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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청운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3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특별세션으로 마련된 '언론 자율성의 위기, 한국의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돌아보다' 현장. 왼쪽부터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 박기묵 노컷뉴스 기자, 김경희 한림대학교 교수, 서수민 서강대학교 교수, 홍혜영 TV조선 기자, 이웅 연합뉴스 기자.
 14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청운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3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특별세션으로 마련된 '언론 자율성의 위기, 한국의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돌아보다' 현장. 왼쪽부터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 박기묵 노컷뉴스 기자, 김경희 한림대학교 교수, 서수민 서강대학교 교수, 홍혜영 TV조선 기자, 이웅 연합뉴스 기자.
ⓒ SNU팩트체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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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16일 오전 10시 4분] 

정부가 직접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나선 반면, 네이버가 국내 유일의 민간 팩트체크 플랫폼인 'SNU팩트체크' 지원을 중단하면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허위정보 규제,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 위축시켜선 안돼"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은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청운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3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발제문에서 "허위정보의 규제는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라는 헌법적인 권리를 침해하거나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충족하기 위해 민간이 그 규율의 참여자로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가짜뉴스인지 여부를 사전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허가 및 검열 금지에 해당하며, 사후적인 제한의 경우도 가짜뉴스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경우 정부가 그 판단주체가 된다는 것은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언론 자율성의 위기, 한국의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돌아보다'는 주제로 열린 특별세션에서는 최근 네이버의 SNU팩트체크 재정 지원 중단이 화두였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와 한국언론학회를 통해 언론사 팩트체크 활성화 사업을 후원해 왔지만 지난 8월 말 갑자기 중단했다. 공교롭게 국민의힘에서 SNU팩트체크가 '좌편향'이라며 네이버의 재정 지원을 문제 삼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 조사에 나선 뒤에 나온 조치여서 '정치적 압력' 논란이 일었다.(관련기사 : 네이버, SNU팩트체크 서비스 중단... 여당 '외압' 논란 https://omn.kr/25sb2)

그동안 공개적 입장을 내지 않았던 정은령 센터장은 이날 'SNU팩트체크 6년 활동으로 돌아본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 성과와 의의, 한계와 과제'란 발제문에서 "플랫폼 기업의 이탈과 재정지원 중단은 SNU팩트체크 플랫폼의 유지는 물론, (중략)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지속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SNU팩트체크는 저널리즘 중심의 팩트체크 모델로서,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언론사들의 자율적인 대응기구의 사례"라면서 "허위정보의 억지가 제1의 과제로 표방되는 사회라면, 더욱 검증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언론의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계-학계-플랫폼 기업이 유권자와 정보 소비자들의 공적 사안에 대한 지식과 이해의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6년 넘게 성장시켜온 협력 모델에서 플랫폼 기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탈한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 2017년부터 6년에 걸쳐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걸이 원칙'에 따라 연간 10억 원씩 모두 60억 원을 SNU팩트체크에 지원했고, 이는 대부분 '팩트체크 인턴십',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 '한국팩트체크대상', '팩트체크 디플로마' 등 언론사 팩트체크 활성화 사업에 사용됐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정부여당 정치인 발언에 대해 '거짓' 판정한 비율이 80%에 이른다는 이유로 '좌편향'으로 규정했지만, 32개 언론 제휴사 가운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SBS, TV조선, 채널A, MBN 같은 보수 성향 언론사 비중이 더 높다.

SNU팩트체크 제휴 팩트체커들도 지난 9월 2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우리는 보수를 지향하지도, 진보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팩트를 지향한다. 진실에 복무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고 밝혔다.

"국제 팩트체크 행사 3개월 만에 위기맞은 한국"... 국제 관심사로 떠올라
 
지난 6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10' 첫날 한국 팩트체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와 SNU팩트체크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75개 국에서 550여 명의 팩트체커와 언론인, 학자 등이 참여했다.
 지난 6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10' 첫날 한국 팩트체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와 SNU팩트체크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75개 국에서 550여 명의 팩트체커와 언론인, 학자 등이 참여했다.
ⓒ IF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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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팩트체크 사태는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6월 말 서울 코엑스에서 전 세계 500여 명의 팩트체커들이 참석한 국제 팩트체크 컨퍼런스(글로벌팩트10)를 치른 지 불과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국제 행사까지 열었지만... 한국은 '팩트체크' 위축 걱정 https://omn.kr/24kyn)

정 센터장은 "성공적 '글로벌팩트 10' 유치 이후 SNU팩트체크 활동이 중단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글로벌 팩트체킹 커뮤니티는 충격을 받았고, 대만 등에서는 자국어로 기사를 작성하여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실제 대만팩트체크센터는 지난 5일 이번 사태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한국 정부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치적 수단을 통해 가짜뉴스 퇴치 노력을 강화하는 반면 팩트체크는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관련기사 : 대만에서도 "윤석열 '가짜뉴스 전쟁'에 한국 팩트체크 위기" 보도 https://omn.kr/25z8z)

앤지 홀란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이사도 지난 9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공격이 발생한다"면서도 "다만 IFCN에서 이번 사태를 더 심각하게 보는 건 SNU팩트체크센터가 하는 일에 (정치권 공격이)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침묵하는 한국 언론학계... "학계가 곧고 옳은 소리 내야"

정작 이날 학술대회를 주최한 한국언론학회를 비롯한 국내 언론학계는 네이버의 팩트체크 지원 중단 사태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박기묵 CBS노컷뉴스 기자는 이날 학술대회 발제문('팩트체크 뉴스 우수작 사례로 본 양질 저널리즘 형식에 관한 연구')에서 "최근 국내 언론계에는 팩트체크 사업 등의 종료 등 여러 이슈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한국 언론학을 대표하는 주요 학계는 관련 이슈에 침묵"하고 있다면서, "학계가 목소리를 내고 곧고 옳은 소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태그:#정은령, #SNU팩트체크, #가짜뉴스, #방통위, #한국언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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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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