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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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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난하거나 남자가 도망가거나 강간당하거나 어떤 경우라도 여자가 아이를 낳을 적에 우리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톨레랑스(관용)가 있다면 여자는 어떻게 해서든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본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자신이 공동창업한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원치 않는 임신이라도 출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다. 김 후보자는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고 해명했으나 여성계에서는 "한국 여성사를 선봉에서 부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안목 수준이 드러나는 지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명한 김행 "1초도 그런 생각 가져본 적 없어"

권수현 정치젠더연구소 대표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후보자는 한국사회 성평등을 견인하고 싶은 게 아니라 여성가족부를 형해화(내용은 없고 뼈대만 있음)시키는 사람"이라며 "이런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대통령의 안목이 그 수준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 대표는 "여성가족부는 노동·돌봄·산업·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는 부처"라며 "(그런데) 김현숙 현 여성가족부 장관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두고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김 후보자의 언행 또한 '2등 시민'이길 거부한 여성들의 저항의 역사를 선봉에 서서 부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시민들은 김 후보자에게 성평등 의식과 전문성이 있는지, 성차별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 검증하려는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반박 말고 자기 비전을 설명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2012년 9월 17일 <위키트리> 유튜브에서 김 후보자는 "낙태(임신중지)가 불법인 필리핀에서는 한국 남자들이 여성을 취해서 (임신을 시키고) 도망쳐도 필리핀 여성들은 애를 낳는다"며 임신중지 금지의 긍정적 사례로 필리핀을 꼽았다. 가톨릭 신자가 많은 필리핀에서는 여성의 임신중지를 법적으로 금지해 임신을 중지한 여성은 징역형에 처하고 조력한 의료진도 처벌한다. 

김 후보자는 "(필리핀에는) 한국 남성들이 여성을 취한 뒤 애를 낳고 도망쳐 코피노(한국인 아빠를 둔 필리핀 2세)가 많은데 사회는 그 아이를 관용적으로 받아준다"며 "우리나라 같으면 외국 사람이랑 잘못된 아이를 낳으면 버리거나 입양하거나 낙태(임신중지)를 할 텐데 필리핀은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은 여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뭘 해서라도 아이를 키운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위키트리>에는 '김행 기자'의 이름으로 '가슴 성형을 하지 않고도 가슴을 크게 만드는 방법', '여성은 시간과 돈의 곱이어서 여성은 문제(WOMEN=PROBLEMS)', '남자가 여자에게 반하는 이유는 예뻐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기사가 게시됐다.

논란이 일자 김 후보자는 21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제가 언제 강간당해도 낳으라고 했나. (필리핀 임신중지) 발언의 핵심은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적에'로 한정한 것"이라며 "여성이 설사 강간당해 임신했더라도 낙태(임신중지)는 불가하며 무조건 출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단 1초도 가져본 적 없다"고 해명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형법상 임신중지를 전면 금지한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여성계 "김행, 반박 말고 비전 설명하라"

김 후보자가 지명 첫날 "여성가족부가 존속하는 동안 국민들과 소통을 활발히 하겠다"며 부처 폐지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한 데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김혜정 소장은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면 성평등 정책과 여성폭력을 예방하는 정부 정책이 급격히 위축된다"며 "예컨대 임신중지도 한국사회가 여성을 형사적 처벌로 엄단하는 (사법적) 관점으로 접근해 와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는 정부 정책에 젠더 관점을 반영해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소하는 부처"라며 폐지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수현 대표도 "성차별은 '엄벌주의'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며 "여성가족부는 여성폭력에 타 부처와 협업할 수 있는 (유일한) 부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여성계에 훌륭한 다른 인재들이 충분함에도 김 후보자와 같은 사람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라며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2024년 여성가족부 예산 삭감과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태그:#김행, #임신중지, #여성가족부, #여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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