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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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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쏘아올린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현실성이 없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김 대표는 험지 출마론에 대해 "혁신위에서 아직 제안해 온 바가 없다"(10월 30일)며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아 왔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거론되는 중진 험지론은 현실성이 없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 아니다"라며 "이에 대해 (당대표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혁신위발 '중진 험지출마론'의 겨냥점이 김기현 대표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김 대표를 4선 의원으로 만들어 준 지역구 울산 남구을의 여론도 요동치고 있다. 

울산 남구을의 여론은 양분돼 있는 상태다. "여당의 위기극복과 성공을 위해 김기현 대표가 험지 출마 결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 시점에서 김기현 대표의 험지 출마는 형식적이다. 내년 총선이 어찌될지 모르는 위기상황에서 김 대표가 울산을 지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분분하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험지출마론 찬성'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지역 중진과 원로층에 팽배하다면, '김기현 울산 출마론'은 김 대표 지지층 및 현역 광역·기초의원 등에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울산 남구민 체육대회, 김 대표에 환호한 주민들
 
10월 28일 울산 남구 문수양궁장에서 열린 제21회 구민과 함께하는 한마음 체육대회 개회식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채익 의원, 서동욱 남구청장, 이정훈 남구의회의장 등이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10월 28일 울산 남구 문수양궁장에서 열린 제21회 구민과 함께하는 한마음 체육대회 개회식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채익 의원, 서동욱 남구청장, 이정훈 남구의회의장 등이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울산시 남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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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울산 남구을 지역 저변의 여론은 양분돼 있지만,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김기현 대표를 향한 환대는 여전하다.

지난 10월 28일, 울산 남구 문수국제양궁장 일원에서는 코로나 이후 5년 만에 '제21회 구민 한마음 체육대회'가 열렸다. 울산 남구청은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축제의 장"으로 홍보했지만, 야권과 시민사회는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의 특성상 국민의힘 계열 정치인 및 지지층의 단합도모의 장"이라는 평가가 팽배했다. 

국회의원도 여당, 구청장도 여당, 기초의원 다수 역시 여당 일색이라 여당 국회의원은 행사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참석하는 게 관례로 이어져왔다. 이날도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남구갑이 지역구인 이채익 의원, 서동욱 남구청장 등 정치인들은 주민들과 어울려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김기현 대표를 향한 환대에는 지역 4선 의원에 광역시장까지 역임해 울산지역 맹주 자리를 굳건히 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게다가 다른 울산의 대표 정치인들에 비해 다소 낮은 연령대(1959년생)라는 점, 정치 입문 전 울산시 고문변호사, 울산종합자원봉사센터 이사장, 울산YMCA 이사장 등 울산에서 굳건히 경력을 쌓아온 것도 한몫한다. 

그러나 울산 남구을 여권 인사들의 의견은 상이하다. 이 지역구에서 20여 년간 정치활동을 하다가 은퇴한 한 A씨는 "지금의 환호가 여론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권 현역 기초의원들이나 성장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김기현 대표의 험지 출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겁을 내고 언급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지층 중 일부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치를 오래한 사람들은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이 살려면 김기현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 B씨는 "지역 여권 내 현역 정치인들은 김 대표 험지 출마에 대해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라며 "하지만 전직 초대 시의원들이나 2~3대 시의원을 했던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김 대표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 흐름을 보면, (당이) 위기 때 당대표들이 그렇게(험지 출마) 해왔다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 결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지역 내에서 김기현 대표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펼쳐온 범여권 인사 C씨는 "국민의힘을 살리려면 김 대표 본인 스스로가 총대를 메야 한다. 총대는 험지에 가는 거다. 맹장이라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울산에서 김기현 대표의 정치적 상징성이 상당하기에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없이 내년 총선에 울산에서 승리할 수 겠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여권 중진 인사들은 "김 대표처럼 널리 알려진 정치인은 없어도 오랜 기간 칼을 갈고 있는 소장파 정치인들이 즐비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일각에선 40대 말 50대 초반인 울산 남구을 출마 예상자 이름까지 회자되고 있다.

"김 대표 험지 출마? 현실성 없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이 10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이 10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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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역 정치인들이나 김기현 대표 지지층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영남권 중진 험지출마론은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다.

최신성 울산 남구의원(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의 험지 출마는 현실성이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울산광역시에도 큰 손해를 끼칠 일"이라며 "최근 '울산 이차전지단지 선정' 등에 기여하고 있는 김 대표의 저력을 타 시·도에 넘겨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구의원은 "시민들이 김 의원을 이 지역에서 4선 의원으로 만들어줬는데, 중진 험지출마론은 시민들의 지지를 배신하라는 말과 같다"며 "지역에서 키우고 호흡을 맞춘 정치인을 일면식 없는 타 지역구로 가라고 하는 것은 지역 정서에 맞지 않다. 내년 총선을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라고 단언했다.

김기현 대표의 측근으로 줄곧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오는 인사 D씨는 중진 험지 출마론에 대해 "말은 나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어떤 준비도 안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런 이야기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추진해야 하는 문제다. 김기현 대표도 이를 알고 있기 대문에 이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봤다. 

혁신위 발 '험지 출마론'에 대한 현역 국회의원들의 분노 역시 감지되고 있어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최근 영남에 지역구를 둔 다수의 여당 중진 의원들이 만찬 회동을 열고 '중진 험지 출마론'에 분노를 표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10월 31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 중진 의원은 '당에서 수도권에 전략공천을 하려 할 경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당이 낸 후보를 이기고 영남을 피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보도했다. 

태그:#김기현, #험지출마론,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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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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