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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내 식자재 마트 소금 판매대에서는 5kg 이상 천일염이 모두 사라졌다. 언제 들어올지는 마트 관계자도 모른다고 답했다.
 제주 도내 식자재 마트 소금 판매대에서는 5kg 이상 천일염이 모두 사라졌다. 언제 들어올지는 마트 관계자도 모른다고 답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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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없어요. 언제 들어올지 우리도 몰라요. 소금을 갖다 놓으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어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한국에선 '소금 대란'이 벌어졌다. 기자가 찾은 제주도 A 식자재마트에서도 맛소금이나 일반 가정용 소금은 있지만, 김치나 젓갈류에 사용하는 대용량 천일염은 없었다. 

식자재마트에선 보통 10kg 또는 20kg 천일염을 포대로 판매한다. 그러나 소금 포대를 쌓아놓고 팔았던 매대조차 없었다. 직원에게 묻자 "소금을 구하지 못해 아예 매대를 치웠다"는 답이 돌아왔다. "언제쯤 소금이 들어오느냐"고 물었지만 "언제 들어올지 우리도 모른다. 소금을 확보하려고 해도 아예 구할 수가 없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대형마트도 마찬가지였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도 대용량 천일염은 없었다. 그나마 몇 개 들어오는 천일염도 문을 열자마자 판매돼 1인 1포대로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품절, 배송 불가, 재입고 예정 없다는 '천일염' 
 
온라인에서는 품절 또는 배송 지연 등의 이유로 천일염이나 대용량 소금을 구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는 품절 또는 배송 지연 등의 이유로 천일염이나 대용량 소금을 구할 수 없다.
ⓒ 온라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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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천일염을 구할 수가 없어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천일염 생산지로 유명한 '신안군 수협직매장' 홈페이지에서 '신안천일염 20kg'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이 상품은 현재 구매하실 수 없는 상품"이라고 나와 있었다. 

일반 소비자는 물론 도매도 취급하는 '한주소금' 홈페이지에선 구매가 가능했다. 그러나 "주문 전 꼭 확인해주세요"라며 "현재 소금 주문량이 많아 배송이 지연되고 있어 영업일 기준 10일 이상 소요된다"는 공지사항이 올라와 있었다. 아울러 "주문 취소 또는 변경에 따른 업무 마비 문제로 전화 통화는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안내도 덧붙였다. 

대부분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천일염은 품절이었다. 힘들게 '쿠팡' 홈페이지에서 '한주소금 25kg'을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쳤다. 그러나 판매자는 "제품 품절로 배송이 어렵다"면서 "재입고 예정도 없으니 취소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신안군 수협직매장 관계자와 어렵게 통화가 이뤄졌다. "언제쯤 배송이 가능하냐"고 묻자 "현재 주문만으로 벅차다. 언제쯤 판매를 재개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천일염 구매가 많냐"고 하자 "6월 초에만 해도 하루 10개 정도 판매했지만, 지난주부터 하루에만 수백 개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천일염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일본 때문에 천일염 구매했다", "언제쯤 살 수 있느냐", "25kg 한 포대 구매 성공" 등의 댓글이 달렸다. 소셜미디어에선 "'천일염 사재기'에 뛰어들어야 하느냐", "원전 오염수 방류되면, 절임배추, 된장, 고추장을 믿고 먹을 수 있나" 등의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수부 "천일염 폭등은 기상과 물량 조절 때문" 
 
정부는 소금 사재기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이전인 2020년에도 생산량은 줄어들고 가격은 올랐지만 소금 대란은 없었다.
 정부는 소금 사재기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이전인 2020년에도 생산량은 줄어들고 가격은 올랐지만 소금 대란은 없었다.
ⓒ 온라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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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구하기가 힘들어졌지만 정부는 '사재기'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3월 30일 <서울신문>의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에... 金(금)일염 된 신안 천일염>이라는 기사에 대한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해수부는 "천일염 산지가격과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두 안정세"라며 "사재기는 없다"고 해명했다.  

해수부는 6월 6일에도 "천일염 가격이 두 달 동안 40% 이상 폭등한 것은 기상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장마철 대비 출하 물량 조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과 달리 '천일염'의 가격은 4월 초 1만4000원에서 6월 초 1만7000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시운전 소식이 나오자 소비가 가격이 3만 원으로 급등했다. 

'생산량 감소와 장마철이 원인이지 사재기는 아니다'라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2021년 원전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기 전인 2020년에도 잦은 태풍과 장마로 생산량은 줄어들고 가격도 올랐다. 하지만 2023년 6월 현재 수준의 '소금 대란'은 없었다. 왜냐하면 천일염 가격이 올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대용량으로 소금을 구매하진 않기 때문이다.

식자재마트에서 만난 A씨(해장국집 운영)는 천일염이 없다는 말에 "깍두기와 김치를 직접 담갔는데 천일염이 없으니 난감하다"면서 "남들처럼 소금 사재기를 하거나 중국산 김치를 사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A씨는 기자에게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 국내산 천일염으로 만드는 절임 배추나 된장, 고추장, 간장은 어떻게 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사재기'는 불확실성과 불안이 몰려올 때 개인이 취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소금 대란'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 때문으로 풀이된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천일염, #소금 사재기, #소금 대란, #신안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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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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