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월 27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 아트홀봄에서 제2회 통일예술제가 열렸다. 지난해 8월 14일 열린 제1회 통일예술제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로서 시낭송과 노래, 춤, 통일 발언, 통일 정세 해설 등으로 구성되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통일된 한반도 모습을 형상화한 북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회를 맡은 한국민족춤협회 변우균 사무총장은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통일 문제의 대중화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오늘 행사를 열게 되었다"면서 참석자들에게 따뜻한 환영의 말씀을 전했다.

통일 발언 순서에서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노후희망유니온 김국진 위원장은 "한미 당국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끌어들인 전쟁연습 분위기 속에서는 평화를 이룩하고 통일을 이룩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문화예술을 앞세워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가운데 평화를 열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음나눔유니온 이경옥 공동위원장은 "노동이 탄압받고 많은 사회 단체와 시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엄혹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모아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면서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이음나눔유니온도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통과혁신연구소 정성희 소장은 "소통과혁신연구소는 노동자가 앞장서서 변혁과 통일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체"라고 소개하고 나서 백두산을 방문했던 일을 언급했다. 그는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바람으로 울부짖는 백두산의 모습은 우리에게 자주적 통일을 당부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백두산 천지에서 통일을 위해 끝까지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동맹은 예속동맹이자 전쟁동맹"이므로 이에 끌려가서는 안 되며 "우리가 나서서 자주 민생 민주 평화를 실현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민중민주당통일위원회 한명희 위원장은 "점령군 미군에 의해 여전히 식민지로 남아 있는 뼈아픈 우리 역사"를 언급하면서 "해방 후 우리 민족은 수많은 피를 흘리며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투쟁해 왔으며 친미반역정권과 미제국주의에 맞서 민족의 해방과 민중의 민주주의 그리고 통일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이어서 "우리가 통일을 앞당기려면 코리아반도에서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윤석열을 끌어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첫 번째 공연으로 낙동국악예술원 김도경 대표와 박소산 선생의 <통일 비나리>가 펼쳐졌다. 꽹과리와 장구 장단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구수한 목청으로 시작된 액맥이 타령이 점점 빨라지면서 관중의 흥취도 높아졌다.
 
김도경 박소산의 통일비나리
 김도경 박소산의 통일비나리
ⓒ 지창영

관련사진보기

   
이어서 상영된 통일영화 <맞선>은 연방제 통일이 이루어진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남녘 신랑감과 북녘 신부감이 맞선을 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남과 북의 차이점에 낮설어하면서도 서로에게 매료되는 모습이 관객의 호기심과 흥미를 돋구는 가운데 간간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음으로 고 김남주 시인의 시가 낭송되었다. 민족작가연합 심종숙 시인이 <전사 1>을 낭송하고 이어서 <전사 2>가 김남주 시인의 육성 녹음으로 낭송되는 가운데 한국민족춤협회 이삼헌 이사장의 춤이 펼쳐졌다. 비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어우러진 시낭송과 춤꾼의 몸짓에 장내는 숙연해졌다.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많은 사람이 실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수천명이 죽어갔다
수만명이 죽어갔다
아니 수백만 명이 다시 죽어갈지도 모른다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세계도처에서 나라 곳곳에서
거리에서 공장에서 산악에서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
보아다오 이 나무를
민족의 나무 해방의 나무 민족해방투쟁의 나무를 보아다오
이 나무를 키운 것은 이 나무를 이만큼이라도 키워낸 것은
그들이 흘리고 간 피이다 투쟁의 한가운데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전투적으로 죽어가면서
그들이 흘리고 간 피이다
...
어느 날엔가
자유의 나무는 결실을 맺게 될 것이며
해방된 미래의 자식들은 그 열매를 따먹으면서
그가 흘린 피에 대해서 눈물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것이다
마치 우리들이 갑오농민에 대해서 이야기 하듯.
마치 우리들이 한말의병에 대해서 이야기 하듯.
 
고 김남주의 시에 맞춰 춤을 추는 이삼헌 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
 고 김남주의 시에 맞춰 춤을 추는 이삼헌 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
ⓒ 지창영

관련사진보기

 
이어서 노래패 '우리나라'의 무대가 펼쳐졌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평화 만들기>를 부른 후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를 열창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어제가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듯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싸우고 또 싸워서 지킨 위대한 민족의 역사여. 싸우고 또 싸워나가자. 새로운 역사를 쓰리라.'

가수 백자는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라는 정희성 시인의 시가 7.4남북공동성명을 배경으로 쓴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소개하면서 이를 노래로 만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동료 가수들과 함께 불렀다.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마지막으로 관객들의 힘찬 박수 장단과 호응 속에 <가자 통일로>를 함께 불렀다. '가자 통일로, 통일로 나가자. 겨레여 굳세게 뭉쳐서 나가자. 해가 솟는다, 아침이 밝는다. 민족의 전성기가 펼쳐진다.'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
ⓒ 지창영

관련사진보기

 
이어서 비전향 장기수 양희철 시인이 자작시 <그날이 오기까지>를 낭송했다. '흐름을 막는 자/ 시간을 거스르는 자/ 지구를 멈춰 세우려는 자/ 역사의 계절을 훼손하는 자/ 지구를 떠나라' '단군겨레 8천만 주인 되어/ 함께 축하연 벌이려니/ 통일잔치, 오! 그날이 오기까지/ 나는 나를 안다. 그날이 오기까지/ 전사로 남아 싸울 것을.'
 
양희철 시인의 시낭송
 양희철 시인의 시낭송
ⓒ 지창영

관련사진보기

 
고려문화예술체육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거리의 춤꾼 박정희는 <통일 아리랑> 노래와 음악에 맞춰 역동적인 춤을 펼쳤다. 경쾌하고 발랄한 몸짓이 한을 딛고 일어서는 우리 민족의 희망적인 분위기를 연상하게 했다.
 
거리의 춤꾼 박정희의 춤 통일 아리랑
 거리의 춤꾼 박정희의 춤 통일 아리랑
ⓒ 지창영

관련사진보기

 
문기훈 시인은 <산업 전사>라는 시를 통하여 노동자의 애환을 토로했다. '우리 노동자는 한때는 산업의 역군이었다가/ 지금은 산업전사로 매일 여섯 명 전사한다' '권세와 돈, 갑질과 전투 중 사살된 것/ 노동자의 한숨 땀 눈물이, 빼앗김의 원한이/ 하소연할 길 없는 억울한 사연이/ 비가 되어 내리는 저 어두운 회색 하늘을/ 찢어 버려야 한다.'
 
문기훈 시인의 시낭송
 문기훈 시인의 시낭송
ⓒ 지창영

관련사진보기

 
박현욱 외 2인으로 구성된 노동예술단 '몸짓선언'은 <자, 가자>라는 노래에 맞춰 힘찬 몸짓으로 해방을 위한 싸움의 결기를 표현했다.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필자는 '자주, 통일의 문을 여는 유일한 열쇠'라는 정세 강연을 통하여 자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 민족의 통일은 결국 제국주의와의 싸움으로써 지금은 몰락해 가는 미국을 상대로 싸워서 통일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국민족춤협회 윤태경 회원과 전통연희단 마루의 윤예린 단원이 어울려 펼친 <통일설장구> 한판은 조화와 일치를 이루는 장단이 일품이었으며, 동래학춤 이수자 박소산 명인의 학춤 <평화의 날개짓>은 가볍게 날아오르는 하얀 학의 동작으로 희망을 선사하며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박소산 명인의 학춤
 박소산 명인의 학춤
ⓒ 지창영

관련사진보기

   
통일예술제 출연진
 통일예술제 출연진
ⓒ 지창영

관련사진보기

 
이 행사에는 다음 17개 단체가 참여했다.

6.10만세운동유족회,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후희망유니온, 대구이육사기념사업회, 대조선역사학회, 민족작가연합, 민중민주당통일위원회, 소통과혁신연구소, 역사바로세우기시민네트워크, 이음나눔유니온, 자주통일실천연대, 전국노동자정치협회, 촛불혁명완성연대, 평화어머니회, 평화협정운동인천본부, 한국민족춤협회

태그:#통일예술제, #민족작가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 문학박사, 번역가. 충남 청양 출생. 시집 <<송전탑>>(2010). 번역서 <<명상으로 얻는 깨달음>> 외 다수.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