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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세종 정신으로 공공언어 바로잡기 운동을 펴고 있는 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우리 시대 <우리말글 가꿈이를 찾아서>를 연재한다. 공공언어 바로잡기에 애써온 단체와 우리말글 운동가들을 찾아 성과와 의미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말]
2005년 국어기본법 이후 2006년부터 부산시의 우리말글 문화를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동아대 국어문화원을 지난 7월 19일 방문했다. 방학임에도 '부산말 사투리 사전' 편찬과 외부 강의 등 여러 사업 수행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연구원들이 서울서 내려온 기자 덕에 모처럼 한데 모였다.

영어 상용도시화 꿈꾸는 부산시, 국어문화원 역할은
 
부산 지역 우리 말글 지킴이, 동아대 국어문화원. 왼쪽부터 정희택(보조연구원), 김영선(원장), 박주형(특별연구원), 윤주희(책임연구원)
 부산 지역 우리 말글 지킴이, 동아대 국어문화원. 왼쪽부터 정희택(보조연구원), 김영선(원장), 박주형(특별연구원), 윤주희(책임연구원)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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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먼저 부산시의 영어 관련 정책에 관한 얘기를 물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영어 상용도시 공약 정책은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회장 차재경),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 등 한글 관련 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고 문체부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현재는 영어하기 편한 도시로 한발 물러선 상태다.

부산시는 "영어 상용도시 부산 만든다? 문체부도 제동"(2022.8.12, 윤근혁 기자)이라는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한 해명 보도자료에서 "부산시의 영어 상용화 정책은 영어를 의무적으로 쓰는 공용화가 아니라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넓히는 방향입니다. 이는 한글과 한국어를 경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더 알리는 글로벌 소통 수단을 갖추기 위해서입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창조교육과 영어 상용화 TF 팀, 2022.8.18.),

이후 같은해 11월 28일에 올린 부산시청 보도자료에 의하면, 담당 조직명을 '영어하기 편한 도시 기획단'으로 바꾸었고, '영어 상용도시'를 '영어하기 편한 도시'로 바꾼 바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3일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 중인 모습.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3일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 중인 모습.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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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영어 중심 정책 추진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부산시는 '한글 관련 사업 확대 추진'을 동시에 발표했다. 곧 "정책 추진 시 한글 경시 우려와 관련해 공문서 내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지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추진된다. 각종 보도자료의 외국어 사용비율을 점검하고 순위를 공개하며, 국어책임관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옥외광고물의 한글 표기를 점검하는 한편 부산 사투리 연구 및 지역어 사전 편찬 작업도 병행한다"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런 정책 변화에 중심 역할을 한 곳이 바로 동아대 국어문화원이다. 부산시 국어책임관과의 연락 소통을 담당하는 박주형 특별연구원은 이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어문화원은 2006년 설립 이후 부산시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부산시와 함께 '쉽고 바른 공공언어 사용 길잡이'를 시 본청과 16개 구․군, 출자․출연 기관 등에 배포한 바 있습니다. 부산시는 2021년 국어 사용 조례에 '공급자가 아닌 시민 입장의 용어 사용'이라는 내용을 새로 넣었고 국어책임관 역할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초기 국어책임관 연계 사업으로 이루어졌던 공공언어 개선 사업은 지금의 국어문화 활성화 사업으로 확대되기까지 부산광역시 문화예술과 국어책임관, 그리고 실무자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 덕분이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간혹 담당자가 빨리 바뀌어 협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던 때도 종종 있었다는 것. 연구원들은 국어책임관 제도가 실제 사정에 맞게 바뀐다면 국어문화 사업의 발전을 끌어내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2024년 발행될 부산말 사전, 지역 언어문화 지킴이 될 것

기자는 이들 말 중 '부산 방언사전' 또는 '현대 부산 사투리 사전'이 아닌 '현대 부산말 사전'이란 말이 먼저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금은 지역 방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부정적 이미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영선 원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은 예산 부족 등으로 힘은 들지만, 부산말 사전 편찬에 기대감이 크다고 한다. 사전 편찬 작업에는 인터뷰에 참여한 김영선 원장을 비롯해 박주형, 윤주희 연구원 외에도 김민진, 오가현, 공태수, 김현지, 정희택 연구원 등이 조사 및 연구부터 함께 힘을 보태어 오고 있다.

부산말 사전은 2021년부터 시작해 2024년 2월 발간 예정으로 어휘 수는 대략 2500여 어휘가 될 것이라고 한다. 박주형 연구원은 부산말에 무지한 기자를 위해 부산말의 특징은 한 마디로 '효율성', '경제성'이 돋보이는 언어라고 했다.

이를테면 '주둥이'를 '주디'라 하거나 '비켜라'를 '비~라', '뒤집어지다'를 '디비지다' 등으로 말하는 것과 같이, 발음의 경제성 고려한 음운 탈락이 일어난 어휘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대에 따라 다르지만 70대 이상 세대의 어휘에서는 옛말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고. 이분들을 직접 조사해 보고 '토마토'가 부산말로 '땅감'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김영선 원장은 현대 부산말 사전 편찬 취지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번 지역어 보전 사업은 부산의 지역어, 즉 방언을 확인하고 보전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2019년부터 이루어진 조사와 계획들을 바탕으로 내년 2024년 2월 '현대 부산말 사전(가칭)'을 펴내기로 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표준어 교육이 확대된 지 오래인 데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준어를 접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각 지역어는 그것의 뚜렷한 성격, 즉 억양이나 성조, 어휘 종류 등이 많이 사라져 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에 현대 부산말 사전을 펴내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담길 부산말 중 그 인식과 실제 사용 빈도에 대한 조사도 함께 더해 부산말의 현주소를 찾아보려 합니다."
  
한편, 동아대 국어문화원이 개원 이후 꾸준히 해온 일 가운데 가장 보람 있는 사업은 어르신 한글 교실이라고 한다.

어르신 문해 교실, 약자 위한 국어문화 확산에 보람 느껴
 
어르신 문해 교실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어르신들 @동아대 국어문화원
▲ 어르신 문해 교실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어르신들 어르신 문해 교실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어르신들 @동아대 국어문화원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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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지금까지 신평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 1회 강사를 파견해 성인 문해 교육인 '어르신 한글 교실'을 실시하고 있고 1년에 한 번 '어르신 글쓰기 대회'를 열고 그 결과물을 시화전 형태로 발표도 하고 전시도 하는데 이때 어르신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늘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5년 전부터는 다문화 가정 문해 교실도 함께 열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우리말 가꿈이' 동아리 활동을 청소년들이 함께 주도적으로 참여해 올바른 언어 사용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구체적으로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게시했고, 학교 홍보도 함께 이루어져 높은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부산시 국어문화 활성화 사업의 '품격 있는 언어생활을 위한 국어 교육'에 반영해 현재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인,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어 교육 영상을 제작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역민 사랑 받는 우리말 이름가게 찾기 사업

국어문화원의 여러 공모전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윤주희 책임연구원은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 가게 찾기 공모전 사업도 2006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는 사업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2006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3개의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 가게를 선정하고, 선정된 가게에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 가게임을 증명하는 현판을 수여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선정된 82개 가게 이름을 살펴보니 다채롭고 정감 있어 직접 가보고 싶은 이름이 많았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별똥에서 딱 한 잔"과 같은 시적인 제목부터 "나무별의 슬기주머니"와 같은 동화 같은 제목, "윤슬, 안다미로, 차곡차곡"과 같은 토박이말을 활용한 이름, "그대에게 퐁당" 같은 재치 있는 이름, "사랑옵다, 너울새김, 산만디 이바구빵" 등 지역성을 살린 이름 등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82호점 '올리사랑'이 심사위원들의 많은 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아래에서 위로 사랑을 전하며 모신다'라는 뜻으로 '내리사랑'의 반대말로 재치 있는 창의성과 아름다운 뜻이 조화를 이루어 '어르신 케어사업'과 같은 범람하는 외국어를 막아주는 최적의 조어법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자체와 중앙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언어정책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평소 차분하게 말하던 김영선 원장은 이 때는 힘주어 말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지역어 보전 사업을 더욱 확대해 계획, 실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국어문화 사업에서 공공언어 관련 비중이 대부분이지만, 지역어 보전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다소 낮은 편입니다. 그만큼 공공언어에 관한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겠지만 못지않게 지역어가 가진 국어문화의 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전에 있었던 '말모이 사전 발간' 사업처럼 지역어 관련 매체 개발이나 또 그 밖의 행사, 상품 개발 등의 사업들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실행 정책이 필요합니다. 아직 국어 사용 조례가 없는 지역들에도 반영되어 지역 간 국어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지역의 국어 문화가 풍성해지면 좋겠습니다."

김 원장은 국어문화원이 모두 그렇듯, 하는 일도 성과도 많은데 예산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그 점이 늘 아쉽다고도 했다. 각 국어문화원에서 하는 연구와 국어 문화 사업들이 지역민들 가까이에서 현 실정에 맞게 우리 언어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태그:#공공언어, #동아대 국어문화원, #부산시, #김영선 원장,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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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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