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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12월 21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12월 21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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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약 13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국제중재기구의 판정이 나온 가운데, 정부가 원인 제공자인 박근혜씨·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리엇과 우리 정부가 대립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엘리엇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 배상금 5358만6931 달러(약 690억 원) ▲ 지연이자 ▲ 법률비용을 모두 합쳐 약 130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지난 20일 저녁 8시경 판정문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 분쟁은 국정농단 수사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이 있다. 엘리엇은 합병 당시 박근혜 당시 대통령 등이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삼성물산 주주로서 손해를 봤다면서,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ISDS 절차를 시작했다. 엘리엇은 21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중재판정을 통해 정부 관료와 재벌 간 유착관계로 인해 소수 주주가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재직 당시 수사 및 형사 절차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번 PCA 판정에 대해 애초 엘리엇의 청구금액(7억7000만 달러, 약 9917억 원)의 약 7%에 불과해 선방했다는 분위기로 설명했지만, 시민사회의 분위기는 다르다. 엘리엇에 줘야 하는 1300억 원도 국민 세금으로 지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박근혜 정권의 정경유착으로 인해 삼성 총수 일가의 사익과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에 1300억 원의 국민 혈세가 허비될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정부는 삼성 이재용 회장 등 총수일가와 당시 국민연금 등 부당합병에 찬성을 주도했던 사건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여 그 손해를 보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판정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불법적인 관여와 압력 때문에 우리 정부가 패소한 것으로 명시적으로 나왔다면, 이를 중과실로 보고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법무부는 판정문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상권 청구 또한 신속하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해 22일께 판정문 분석결과와 향후 대응 계획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구상권 청구와 관련한 내용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상권 청구한다면 누구에게?

만약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권이 청구된다면, 그 대상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와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것이다.

삼성그룹은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1:0.35의 합병비율에 따라 합병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한 것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하고 있었던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면서 합병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합병 성사를 위해서는 삼성물산 주식의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이 필수적이었고,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관심이 쏠렸다.

국정농단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청와대는 보건복지부에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그룹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받기로 합의한 상황이었다.

이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위법·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찬성 의결을 유도했다. 이 같은 이유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태그:#엘리엇,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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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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