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합계 435cm, 체중 합계 316kg. 과거 한국 씨름을 양분하던 두 명의 '골리앗' 최홍만(27)과 김영현(31)이 격투기 연말 대회에 나란히 출전한다.

 

매년 12월 31일에 벌어지는 연말 대회는 승패보다는 한 해를 마감하는 '이벤트'의 성격이 짙지만, 최홍만과 김영현은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없다.

 

테크노 골리앗, '60억분의 1'을 만나다

 

 '최강' 효도르를 상대하는 최홍만의 '무한도전'

'최강' 효도르를 상대하는 최홍만의 '무한도전' ⓒ 윤대근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은 31일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열리는 프라이드FC의 마지막 대회인 '야렌노카!오미소카'에서 '얼음 주먹' 에밀리아넨코 효도르(31·러시아)와 그라운드 기술이 허용되는 종합격투기 방식으로 대결을 벌인다.

 

'60억분의 1', '지상 최강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이 따라 다니는 효도르는 두 말할 필요 없는 종합격투기의 최강자.

 

종합격투기 경험이라고는 작년 K-1 다이너마이트에서 개그맨 출신의 바비 올로건(나이지리아)과 싸운 게 전부인 최홍만에게 효도르는 너무나 벅찬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미스 매치'가 성사된 이유는 최홍만이 가진 상품성 때문. 종합격투기 최강자임에도 불구하고 체격(182cm 105kg)이 그리 크지 않은 효도르가 218cm 160kg의 '거구' 최홍만을 상대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격투기팬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최홍만에게 승산은 거의 없다. 최홍만은 효도르전을 대비해 '암바의 제왕' 윤동식으로부터 그라운드 기술을 전수받았지만, 한 달도 안 되는 '속성 과외'로 타격과 서브미션이 모두 능한 효도르의 파상 공세를 막아 내기란 쉽지 않다.     

 

1라운드 10분, 2라운드 5분이라는 프라이드FC의 경기 방식도 최홍만에게는 부담스럽다. 3분 3라운드의 K-1 입식룰에서도 경기 종반 체력적인 부담을 크게 느꼈던 최홍만이 숨 돌릴 틈 없는 종합룰에서 휴식 없이 10분을 견뎌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부담스런 일전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승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최홍만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경기는 지난 K-1 월드그랑프리(WGP)처럼 승패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효도르가 마이티 모(미국)나 제롬 르 밴너(프랑스)처럼 최홍만이 빚을 갚아야 할 상대도 아니다.  

 

최홍만은 지난 3월 마이티 모에게 생애 첫 KO패를 당한 이후, 경기 스타일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변해 격투기팬들을 크게 실망시킨 바 있다. 최홍만이 이번 경기를 통해 저돌적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던 '초심'을 되찾는다면, 효도르전은 승패를 떠나 최홍만 격투기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김영현, '골리앗'의 원조는 바로 나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원조 골리앗' 김영현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원조 골리앗' 김영현 ⓒ 윤대근

'원조 골리앗' 김영현은 31일 일본 오사카 쿄세라돔에서 열리는 'K-1 2007 다이너마이트'에서 니콜라스 페타스(34·덴마크)와 입식룰로 경기를 벌인다.

 

김영현은 지난 9월 29일 서울에서 열린 K-1 WGP 개막전에서 야나기사와 류시(일본)를 판정으로 꺾고 무난한 격투기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격투기 전향 후 태국에서 무에타이를 연마한 김영현은 날카로운 펀치와 킥의 연타를 선보이며 탄탄한 기본기를 과시한 바 있지만, 자신의 기량을 모두 쏟아 내기엔 상대가 너무 약했다.

 

이번에 상대하게 될 페타스는 극진 가라데의 창시자인 고(故) 최영의의 '마지막 수제자'로 알려진 파이터. 지난 2005년에는 레미 본야스키(네덜란드)전을 앞둔 최홍만에게 발차기 기술을 전수했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다.

 

그러나 화려한 수식어에 비하면 K-1에서의 성적(5승 8패)은 다소 초라한 편. 페타스는 2001년 K-1 WGP 파이널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2002년 경기 도중 정강이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오랜 기간 K-1 무대를 떠나 있었다.

 

이후 2006년 12월 31일 'K-1 2006 다이너마이트'에서 전격 복귀했지만 바다 하리(모로코)에게 2라운드 KO패를 당했고, 지난 8월 홍콩 대회에서도 피터 아츠(네덜란드)에게 2라운드에 무너지고 말았다. 한 마디로 '정상급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베테랑 파이터'가 바로 페타스의 현 위치.

 

김영현에게는 무척 적당한, 그러나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만약 김영현이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페타스를 꺾는다면, 김영현은 내년부터 곧바로 K-1 WGP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러나 김영현이 노련한 페타스를 상대로 '격투기 초심자'의 한계를 드러낸다면, 이미 최홍만이라는 '골리앗'을 보유한 K-1에서 굳이 김영현을 급하게 메이저 무대로 올릴 이유가 없다.

 

물론 차분하게 단계를 밟고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늦은 나이에 격투기로 전향한 김영현으로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세계 격투기팬들에게 '원조 골리앗'의 존재감을 알릴 필요가 있다.

 

씨름판에서는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최홍만과 김영현이 2007년의 마지막날, 격투기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7.12.30 11:02 ⓒ 2007 OhmyNews
최홍만 김영현 K-1 프라이드F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