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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가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오고 있다.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다.
▲ "고발사주" 의혹, 징역 1년 선고 받은 손준성 검사 '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가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오고 있다.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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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간이 모두 끝난 뒤 주어진 추가시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에 극적인 골이 터졌다. 쓸모없는 선수라는 비난을 받으며 벼랑 끝에 몰렸던 그가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한 것이다.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조규성 선수 이야기다. 동시에 같은 날 출범 후 처음으로 유죄를 이끌어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소위 '고발사주 의혹'의 장본인 손준성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주된 혐의인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지만, 공무상비밀누설 등 다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결은 마치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전 경기 99분에 들어간 조규성 선수의 극적인 골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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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공백상황... 추가시간에 득점한 공수처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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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지난 2021년 1월 출범 이후 법원으로부터 직접 기소한 사건의 유죄 선고는커녕 단 한 건의 구속영장 발부조차 이끌어내지 못했다. 판·검사와 경찰 고위 간부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은 지금까지 모두 3건이다. 1호 기소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혐의 사건은 1심과 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2호 기소인 윤아무개 전 검사의 공문서위조 혐의 사건 역시 1심 무죄였다. 공수처는 또한 법원에 피의자 구속영장을 5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 성과가 없다면서 공수처 폐지 주장이 나왔다. 김진욱 처장은 4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6차례나 "송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19일 퇴임식에서도 "송구하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차기 공수처장 선출 과정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김 처장에 이어 여운국 차장도 28일 퇴임하면서, 지휘부 공백 사태에 빠졌다. 마치 뒤지고 있는 후반 추가시간과 같은 위기 상황.

조규성 선수가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동점골로 지옥에서 천당에 다다른 것처럼, 공수처 역시 손준성 검사장 유죄 선고를 이끌어냄으로써, 기사회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오른쪽 네 번째)이 지난 2022년 8월 26일 과천 청사에서 열린 새 로고를 반영한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여운국 차장 등 관계자들과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오른쪽 네 번째)이 지난 2022년 8월 26일 과천 청사에서 열린 새 로고를 반영한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여운국 차장 등 관계자들과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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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 공범' 김웅 불기소했던 검찰의 망신

이날 유죄 선고는 공수처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공수처 탄생 배경에는 검찰 견제가 있는 만큼,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무혐의 처분을 뒤집는 유죄 선고를 이끌어냄으로써 그 역할에 맞는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2022년 5월 고발사주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손준성 검사를 기소했고, 공수처 기소 대상이 아닌 김웅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공범으로 적시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공수처는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기획관이 직접 텔레그램으로 김웅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에게 범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공수처와 정 반대로 김웅 의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손준성→김웅'으로 이어지는 고발장 전달 경로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손준성과 김웅 모두 파일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발장 대리 접수를 부탁할 정도의 친분 관계가 없다는 피의자(김웅)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손준성→김웅'으로 고발장이 직접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제3자가 존재한다면 피고인(손준성)과 김웅 모두 그 정체를 충분히 기억하고 밝힐 수 있을 것인데도 모두 현재까지 그 존재에 관한 가능성만을 언급할 뿐 그 구체적인 정체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3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가능성 만에 기대어 피고인(손준성)이 김웅에게 텔레그램을 메시지를 직접 전송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각 범행들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 수반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일반적인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에 비해 사안이 엄중하고 그 죄책 또한 무겁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 검사장과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발의하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검사의 당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다.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다. 그리고 당 대표의 사법 절차를 막아버려 방탄 탄핵"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손 검사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을 강조했고, 이원석 총장은 얼굴을 들기 어렵게 됐다. 공수처의 기소에도 불구하고 손 검사에 대한 징계 신청을 무혐의 처분을 했을 뿐 아니라 검사장으로 승진까지 시켰던 검찰이기에 더욱 그렇다.
 
‘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가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오고 있다.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다.
▲ 징역 1년 선고받고 나오는 손준성 검사 ‘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가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오고 있다.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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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수처, #손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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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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