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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민참여 기본조례에 의거, 6358명 시민 서명으로 청구한 ‘시민공청회’ 개최를 서울시가 거부했다. 이에 '우리 모두의 교통운동본부'는 서울시청 서편 광장에서 '직접 여는' 시민공청회를 개최했다.
 서울시 시민참여 기본조례에 의거, 6358명 시민 서명으로 청구한 ‘시민공청회’ 개최를 서울시가 거부했다. 이에 '우리 모두의 교통운동본부'는 서울시청 서편 광장에서 '직접 여는' 시민공청회를 개최했다.
ⓒ 우리 모두의 교통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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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해소를 명목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대중교통 요금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동시에 비용 절감을 위한 지하철 인력 감축과 외주화가 추진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얘기하지만, 그 책임과 비용은 노동자, 시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꼴이다. 공공성의 퇴행에 맞서는 가장 첨예한 투쟁 현장이 된 '대중교통 운동'은, 기후위기 대응과 동시에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당사자들의 민주적 참여를 확보하는 '기후정의 운동'이기도 하다.  

공공교통에 '적자 해소' '인력 감축' 내건 서울시

기후위기 대응의 확실한 해법 중 하나는 자동차를 줄이는 것이다. 자가용 수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것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하고 획기적인 공공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적자 해소'라는 프레임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져야 하는 책임을 과감하게 회피함과 동시에, 마치 공공이 이윤 추구를 목표로 운영돼야 한다는 왜곡된 인식을 전파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중교통 운영 적자도, 서울교통공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 추정액 6300억 원 중 절반가량인 '무임 수송에 따른 손실(3152억 원)'도 시민과 노동자의 부담으로 전가됐다. 서울시는 자신들의 교통 요금이 저렴한 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저렴한 정기권이 일상화돼 있으며 대중교통 운영비에서 요금 수입 비중이 낮은 타 도시의 사례로 간단히 반박된다.

프랑스의 경우 대중교통 시스템을 통해 노동자들이 출근할 수 있어 혜택을 보는 사업장들이 '교통세'를 납부한다. 문제는 적자가 아니다. 국가책임과 사회적 연대에 기반해 대중교통을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시민공청회 청구 등 행동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발표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분의 1/10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주머니에서 요금을 털어 그 일부를 다시 지원하는 기만적인 행위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연 1만3000대의 승용차 이용 감소 효과를 내세우지만, 자가용 이용자들의 대중교통 유입 효과가 불명확할뿐더러 무상 교통 도입으로 2년간 승용차 430만 대를 감축한 경기도 화성시 사례를 생각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는 2026년까지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2212명을 감축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11월 9일부터 이틀간 경고 파업에 돌입했고, 22일부터 2차 파업을 준비했다. 전날인 21일, 인력 문제에 대해 계속 협의하겠다는 내용으로 협상이 타결되면서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많은 참사에서 보았듯, 인력의 외주화는 노동자 안전을 침해해 왔다. 신당역 참사 이후 서울교통공사 역무원들은 '단독근무 방지하는 인력 충원'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10명 중 9명은 '나홀로 순찰'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서울 지하철 여성 청소노동자 3명 중 1명이 고용주 혹은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했지만, 1~2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지는 노동자들이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 방식으론 기후위기 해결할 수 없다

기후위기에서 노동권, 공공성의 문제까지, '교통 운동의 전면화' 속 시민과 노동자들은 대중교통을 둘러싼 쟁점을 함께 직시하고 행동하고 있다. '시민 부담보다 정부, 국회 책임이 먼저'라는 민주노총의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지원) 법 제정 요구,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인력 감축에 반대하며 대중교통 강화를 얘기하는 시민들의 요구는 공동의 요구가 된다. 모두를 위한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동자, 시민들이 교통 정책 수립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기구를 마련하고 참여 범위와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마찬가지다.

생태·사회적 위기를 축적해 온 기성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기후 시민', '녹색 계급', '노동자 계급'...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면한 위기를 바꾸고자 하는 이들이 더 모였으면 한다. 더 긴밀히 모여서, 수익 창출과 비용 절감을 위해 굴러가는 낡은 자본주의를 부수고, 기후정의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함께 행동하는 '공공교통 계급'이 되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상현님은 한노보연 기후정의팀에서 활동하는 회원이자 우리 모두의 교통운동본부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12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공공대중교통, #기후정의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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