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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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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환경부는 '국토부 2중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환경파괴 사업을 막지 못해서였죠. 그런데 (통합물관리로) 국토부에서 하던 일들이 환경부로 이관됐어요. 여기서 잘못하면 그냥 환경파괴부가 되는 거죠."

문재인 정부의 전임 환경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 장관에게 던진 쓴소리다.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책 '단죄' 벗어나, 정치 이어달리기했으면"

김은경 전 장관은 지난 7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최근 감사원의 4대강 재자연화 사업 감사 결과 발표 직후 '4대강 보 존치'를 발표했지만, "막상 감사보고서에 4대강 보 존치가 과학적이라는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적 검증으로 4대강 보를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과학이 실종된 감사였다는 뜻이다.

김 전 장관은 또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단죄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정치 이어달리기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박근혜 정부 때 감사원은 4대강사업은 '홍수와 가뭄 예방 효과가 없다'고 결론 냈다, 이를 근거로 4대강을 개선하려는 정책이 문재인 정부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재자연화를 '이념 정책'으로 규정하지만, 재자연화 사업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정책이라는 의미이다.

감사원은 지난 7월 20일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 청구' 감사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가 잘못된 경제성 분석을 통해 보 해체 결정을 내렸고,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가 개입된 4대강 조사·평가단 위원회의 구성도 불공정했다고 결론을 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김 전 장관이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개입을 지시했다면서 이미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준 낮은 감사원 감사... '강을 지킨 인사 추천'을 범죄인 양"

이와 관련, 김 전 장관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정말 수준이 낮고 지엽적이어서 이를 언급하면서 싸우고 싶은 생각도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감사원은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를 공무원 조직으로 간주하고, 사람을 뽑을 인사자료를 유출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사평가위원회는 자문위원회입니다. 장관이 자문을 받을 때 그 목적과 이에 적합한 사람을 골랐는지, 이 두 가지만 충족하면 되죠.

자문위원회는 재자연화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구가 아닙니다. 그 결정은 윗단계에서 이뤄졌고, 자문위원들은 재자연화를 전제로 과학적인 자료를 모으고 이를 조사하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4대강사업을 찬성했던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와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나요?"


김 전 장관은 '특정 단체에 명단을 유출했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특정 단체가 누구인지 아세요? 감사원은 보고서의 그 부분에 별표를 하고 그 밑에 전국의 181개 시민단체라고 적었다"면서 "4대강의 자연성 회복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고, 강을 지켰던 인사들이 들어오도록 추천해달라고 한 것인데, 이걸 마치 범죄인 양 구성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말한다면 감사원이 훨씬 더하다"면서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때 감사를 청구한 '4대강 국민연합'이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했다, 이건 공정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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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최종 결단 명쾌하지 못해... 아쉽고 죄송"

한편, 환경단체들은 윤석열 정부의 '4대강 보 존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런 일을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금강·영산강 보의 해체 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성토가 이어져 왔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보를 설치한 뒤 강이 죽어가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기록했던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면서 "재자연화를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졸속으로 밀어붙였던 것과는 달리 오랫동안 자료를 조사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을 중시했는데, 최종 결단이 명쾌하지 못해 저도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의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날 인터뷰에서 김 전 장관은 감사원 감사와 4대강사업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고, 4대강 재자연화사업의 진행 과정을 되짚었다.

"2차 감사 때 감사원이 지적한 COD, 그걸 따랐을 뿐"

감사원의 4대강사업 감사는 이번이 5번째다. 김 전 장관은 "기존 감사는 4대강사업, 즉 4대강 보의 정책적 의미, 홍수나 가뭄 대비 효과, 수질 개선 효과 등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번 감사는 굉장히 달랐다"면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 결정 과정이 적절했냐는 것만 조사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전 장관은 "한화진 장관이 감사 결과를 근거로 4대강 보를 존치하겠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현 감사원은 4대강 보는 홍수나 가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박근혜 정부 때의 감사원 감사 결과를 뒤집었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보 존치의 근거가 될 만한 과학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감사 보고서엔 '보를 존치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또 감사원은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 과정에 사용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B/C 분석 시 '수질·수생태계 개선 편익'을 산정하면서 보 해체 후의 상태를 추정하려면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의 측정 자료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때 '보 설치 전' 자료는 4대강사업으로 인한 하천 형상의 변화 등으로 인한 수질 지표 값(COD)의 증가추세로 보 해체 후의 상태를 나타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 등이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 같이 반박했다.

"우선 4대강 보 처리방안은 재자연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재자연화는 이미 국정과제였고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공약이었습니다. 80%의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기도 했죠. 따라서 우리는 보를 어떤 식으로 개방하는 게 가장 경제적인가를 따지면 됐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3가지죠. 완전 해체, 부분 해체, 해체는 안 하고 개방만 하는 것. 만약에 '보 해체' 결정이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이게 보 존치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환경부는 이걸 가장 크게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값을 수질 측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도 2차 감사 때 감사원이 제시한 방안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감사원은 4대강사업으로 강이 막혀서 호소수(홍수 시와 갈수 시에 유량을 조절할 목적으로 건설한 댐과 둑에 고여 있는 물)가 됐기 때문에 BOD로 측정을 하면 수질관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호소수 수질 관리 지표인 COD로 측정하라고 했고, 2009년부터 모두들 COD로 측정하고 있죠."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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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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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이것이 달랐다"

김 전 장관은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더 말할 게 있다"면서 감사원 발표 전에 '과학적 검증'을 강조한 한화진 장관이 4대강 보가 건설된 뒤 수질이 좋아졌다고 말하면서 예로 든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지난 5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과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가 한국환경분석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였다. 4대강사업 이전과 10년 뒤 수질을 비교했더니 개선됐다는 게 골자였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연구진은 수질을 측정하는 7~8개의 지표 중 탁도(DO),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인(TP)과 같은 3가지 지표를 썼는데 이는 대부분 강이 호소수가 됐을 때 좋아지는 지표"라며 "이건 정말 과학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가령 탁도는 물이 흐르지 않으면 부유 물질들이 가라앉기 때문에 좋아집니다. BOD도 유기 물질들이 가라앉아서 측정이 잘 안 됩니다. 인은 4대강사업 때 수조 원을 들여서 저감 시설을 했기에 낮아질 수밖에 없었겠죠."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무위로 돌리는 과정도 문제를 삼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졸속으로 무리하게 4대강사업을 밀어붙였기에 우리는 아무리 재자연화가 필요하더라도 그렇게 하지는 말자는 게 기본 원칙이었다"면서 "보를 조금 개방했을 때, 완전히 개방했을 때 하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세밀하게 조사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1년 후에 조사평가단을 만들고 그동안 축적했던 자료를 모아 평가를 했고, 평가 방식만 해도 전문 학회에 용역을 줘서 그 기준을 만들었다"면서 "그 결과도 조사평가위원회가 아니라 국가물관리위원회라는 국가 최고의 물 정책 기구가 결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장관은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과학적으로 결정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가뭄 현장에 가서 '보를 활용해서 가뭄 대책을 내라'는 식의 얘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먼저 보를 활용하는 게 가뭄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한 뒤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서는 3개의 보가 만들어졌다. 2018년 백제보가 있는 강 전역에 녹조가 발생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서는 3개의 보가 만들어졌다. 2018년 백제보가 있는 강 전역에 녹조가 발생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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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관련 '이념종식'? 굉장히 환영하지만..."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직후 "4대강 관련한 이념 논쟁을 종식한다"면서 4대강 보 존치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이념 논쟁을 종식하겠다는 말은 굉장히 환영할 만한 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댐이 수질과 수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인식, 특히 물자원이 크게 영향을 받는 기후위기 시대에 물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게 인류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집단지성으로 만든 정책 방향이고 세계적 주류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다"면서 "이 원칙에 맞지 않아도 '저 정부가 했으면 따라갈 수 없다'는 식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의원 등 여당 지도부가 수해 현장에 찾아가서 "4대강 사업 안 했으면 금강이 넘쳤다" "'포스트 4대강'사업으로 지류·지천 정비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4대강사업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 수질을 개선한다는 주장은 보수 정권에서의 감사원도 거짓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보는 물을 채운 상태로 유지됩니다. 홍수 조절 능력이 없죠. 또 홍수가 났을 때 물 빠짐이 중요한데, 보 시설물은 물 흐름을 막습니다. 지난봄 가뭄 때 보셨듯이 이 동네에 비가 안 와서 가뭄이 지는데 먼 곳에 큰 물그릇을 만들었다면 그게 도움이 되던가요. 도수로를 연결하겠다고 하는데, 어디서 가뭄이 생길 줄 알고 도수로를 만듭니까? 경제성도 없습니다."

김 전 장관은 또 "녹조의 원인은 크게 유기물질의 양과 수온, 햇볕의 양, 유속인데, 수온과 햇빛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기에 인과 같은 유기물질을 줄이고, 물이 정체되지 않도록 유속을 빨리해서 수질을 관리할 수 있다"면서 "4대강사업 때 2조 5천억  원 정도를 들여서 인 저감시설을 했던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인은 줄어들었지만 보를 세워서 유속이 느려졌기에 녹조를 없앨 정도로 충분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수문을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에서 녹조가 없어지는 것을 우리가 경험했듯이 결국은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이 정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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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왜 이토록 4대강사업에 집착할까?

김 전 장관은 "정말 예측이 불가능하다"면서 "예를 들면 환경도 좋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을 했는데, 환경을 보존하고 존중해야 인간의 생활이 가능하고 안전도 보장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4대강사업을 놓고 볼 때 윤석열 정부에서 엿볼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국정철학을 묻는 말에 "국정철학이라는 게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보다 환경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려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단죄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환경정책 기본법에서 정하는 의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국민을 위해 지켜야할 환경 원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정치가 이어달리기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도돌이 진자 운동을 하다가 뒤로 가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것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환경 개선에 노력해주기를 바랍니다."  
▲ [환경새뜸]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한화진 장관에 쓴소리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은 지난 7월 3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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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새뜸] 윤석열 정부, 세계적 ‘물관리’ 역행...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인터뷰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은 지난 7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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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새뜸] “문재인 정부 ‘4대강 결단’ 아쉽고 죄송”...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인터뷰 김은경 전 장관은 지난 7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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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사업, #김은경, #한화진, #4대강, #4대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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