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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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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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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법원이 1심 법원 판단을 뒤엎고 2021년 말 이뤄진 조선대학교 공연예술무용과 전임교원 채용 과정에 학과장 주도의 채용 비리가 개입됐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은 당시 조선대 무용과 학과장이 특정 지원자 합격을 위해 심사위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학교 측이 법령마저 위반하면서까지 심사 기준을 급히 변경하는 등 채용 절차를 불공정하게 진행한 결과, 최종 합격자가 바뀌었다는 취지의 판단까지 내놓았다.

광주고등법원 민사2부(재판장 양영희)는 A씨가 조선대학교를 상대로 낸 '전임교원 임용 무효확인의 소'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다면 원고 A씨가 전임교원으로 임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에게 3000만 원의 위자료(정신적 손해배상금)를 지급하라고 조선대학교에 명령했다.

다만 A씨가 청구한 임용 무효 확인에 대해선 "임용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된다고 하더라고 기판력이 최종 임용된 C씨에게 미치지 않아 실익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총 3단계로 구성된 당시 교원 채용 절차 중에서 공개 강의 심사인 2단계 심사에 비리가 개입됐다고 결론지었다.

특정 지원자(C씨) 채용을 위해 무용과 학과장 B씨가 심사위원에게 C씨가 누구인지 지목하고, 실기 평가 방법도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갑자기 변경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단계 심사 당일, 학과장 B씨가 심사위원 중 한 명인 계명대 무용학과 교수에게 "첫 번째야"라고 말한 행위(최종 임용된 C씨를 지목)는 C씨에게 높은 점수를 달라는 취지로 심사위원에 청탁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2022년 5월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 대책위가 조선대 총장실 앞에 대자보를 부착했다.
 2022년 5월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 대책위가 조선대 총장실 앞에 대자보를 부착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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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교수에게 "첫번째야"라고 가리킨 청탁 행위에 대해, 재판부는 "1단계 심사(서류심사)에서 원고 A씨는 25.55점을 받고, C씨는 21.95점을 받았는데, 학과장은 이러한 결과를 뒤집기 위해 2단계 공개강의 심사에서 학과장 자신 혹은 C씨와 친분이 없는 심사위원인 계명대 무용학과 교수에게 C씨에게 높은 점수를 줄 것을 청탁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2단계 심사 결과 원고 A씨는 26.67점을 받는 데 그친 반면, C씨는 40점 만점을 받았다. 재판부는 큰 점수 차이를 두고 "심사위원에게 채점에 관한 재량이 부여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학과장 B씨의 부정한 청탁으로 인해 이러한 점수 차이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면접심사인 3단계 심사에선 원고 A씨가 28점, C씨가 25점을 얻은 사실을 짚으며 2단계 심사의 불공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초 20분이던 지원자별 공개 강의 시간이 30분으로 2단계 심사 당일 변경된 것을 두고도 재판부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공개 강의 시간이 20분인지 30분인지에 따라 강의기법, 내용, 시간 배분 등을 다르게 구성할 수밖에 없고, 사전에 고지된 강의 시간을 바탕으로 지원자들이 준비한 공개 강의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진행됐는지에 따라 심사 점수가 결정된다며 갑작스러운 심사 기준 변경은 법령 위반임을 강조했다.
  
2022년 6월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가 광주광역시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6월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가 광주광역시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조선대 무용과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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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재판부는 조선대 무용과는 2017년 교육부 지시에 따라 모든 실기 시험은 동영상을 촬영해왔으나 유독 이 사건 채용 절차 2단계의 동영상은 촬영되지 않은 점 또한 채용 불공정을 짐작하게 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공개 채용 1단계 및 3단계 심사 결과 각 1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으므로, 2단계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다면 원고가 전임교원으로 임용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 2단계 심사가 불공정하게 이뤄짐에 따라 공정한 심사를 받을 합리적 기대권 및 인격권 등을 침해 당한 원고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대학교는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위법행위를 부인함으로써 원고의 정신적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며 "조선대학교의 불법행위는 대학교원을 신규채용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성 정도가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법원 재판부(재판장 임태혁)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심사 결과가 부당하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2022년 12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채용비리 및 학교 발전기금 요구 등 의혹을 받던 조선대 무용과 학과장 B씨를 상대로 1년가량 수사를 벌였으나 지난 5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조선대학교 본관
 조선대학교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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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선대 무용과, #교수 채용비리, #광주지법, #광주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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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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