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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신군부 하나회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 44년이 되는 12월 12일 부산대학교 학내에 한 학생이 내 건 <서울의 봄>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전두환의 신군부 하나회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 44년이 되는 12월 12일 부산대학교 학내에 한 학생이 내 건 <서울의 봄>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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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터질듯한 분노와 함께 가슴 한편에 답답함이 느껴진 이유는 그때의 불의한 권력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 때문입니다."
 

<서울의봄>이 개봉 20일 만에 누적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의 한 축에는 'N차 관람', '심박수 챌린지' 등을 이어가고 있는 20~30대 젊은 층, 이른바 MZ세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2.12를 맞아 부산 대학가에 "독재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라는 내용의 대자보까지 등장했다.

서울의 봄 흥행 이후 첫 자보 "불의한 권력 반복"

12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정리하면,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 하나회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 44년이 되는 이날 오전 부산대학교와 부경대학교 교내에 실명 대자보가 각각 나붙었다. 부산대는 '행정학과 4학년 오OO', 부경대는 '패션디자인학과 4학년 왕OO' 명의가 달렸다.

부산대 자연대 쪽에 대자보를 게시한 오아무개 학생은 "서울의 봄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라며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거론했다. 신군부의 만행을 열거한 그는 영화의 시간에서 40여 년이 흘렀음에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날 선 질문을 던졌다.

'검찰공화국' 지적을 받는 윤석열 정부를 전두환 독재 시기와 비교하기도 했다. 이 학생은 "윤 대통령이 검찰독재를 하고 있다"라며 과거와 닮은 꼴이라고 평가했다. 잇단 해외순방 등 대통령의 활동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반대 측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법은 정작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마이뉴스>와 연락이 닿은 오아무개 학생은 "영화를 관람하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마지막 장면은 더 화가 났다. 그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쿠데타 날짜에 맞춰 글을 적게 됐다"라고 말했다. 역사가 스포인 <서울의 봄>은 신군부의 단체사진을 띄우고 정부와 정치권의 요직을 독차지했던 이력을 나열한다.

왕아무개 부경대학교 학생이 호연관 인근에 붙인 대자보도 비슷한 내용이다. 그는 직접 적은 글에서 군사반란으로 들어선 신군부가 다시 광주로 총칼을 겨눴다며 '불의의 역사'를 상기했다. 그러면서 군사독재 시기의 모습을 2023년 현재로 투영했다.

자리만 바뀌었을 뿐 "검찰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모인 권력이 하나둘 모여 국정원부터 대통령실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라는 비판이다. 왕아무개 학생은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를 기억하자"라고 호소했다.
 
전두환의 신군부 하나회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 44년이 되는 12월 12일 부산대학교 학내에 한 학생이 내 건 <서울의 봄>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전두환의 신군부 하나회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 44년이 되는 12월 12일 부산대학교 학내에 한 학생이 내 건 <서울의 봄>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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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 하나회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 44년이 되는 12월 12일 부산 부경대학교 학내에 <서울의 봄>대자보가 붙어 있다.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 하나회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 44년이 되는 12월 12일 부산 부경대학교 학내에 <서울의 봄>대자보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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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부산대, 부경대에 부착된 학생들의 대자보 전문이다.

[부산대학교 대자보]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며

영화 '서울의봄'을 보며 분노와 슬픔, 답답함 등 여러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시간에서부터 벌써 40년이 넘은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저만 드는 생각은 아닐 겁니다.

먼저 신군부라 불리는 자들이 하나회라는 사조직을 동원하여 권력을 찬탈하려는 그 권력욕에 분노스러웠습니다. 그 추잡한 권력욕은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자신만의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권력욕은 이에 저항하는 많은 이들의 피를 흘리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천인공노할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부와 권력을 거머쥐며 살아갔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며 분노가 치밀어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자들이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차지했다는 것이 얼마나 치욕스럽고 분노스러운 역사일까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이들의 단체 사진이 실제 하나회의 단체 사진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을 때 이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봄이 왔을까요? 군사독재를 한 전두환, 그리고 검찰독재를 한 윤석열 대통령. 국민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위하는 모습이 닮아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분들이 아닌 일본의 입장에서 판단하며 일본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는 대통령, 국민을 위한 예산은 깎지만, 해외순방을 위한 예산은 펑펑 쓰는 대통령. 자신에게 반대하는 목소리는 탄압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법은 전부 거부하는 모습이 독재가 아니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런 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현실도 닮아있습니다.

독재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것이 영화의 교훈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그 봄을 되찾는 그날이 오기를, 영화를 보며 분노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산대 행정학과 오OO


[부경대학교 대자보] "실패하면 반역, 승리하면 혁명" 이라고요?

최근 영화 <서울의 봄>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12월 12일 그날의 역사. 오늘은 12.12쿠데타가 일어난 날입니다.

1979년 전두환은 '반역행위'로 군부독재 시대를 열어냈고, 영화 속 그날의 역사는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며 끝이 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의 기억을 '성공한 혁명' '승리의 역사'라 보지 않습니다.

불의하게 잡은 권력이 1980년 광주에서 그리고 1987년 대학가에서 총으로, 칼로, 수류탄으로 수많은 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해나간 불의한 역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회를 중심으로 모인 불의한 권력들이 하나둘 모여 자신들의 반역행위를 혁명이라 포장하고, 그에 걸림돌이 되면 반역자로 삼는 전두광의 모습을 보며 2023년 현재를 살펴봅니다.

검찰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모인 권력이 하나둘 모여 국정원부터 대통령실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권 편에 줄 서지 않으면 언제든, 어떻게든, 그게 누구든 반역자로 만들기 위해 '법과 원칙'을 들이댑니다.

정권에 맞서 목소리 외치는 시민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이용해 방송국과 언론까지 탄압하며 검찰독재를 일삼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터질듯한 분노와 함께 가슴 한편에 답답함이 느껴진 이유는 이렇듯 그때의 불의한 권력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역사를 기억합시다.

-부경대 패션디자인학과 4학년 왕OO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이 손익분기점(460만명)을 넘어 누적 관객 수 500만명 돌파를 앞둔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영화표를 구입하고 있다.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이 손익분기점(460만명)을 넘어 누적 관객 수 500만명 돌파를 앞둔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영화표를 구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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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울의봄, #전두환, #1212,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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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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