로부터 합계 3000만 원을 수수하였다."

6월의 유동규, '얼마 줬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법정 향하는 정진상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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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나 대장동 의혹 관련 재판에 핵심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은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인 바 있다. 이로 인해 유 전 본부장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9일 재판에서도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집요하게 유 전 본부장의 기억을 파고들었다.

변호인 : "2013년 추석, (정진상에게 건넨 돈이) 1000만 원 맞나? 금액은 확실하나?"
유동규 : "맞을 겁니다."

변호인 : "기억이 안 나면 안 난다고 하고. 생각이 아니라 기억을 말해달라."
유동규 : "... (고개를 숙인 채 십여 초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변호인 : "2014년 설은 금액이 1000만 원이 정확하나?"
유동규 : "제가 1000만 원씩 봉투에 넣어서 준 것은 확실히 기억한다."

변호인 : "2014년 설이 맞는지 묻는 거다. 생각을 묻는 게 아니라 기억이 나냐고 묻는 거다."
유동규 : "설마다 제가 500이든..."

변호인 : "그니까 조금씩 챙겨줬다는 건데."
유동규 : "여러 번이라 제 돈으로 줄 때도 있었다."

변호인 : "그런데 얼마인지 모른다?"
유동규 : "얼마인지 모르는 게 아니라. 내용이 불분명하다는 거다. 1000만 원씩 준 거는..."

변호인 : "2014년 설에 1000만 원인지 500만 원인지 확실한가?"
유동규 : "잘 모르겠다."


4월의 유동규 "명절마다 1000만 원씩 건넸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로 출석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로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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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 전 본부장은 4월 11일 열린 정 전 실장 공판에서 검사의 질문에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명절마다 1000만 원을 뒷돈으로 건넸다"고 증언했다.

검찰 : "증인은 2013년 설 무렵 외에도 2013년 추석과 2014년 설에도 정진상을 찾아가서 각 1000만 원 교부했나?"
유동규 : "네."

검찰 : "2013년 설 말고 추석과 설과 관련, 정진상 교부 합계 2000만 원도 남욱으로부터 받은 돈을 준 것인가?"
유동규 : "그렇게 기억한다."

검찰 : "교부함에 있어 사무실에 정진상 외 다른 직원 없을 땐 1000만 원 봉투를 정진상 서랍에 넣어주고, 다른 직원 있으면 여기 회의실, 자리 옮겨서 건네줬나?"
유동규 : "네, 옆자리 앉아서 주머니 같은 데 넣어줬다."

검찰 : "정확히 묘사해 달라."
유동규 : "말하자면 응접실에 1인 1인 앉는 소파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넣어줬다." 

재판부 : "어디에 넣어줬나?"
유동규 : "이쪽(정진상 오른쪽) 주머니였을 가능성이 크다. (정진상은) 보통 주머니 있는 재킷 입고 있었다. 제가 오른쪽에 앉아. 정진상이 그걸 빼 가지고 안쪽에 넣은 듯하다. 정진상이 안쪽에 넣은 기억이 있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은 오는 16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한다. 지난 4월 28일 공판에서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직접 신문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내가 대장동 사업을 불법적으로 한다고 이야기한 적 있냐"고 따져 물으며 "불법 행위를 하면 제가 용인했을 것 같냐"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그건 시장님이 잘 알지 않느냐"며 "정말 몰랐냐. 그러면 시장님은 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냐. 암암리에 다 한 것 아니냐"고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태그:#유동규, #정진상, #이재명, #대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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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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