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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아래 '한노보연')가 설립되고 1년 후인 2004년부터 한노보연과 인연을 맺은 금속노조 케이비오토텍지회. 만도기계에서 갑을오토텍으로, 다시 케이비오토텍으로 바뀐 현장 노동조합은 이후 회사의 구조조정과 노조 파괴 시도에 투쟁으로 맞섰다.

노동조합 활동에서 무엇보다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통해 주체를 세우는 데 집중한 지회는 오랜 기간 한노보연과 실력을 키워왔다. 쉽지만은 않았던 긴 시간 노동안전보건활동의 보람, 한노보연과의 인연, 최근 세대 교체까지, 안재범 사무장, 이활기 노동안전부장, 이종성 부지회장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노동조합 강화를

2000년대 초반, IMF 이후 투기 자본이 들어오고 지분이 매각되면서 조합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고용은 불안정한 상황이 많은 제조업 사업장과 유사했다.

안재범(아래 '안') : "노동안전 사업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IMF 이후 2004년 경에 투기 자본 들어오고 지분이 매각되기도 하면서 우리는 실체 없는 싸움을 하게 된 상황이었죠. 그러다가 두원정공지회 얘기를 접합니다. 두원에서 근골격계 투쟁으로 해고를 막아냈다는 얘기를요. 우리도 조직 활동을 어떻게 할지, 주체를 어떻게 세울지 고민했죠. 작업환경측정, 특수건강검진에 조합원을 어떻게 참여시킬까 고민하고요. 그렇게 참여를 늘려가면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위험성평가로 이어갔어요. 이렇게 하니까, 현장 동지들이 우리한테 얘기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조합원들이 직접 개선방향까지 제시하게 됐죠.

한노보연 이훈구 동지와 위험성평가 얘기하고, 안전보건지킴이 만들어보자고 하고,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시트지랑 위험성평가 시트지를 현장에 쓰이게 하려고 했어요. 이훈구 동지는 저희 지회 331번 조합원이었어요.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같이 하셨죠. 노동안전 사업을 할 때도 실행위원 조직을 중시했어요.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면 현장에도 들어갈 수 있으니 현장과 소통할 큰 매개가 된 겁니다. 2015년에 회사가 노조 파괴 하려고 했을 때 노동조합 투쟁 기틀을 마련한 셈이 됐어요."

회사가 노조 파괴를 시도할 때도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다져둔 조직력은 그 힘을 발휘했다.

안 : "회사가 노조 파괴하려고 몰아붙일 때 조합원들이 휴가 중간에 와서 투쟁 함께 할 수 있을지가 당연히 걱정이 됐어요. 회사는 대체 근로자로 관리직을 투입했는데, 우리가 특수검진 받았는지, 특별안전교육 했는지 확인했거든요. 회사가 안 했어요. 여기에 대해 노동청 천안지청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회사를 고발했고, 그 결과로 부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집니다.

회사는 관리직들을 계속 현장에 투입하려고 시도했는데, 그때 지회에서 조합원 결집을 결정했고 300명이 휴가 중인데도 공장으로 모였어요. 그러니까 회사가 다시 현장 투입 시도를 못 하게 됐고, 그때 노동안전 사업으로 조합원들과 쌓아온 것들이 빛을 발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현장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어요. 회사도 노동조합 덕분에 사고율 떨어지고요. 이제는 산재 불승인 나도 확정되는 기간까지는 정상 근무로 인정해줘요. 전술적으로 봐도 유효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주요 노동안전활동의 목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상태인 요즘 지회의 목표는 무엇일지 물었다.

이활기 :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나 위험성평가의 목표는 현장을 개선하는 것이잖아요? 개선 활동할 때 조합원이 원하는 걸 못 만들어낼 때 많이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공장이 워낙 오래전에 지었던 공장이라 구조적으로 개선이 안 되는 부분도 많이 있어서 아쉽죠.

설비는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편이에요. 최근 현장에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려고 공간도 마련하고 준비 중인데, 이 설비는 시작부터 노동자 몸에 맞추려고 노동조합에서 같이 점검하고 준비하고 있어요."

   
사업장 활동에서 지역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의 확대

충청도에는 제조업 외에도 화학산업 등 다양한 현장이 있다. 케이비오토텍 지회 활동을 넘어, 한노보연과 함께 집중한 지역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안 : "한노보연은 교대제나 근골격계 직업병 같은 영역에서 한 발 빠른 활동을 했다고 생각해요. '연구소가 쭉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훈구 동지가 현장에 정말 많이 다니셨어요. 우리 현장에 제안도 많이 하시고요.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설립이나 지역에서의 노안 활동 역량 구축하는 일에도 많은 역할을 하셨죠.

서산에 화학단지도 많고 플랜트 사업장도 많잖아요. 서산에서 중대재해 예방 활동을 공격적으로 했고, 작업중지 시행도 철저하게 했죠. 중대재해 일어나면 전면 중지 만들어내고, 노동부 점거 투쟁도 세게 하고요. 이럴 때 이훈구 동지나 손진우 동지가 계속 같이 하셨고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사망사고 나고 다 같이 투쟁 벌일 때 저나 다른 충청 활동가들이 그간 쌓아온 것을 다 쏟아냈어요. 노안활동가들이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활동도 했고요. 태안 조사 들어갈 때 노동부 투쟁도 하면서요. 한노보연이 사업장에서 했던 활동이, 특히 주체 세우기 같은 것이 이런 투쟁에서 빛을 발했다고 생각합니다."

 
케이비오토텍지회 이종성 부지회장(왼쪽), 안재범 사무장(가운데), 이활기 노동안전부장(오른쪽)
 케이비오토텍지회 이종성 부지회장(왼쪽), 안재범 사무장(가운데), 이활기 노동안전부장(오른쪽)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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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오토텍지회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활발하게 해온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그렇지만 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꿔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새로운 조합원들과 박자를 맞춰 나가는 일도, 여러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을 바꿔나가는 것 역시 남겨진 과제다.

이종성 : "새로 채용되어 지회에 가입한 조합원들과 맞춰 나가는 일도 지회에서 해야 할 일인데요. 예전에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면 다 같이 하는 편이었다면 요즘은 이해가 되지 않으면 바로 질문을 한다는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임금, 단체협약, 노동안전보건활동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이 조합원들이 새로운 주체로 설 수 있으니까요. 학습한 만큼 임금 질문도 잘 하고, 또 "아프면 조합에 가본다"는 게 모두에게 퍼져있어요. (웃음) 지금까지 잘 쌓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안 : "도돌이표 도는 것 같아서 고민이 듭니다. 어느 현장에서 한 동지가 사고 후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부서 이동을 요구했는데 안 된 일이 있어요. 그런데 이 노동자가 자살했어요.

이럴 때 노동조합에서 이건 자본에 의한 살인이라고 외치면서 싸워야 하는데 이런 게 잘 안되거든요. 이런 걸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고, 현장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조직이 왜 어려운지 이런 걸 같이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고민을 현장 회원들이 한노보연과 나누는 게 잘 이루어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0, 11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KB오토텍지회, #위험성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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