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후위기의 결과인 재난이 더 잦아지고, 더욱 불평등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걸 설명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자본주의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고 주입하려 하지만, 자본주의 그 자체가 무한 생산을 통한 이윤축적을 위해서'만' 작동하기에, 해결은커녕 없어져야 할 주범이라는 사실 역시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건설, 교통, 교육, 돌봄, 물류, 발전, 보건의료, 서비스, 제조... 다양한 일터에서 노동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기후위기를 만든 자본이 떠넘기는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해고위협과 고용불안, 야간노동과 높은 노동강도, 적은 휴식 시간, 위험 상황에서조차 중지하지 못하는 작업, 불안정 일자리로의 내몰림 등 그 형태는 다양하다. 동시에 이것들은 일터에서의 현장 통제권을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이 쥐는 데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에서 노동자 건강권으로 함께 기후위기를 돌파할 힘을 모아낼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4월 세종에서 열린 기후정의 파업에 참가한 한노보연 회원들 모습.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에서 노동자 건강권으로 함께 기후위기를 돌파할 힘을 모아낼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4월 세종에서 열린 기후정의 파업에 참가한 한노보연 회원들 모습.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관련사진보기

 
노동자 건강권 의제로 함께 살아갈 사회 모습 제시하기

위험에 직면했을 때 혹은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 사회의 필요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생산량과 생산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 강한 노동강도를 감내하라는 자본에 맞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적정 인원을 제시했던 싸움은 이윤율에 제동을 걸어오며 현장 통제권을 되찾아온 노동자 건강권의 조직된 힘이었다.

그렇게 힘을 조직하는 싸움은 기후위기로 인해 인간·비인간동물, 자연 등 지구의 모든 존재가 공멸하는 결말을 보지 않기 위해 더욱 필요하며, 확장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나 관계 맺음의 양상이 이전과 달라야 한다면, 그 구체적인 모습들을 함께 상상하고 그리며, 구현되도록 하는 데에 '노동자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중요한 지표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탄소를 배출하지 않도록 밤에는 사업장을 멈춰 노동자가 밤새워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노동시간을 대폭 감소시키고 서로를 잘 돌볼 수 있는 사회. 모두가 이용 가능한 공공교통수단을 확충하고 경로와 배차간격을 우리가 설정할 수 있는 사회. 위험과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의식주 공간을 천천히 안전하게 건설하는 사회. 집을 포함한 모든 게 투기나 투자의 대상으로 포섭되지 않는 사회. 노동자가 덥거나 춥거나 힘들지 않도록 일터의 시공간이 설계되고, 쉬고 싶을 때 쉬면서 일할 수 있는 사회.

요원하거나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현장 통제권을 확보해온 노동자들의 조직된 힘으로 충분히 토론하고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923 기후정의행진은 자본주의 이후 대안적 삶의 모습을 상상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주체로서 노동자들이 부각되고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이다.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 923 기후정의행진으로 모이자!

2023년 9월 23일 토요일, 기후위기 책임자 자본에 맞서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 923 기후정의행진'이 서울과 전국에서 열린다.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절실한 마음을 모아 5대 요구와 14대 세부 요구를 내걸고 집회와 행진, 행동을 조직한다. 5대 요구안은 아래와 같다.
 
923 기후정의행진 5대 요구안

1.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2.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하라!
3. 철도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교통 확충하여,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4.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 가속하는 신공항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하라!
5. 대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한노보연도 기후정의팀을 올해 새로 꾸렸다. 쿠팡 물류센터, 부산지하철, 철도 등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걸고 싸우는 노동조합과의 간담회, 923 집회 조직과 자체 기후정의선언 작성 등의 활동을 진행하려 한다. 이를 통해 여러 일터에서 노동자 건강권의 지표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를 돌파할 힘을 만들어가려 한다.

하루의 집회와 행진으로 모든 게 단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역량과 힘이 피억압 노동자들에게, 우리에게 있다는 걸 확인하고 이후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9월 23일, 다양한 얼굴의 노동자들이 단결한 자리라는 걸 같이 확인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건희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9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923_기후정의행진, #기후정의_노동자건강권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