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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지난 22일 보도한 [김용삼의 근대사, 독립투사 안창호의 또 다른 얼굴] 기사. 지금은 인터넷판이 삭제된 상태다.
 매일신문이 지난 22일 보도한 [김용삼의 근대사, 독립투사 안창호의 또 다른 얼굴] 기사. 지금은 인터넷판이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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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지역의 일간지인 <매일신문>이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이 '대한제국 황실의 재미동포 이재민 구호금을 횡령하고 그가 흥사단 내에 암살대를 조직해 독립운동 진영을 분열했다'는 뉴라이트 성향 언론인의 글을 실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삭제했다. 

<매일신문>은 지난 22일 "김용삼의 근대사, 독립투사 안창호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기사를 온라인과 지면판으로 동시에 내보냈다. 김용삼씨는 <조선일보> 기자와 <월간조선> 편집장을 지내고 지금은 <펜앤드마이크> 대기자이자, 이승만학당 교사로 있다. 지난 2019년 7월 <반일종족주의>를 공동 저술했으며 식민지 근대화론을 설파하고 이승만을 찬양하는 뉴라이트 인사로 분류된다.

"안창호가 서북사람 아니면 암살" 여과없이 실어
 
대구·경북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이 뉴라이트 보수 언론인 글을 여과없이 실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삭제한 사실이 알려졌다.
 대구·경북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이 뉴라이트 보수 언론인 글을 여과없이 실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삭제한 사실이 알려졌다.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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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기사에서 김용삼씨는 이상수라는 미주 독립운동가가 쓴 <송철 회고록>을 인용해 1906년 당시 공립협회장이었던 안창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대한제국 황실이 보낸 재미동포 이재민 구호금 3000원을 가로챘고 이를 문제삼은 샌프란시스코 한인 감리교회 문경호 전도사를 피범벅이 되도록 폭행했다고 전했다. 

또 안창호가 이 구호금과 함께 학교를 세운다며 돈을 모아 '서북인들의 비밀결사단체로 신민회를 조직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신민회는 일제가 보안법·신문지법 등을 내세우며 국내 계몽운동을 탄압하자 1907년 안창호, 윤치호, 장지연, 신채호 등 와해된 독립협회와 청년장교 출신 등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비밀결사조직이다.

뿐만 아니라 19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된 흥사단도 서북인들만 모아 조직해 독립운동 진영의 분열을 획책한 조직이며, 안창호가 흥사단 내 암살대를 조직해 서북 사람이 아닌 사람은 살해했다는 주장도 실렸다. 

송철 선생은 1994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로 미주 독립운동과 한인사회발전에 기여한 인물이지만, 1917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1921년부터 이승만이 설립한 대한인동지회에 적극 참여한 인물이다. 그의 회고록은 안창호와 갈등을 빚었던 이승만의 시각이 더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용삼씨는 이를 인용해 미주 독립운동사에서 이승만과 갈등이 있었던 안창호를 횡령범, 지역감정에 앞장선 자로 묘사했다. 

김용삼씨의 연재는 '편향된 기술'로 내부에서도 우려를 낳았다. 지난해 2월 28일 열린 <매일신문> 독자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은 "김용삼씨의 글에 이토 히로부미가 우리나라 근대화를 위해 많은 업적을 이룬 것만으로 나타나 혼란스러웠다. 독자들이 잘못된 인식을 갖지 않고 균형 잡힌 역사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신경써 달라"는 의견을 냈다. 

이 독자위원이 지적한 글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가 대한제국 합병이 아닌 협동자치를 구상하고 일본의 차관을 도입해 식량 증산과 도로 개축, 배수 공사에 주력한 공로가 크다는 극우 보수의 주장을 담았다. 독자위원의 우려에도 <매일신문>은 그를 올해 필진으로 다시 위촉했다.

대구경북흥사단 긴급회의 후 항의방문... <매일신문>, 기사 삭제하고 사과
 
대구경북흥사단 김상경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24일 매일신문사를 항의방문했다.
 대구경북흥사단 김상경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24일 매일신문사를 항의방문했다.
ⓒ 대구경북흥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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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가 나가자 대구경북흥사단은 크게 반발했다. 대구경북흥사단은 보도 이튿날인 23일 긴급회의를 열고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특정 인물(이승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한 인물의 회고록을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악의에 가득찬 내용들을 여과 없이 기술하여 대중에게 공표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자세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날인 24일에는 대구경북흥사단 주요 임원진이 매일신문사를 직접 방문해 항의했다. 김상경 대구경북흥사단 대표는 "평생을 민족의 독립을 위해 헌신해 민족의 스승으로 존경받는 안창호 선생을 민족 분열을 획책한 파렴치한 인물로 치부하고, 모든 국민이 올바른 정신적 자세를 갖추도록 교육하고 수련하기 위해 100여 년을 활동해 온 흥사단을 마치 독립운동가들을 제거하기 위한 암살단으로 매도한 본 기사는 신성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는 행위이며, 수많은 흥사단 단우들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는 처사"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대구경북흥사단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매일신문> 편집국장이 직접 사과하고 정정보도를 약속했다. 김용삼씨도 필진에서 해촉, 더 이상 원고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매일신문이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을 횡령범, 지역감정에 앞장선 자로 묘사한 뉴라이트 계열 언론인 김용삼씨의 글을 실었다가 항의를 받고 삭제했다.
 매일신문이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을 횡령범, 지역감정에 앞장선 자로 묘사한 뉴라이트 계열 언론인 김용삼씨의 글을 실었다가 항의를 받고 삭제했다.
ⓒ 매일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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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일신문측은 약속과 달리 해당 기사를 28일 일요일 오후까지 계속 서비스하다가 대구경북흥사단의 항의를 재차 받고 인터넷판 기사를 같은날 삭제했다. 아직 사과나 정정보도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흥사단은 "고종이 1900달러의 위문금을 보냈을 때 공립협회는 임원진의 만장일치 결의로 일본공사관을 통한 수령 자체를 거부했고 흥사단은 지방색을 극복하기 위해 8도 대표를 선임하고 독립유공자 190여 명을 배출한 현존 최대의 애국단체이며 흥사단 암살단이라는 용어 자체가 완전한 날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안창호, #흥사단, #암살대, #김용삼,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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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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