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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 외압 및 경찰 지휘부 개입 정황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23년 8월 2일과 3일 ‘해병대수사단 제1광역수사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형사과 강력범죄수사대 팀장의 통화 녹취록’ 2건을 공개하고 있다. ⓒ 권우성
 
[기사보강 : 16일 오전 11시 28분]

지난해 경북지역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순직한 고 채 상병 사건을 조사했던 해병대수사단이 경찰로 이첩했던 관련 자료를 국방부가 회수하는 과정에 경찰지휘부가 개입된 정황이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2일과 3일 해병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담당 팀장 간 통화 녹취 2개를 공개했다.
 
지난해 8월 2일 오전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지만, 같은 날 오후 7시 20분경 국방부 검찰단은 관련 기록을 회수했다.
 
해병대 수사관과 경찰 수사관 사이의 첫 번째 통화는 군 검찰이 기록을 회수해간 직후인 2일 오후 8시 15분경 이루어졌다.
 
통화에서 해병대 수사관은 경북경찰청 팀장에게 "오늘 저희가 사건을 정확하게 인계를 드렸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라고 경북경찰청이 해병대수사관으로부터 기록을 인계 받은 것이 아니고 자료를 제공받았다는 애매한 입장을 표명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에 경북경찰청 팀장은 '내부 검토 중에 있다'고 얼버무렸는데, 이때는 이미 군 검찰이 관련 기록을 회수해간 후였다.
 
그러자 해병대 수사관은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말씀 다 드렸습니다", "청(대통령실)에서 분명 '외압이 들어올 거다'라고 저희가 말씀드린 건데"라고 말했다.
 
이같은 녹취로 미루어보면 해병대 수사관은 당일 오전 기록 이첩 과정에서 수사외압이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말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병대 수사관 3명이 경북경찰청에서 기록을 이첩할 당시 경북경찰청 측에서는 강력범죄수사대장을 비롯해 경찰관 다수가 동석하고 있었던 걸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 팀장은 해병대 수사관의 말을 반박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지휘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군인권센터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2일과 3일 해병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담당 팀장 간 통화 녹취 2개를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지난 2023년 8월 2일 ‘해병대수사단 제1광역수사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형사과 강력범죄수사대 팀장의 1차 통화 녹취록’이다. 지난해 8월 2일 오전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넘겼지만 같은 날 오후 7시 20분경 국방부 검찰단은 관련 기록을 회수했다. 기록 회수 직후인 오후 8시 15분에 이뤄진 첫 번째 통화에서 해병대 수사관은 경북경찰청 팀장에게 “오늘 저희가 사건을 정확하게 인계를 드렸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라며 기록회수에 대해 항의했다. ⓒ 김도균/이종호

흐느끼는 목소리로 "알고 있습니다" 답한 경북경찰청 팀장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 외압 및 경찰 지휘부 개입 정황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23년 8월 2일과 3일 ‘해병대수사단 제1광역수사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형사과 강력범죄수사대 팀장의 통화 녹취록’ 2건을 공개하고 있다. ⓒ 권우성

군인권센터는 이 같은 통화기록을 통해 경찰 지휘부가 이첩 기록 탈취 이후에 이첩 과정과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경찰 지휘부가 정당하게 이첩절차를 밟은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에 넘겨 주고 그 행위를 정당화할 명분을 찾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군인권센터는 "만약 국방부 검찰단에 기록을 내준 일이 절차상 문제될 일이 아니었다면 늦은 시간까지 경찰 지휘부가 이 사안을 토의하고 있었을 까닭이 없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 녹취는 8월 3일 해병대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군 형법상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되고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수사단을 압수수색하는 상황에서 해병대 수사관이 경북경찰청 팀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내용이다.
 
해병대 수사관은 "저희가 범죄자 취급받으면서 지금 압수수색 당하고 있습니다"라며 "왜 경북청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십니까",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실 규명을 위해서 그 책임자를 찾고 진실 밝히고 이게 뭐가 잘못됐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또 "무슨 근거로 사건 기록이 그렇게 가야되고, 왜 경북청에서는 이첩받았다고 정당하게 말을 못하시고,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를 잘 모르겠습니다"라며 경북경찰청의 침묵에 항의했다.
 
경북경찰청 팀장은 계속 한숨을 쉬며 "그거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밝혀질 건 밝혀져야죠"라면서도 "그게 어떻게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당혹해 했다.
 
또 해병대 수사관은 "이거 나중에 밝혀지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는 겁니까"라며 "우리는 겁이 안 나서 이렇게 했습니까? 겁났으면 이렇게 말도 안 했습니다. 주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모든 걸 솔직하게 다 털어놓지 않았습니까"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해병대 수사관은 "진실을 이렇게 왜곡할 줄은 몰랐습니다"라며 "사건이 거기(경북경찰청)으로 가면 철저하게 수사를 좀 해주십시오. 무고한 해병대원이 한 명 죽었습니다"라며 채 상병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경북경찰청 팀장은 흐느끼는 목소리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통화 말미 해병대 수사관은 자신이 "해병대 (병)906기"라고 밝히며 "대선배님이신 걸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이로 미루어 경북경찰청 팀장 역시 해병대 출신인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수사관은 경북경찰청 팀장에게 "필승"이라는 해병대 경례구호로 통화를 마쳤다.
 
군인권센터는 "해병대 수사관은 분노하고 경북경찰청 팀장은 무력감에 눈물을 흘리는 통화 내용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점"이라면서 "경찰에도 윗선의 압박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2일과 3일 해병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담당 팀장 간 통화 녹취 2개를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지난 2023년 8월 3일 ‘해병대수사단 제1광역수사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형사과 강력범죄수사대 팀장의 2차 통화 녹취록’이다.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 수사단을 압수수색한 후 이뤄진 두번째 통화에서 해병대 수사관은 경북경찰청 팀장에게 “왜 사건기록이 이첩됐다고 말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이어 해병대 수사관이 “채 상병 사망을 꼭 잘 수사해달라”고 당부하자 경북경찰청 팀장은 “알고 있습니다”라며 울먹였다. ⓒ 김도균/이종호
 
"녹취, 공익적 목적 우선이라 판단해 법적 검토 거쳐 공개"

한편 군인권센터는 통화녹취 파일 공개와 관련해 "제보 받은 바에 따라 공익적 목적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법적 검토를 거쳐서 공개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박정훈 대령, 생존한 해병들, 오늘 공개한 해병대 수사단과 경찰의 실무자들, 지난해 이미 공개한 해군 군검찰-해병대 수사단 통화에 등장하는 군검사에 이르기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증언을 들어봐야 할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현역 군인이거나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들에게 발언대를 만들어주거나 수사기관이 조사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진술은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외압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절차를 밟아 요구된 국정조사 실시여부를 의장이 판단할 법적 권한이 없음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실시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사위원회 결정권을 이용해 국정조사 진행을 막고 있는 셈"이라고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또 이날부터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결정을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태그:#박정훈대령, #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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