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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미얀마 붐'이 일고 있다. 군부독재를 청산하겠다고 밝힌 미얀마 신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EU·일본·인도 등 경제선진국에게 미얀마는 글로벌 경제의 '그린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세계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개척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 이에 미얀마가 우리에게 '신 블루칩'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지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명과 암을 가늠해본다. 이번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성준 이사장)의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지난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으며, 미얀마 경제수도인 양곤과 인접국 라오스의 일부 도시를 둘러봤다. [편집자말]
미얀마 양곤에 있는 쉐더공 파고다 내에서 열리고 있는 쉐더공 파고다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는 미얀마 여인. 얼굴에는 미얀마 전통 화장품이 타나카를 바르고 있다.
 미얀마 양곤에 있는 쉐더공 파고다 내에서 열리고 있는 쉐더공 파고다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는 미얀마 여인. 얼굴에는 미얀마 전통 화장품이 타나카를 바르고 있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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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얀마 국민들이 하루에 1~2달러로 생활한다. 유엔(UN)에 보고된 그들의 1인당 국민소득 800달러 정도. 수치로만 보자면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이다. 그러나 미얀마 국민은 대부분 빈곤함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높다고 알려졌다. 왜 그럴까.

그 이유로 미얀마인들의 종교관이 크게 작용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미얀마가 최빈국이 된 이유도 결국 종교인 '불교' 때문이라는 것. 또 과거 80년 동안 영국이 미얀마를 식민 지배할 수 있었던 것도 '무엇이든 내세에서 참고 살아가자'는 불교식 세계관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그래서 최근 개방정책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미얀마에 대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이들이라면, 미얀마 불교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기우일지, 아니면 사실일지 가늠해보고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주목하고 있는 미얀마 불교에 대해 현지에서 직접 접해본 내용을 소개한다.

미얀마 불교는 곧 그들의 생활이며 정신

미얀마 양곤에 있는 쉐더공 파고다에서 기도하고 있는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 미얀마인들에게 불교는 생활이자 정신 그 자체다.
 미얀마 양곤에 있는 쉐더공 파고다에서 기도하고 있는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 미얀마인들에게 불교는 생활이자 정신 그 자체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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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4%가 불교도.

미얀마는 종교 자유국이지만, 집계된 수치로만 보자면 불교가 절대적이다. 소수 종교로는, 영국 식민지의 영향으로 기독교가 4.9%이며 다음으로 이슬람교 3.9%, 토속신앙 1.2%, 힌두교 0.5% 등이다.

지난 6월 19일 미얀마 양곤에서 만난 현지인들에게 '종교를 믿는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천국" "평화"란 답변을 대체로 들을 수 있었다. 한 미얀마인은 "천국이란 다시 태어나지 않은 세상, 죽지도 않는 세상"이라며 "환생한다는 것은 또다시 죽는다는 것으로 '죽는다'는 고통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얀마인이 된다는 것은 곧 불교도가 되는 것이다."

이는 미얀마에 가기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인데, 짧은 시간 겪은 미얀마인들의 불교를 적절히 표현한 한마디 말이다. 그렇다면, 미얀마의 불교의 특징은 어떠할까.

미얀마 불교는 상좌부불교(Teravade·테라바다)라고 하는데, '계율 지상주의'에 따라 엄격함을 요구한다. 승려들의 계율은 227개로 이뤄졌으며, 이를 지키는 것이 원칙으로 전해진다. 역사적으로 5세기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미얀마 몬족(Mon族)에게 전해진 불교이며, 11세기 몬족을 침공한 파간(Bagan) 왕조가 이들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전국에 전파됐다. 그 이후 불교는 미얀마인들의 정신세계가 됐다.

불교의 영향인지 미얀마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유난히 친절을 베풀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런 모습에서 순박한 마음마저 느껴졌다. 이런 모습들에서 불교가 곧 그들의 생활이며 정신임을 알 수 있었다.

미얀마 불교의 힘을 보다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Mahasi Sasana Yeiktha Meditation Centre)에 있는 승려들이 탁발에 나서 공양을 받고 있다. 탁발을 통해 미얀마인들의 종교인 불교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배울 수 있다.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Mahasi Sasana Yeiktha Meditation Centre)에 있는 승려들이 탁발에 나서 공양을 받고 있다. 탁발을 통해 미얀마인들의 종교인 불교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배울 수 있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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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얀마에 머문 지 3일째 날 이른 아침,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Mahasi Sasana Yeiktha Meditation Centre)에서 시작된 '탁발' 행렬을 따라가 보면서 그들의 불교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매일 동트는 시간이면 밤새도록 정진하고 수행을 통해 발원한 복을 일반 신도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승려들이 거리로 탁발을 나서는 것. 이날은 70여 명의 승려가 길을 나섰다(탁발 행렬은 미얀마 어디서든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벽돌색 가사를 입은 승려들은 가슴에는 텅 빈 발우(鉢盂)를 품고서 나선다. 밤사이 내린 비로 길은 촉촉이 젖어 있었고 군데군데 물웅덩이도 있었지만, 승려들은 늘 그렇듯이 맨발로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 줄은 거의 100미터 정도 이어졌다.

미얀마 승려들이 탁발을 하고 있는 모습. 신도들이 탁발승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공양을 준비해 올리고 있는 모습.
 미얀마 승려들이 탁발을 하고 있는 모습. 신도들이 탁발승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공양을 준비해 올리고 있는 모습.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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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하시를 찾을 때만 해도 어두컴컴한 새벽 시간이라 인적 드문 거리였는데, 탁발이 시작되자 어느새 길가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이나 과자 등 음식물을 들고서 승려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탁발승을 맞는 이들은 신발을 한편에 가지런히 벗어두고 승려들과 마찬가지 맨발로 선 채 서 있었다. 그리고 자신 앞을 지나는 탁발승이 발우 뚜껑을 열면 그 안에 음식을 넣어주었다. 이때 탁발승은 공양하는 신도들에게 감사 표시를 하지 않고 당당히 받는다. 그 이유를 나중에 들었는데, 사람들에게 공덕을 쌓을 기회를 주었기에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미얀마에서 탁발은 매일 아침 전국 어디서나 행해진다. 미얀마인들은 탁발을 통해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공덕을 쌓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 6월 21일 이른 아침 한 노인분이 신권 지폐 다발을 들고 승려들에게 일일이 한 장씩 올리고 있다.
 미얀마에서 탁발은 매일 아침 전국 어디서나 행해진다. 미얀마인들은 탁발을 통해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공덕을 쌓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 6월 21일 이른 아침 한 노인분이 신권 지폐 다발을 들고 승려들에게 일일이 한 장씩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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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탁발을 따라가 보니, 공양을 준비한 이들은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탁발승 모두에게 넉넉히 줄 양의 음식을 준비한다. 또 어떤 할아버지는 빳빳한 1000짯(우리 돈으로 1100원 정도) 지폐를 일일이 나눠주기도 했다. 여기까지 모습을 봤을 때만 해도 난 속으로 '이래서 승려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탁발승 행렬은 번듯한 집들을 지나 시장통으로 접어들었다. 한 시간 넘게 걸은 승려들의 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있었고, 얼굴에도 땀이 흘렀다. 이때 한 상인은 얼음에 넣어둔 생수를 준비해 공양했다.

미얀마 불교의 탁발은 생활의 일부분이다. 탁발 승려 앞에 선 한 노인은 승려들이 받은 돈을 건네받았다. 또다른 가난한 이웃을 위해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받는다. 채움과 나눔(비움)이 동시에 이뤄진다.
 미얀마 불교의 탁발은 생활의 일부분이다. 탁발 승려 앞에 선 한 노인은 승려들이 받은 돈을 건네받았다. 또다른 가난한 이웃을 위해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받는다. 채움과 나눔(비움)이 동시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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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 끝에서 시원한 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모퉁이를 돌아서는 찰나, 앞선 승려들이 자신의 발우 안에서 지폐를 꺼내 길가에 나서 두 손 내민 가난한 할머니에게 나눠주는 게 아닌가. 또 빈 그릇을 내미는 이들에게 자신의 공양 음식을 주저하지 않고 베풀었다. 물론, 탁발승에게 음식과 돈을 얻은 이들은 필요한 만큼만 받고 뒤로 물러나 합장으로 인사를 했다. 순간, 감동이 일었다.

미얀마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Mahasi Sasana Yeiktha Meditation Centre)에서 출발한 탁발 행렬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돌아오고 있다. 승려들은 맨발로 다니며, 신도들이 공양을 할 때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람들에게 공덕을 쌓을 기회를 주었기에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Mahasi Sasana Yeiktha Meditation Centre)에서 출발한 탁발 행렬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돌아오고 있다. 승려들은 맨발로 다니며, 신도들이 공양을 할 때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람들에게 공덕을 쌓을 기회를 주었기에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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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을 마친 승려들이 자신의 발우에 가득 찬 음식을 한군데 모으고 있다. 채움보다는 비움으로써 나누는 종교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 미얀마 불교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탁발을 마친 승려들이 자신의 발우에 가득 찬 음식을 한군데 모으고 있다. 채움보다는 비움으로써 나누는 종교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 미얀마 불교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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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 행렬은 시장 골목골목을 돌아 발우를 채우기도 하고, 덜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 출발했던 마하시로 돌아와서는 커다란 들통에 신도들로부터 받은 밥과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쏟아 부었다. 모인 음식과 돈은 다른 모든 이들과 나누는 것이었다. 미얀마에 오기 며칠 전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보았던 탁발은 하루 두 끼 식사를 하는 승려들이 그날 자신이 먹을 만큼의 양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얻는(채우는)' 탁발이었다. 이와 달리 미얀마의 탁발은 소유하지 않는 '비우는' 탁발이었다.

이런 행위(탁발)가 매일 아침마다 미얀마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소유를 실천하는 승려는 국민들에게 존경받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답을 얻었다. 이게 바로 미얀마 불교가 지닌 힘을 바로 보여주는 예였다.

미얀마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Mahasi Sasana Yeiktha Meditation Centre)에 머물고 있는 승려들의 방안 모습이다. 탁발을 끝낸 후 승려들의 방을 쫓아가 봤는데, 적게 소유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미얀마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Mahasi Sasana Yeiktha Meditation Centre)에 머물고 있는 승려들의 방안 모습이다. 탁발을 끝낸 후 승려들의 방을 쫓아가 봤는데, 적게 소유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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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이 끝난 후 승려들을 따라 그들이 머무는 숙소에도 가봤다. 한 방에 한 명씩 각각 누울 수 있는 나무 침상 세 개가 놓여 있었고, 하의와 상의, 망토 등 세 벌 정도의 가사와 발우, 간단한 세면도구, 우산 등 이외에 개인 물건은 거의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승려는 8가지 지참물 이외에 어느 것도 소유할 수 없다고 한다.

미얀마 불교의 양면성... 종교 민족주의

예레 파고다. 미얀마 양곤 시내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파고다로 딴륀 강 사이에 있는 작은 섬에 자리 잡고 있다. 약 3세기경에 만들어졌다고는 하나 그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을 1996년 지금의 형태로 완성했다고 한다.
 예레 파고다. 미얀마 양곤 시내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파고다로 딴륀 강 사이에 있는 작은 섬에 자리 잡고 있다. 약 3세기경에 만들어졌다고는 하나 그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을 1996년 지금의 형태로 완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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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들려오는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얀마의 '불교 민족주의' 성향이 세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인구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 중 일부가 무슬림을 탄압하면서 소수 종교 인권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례로, 동부 도시 타웅지에 있는 승려 아신 위라수가 불교도 수천 명에게 설교를 통해 "무슬림은 우리의 적이다, 우리는 사랑과 친절로 가득할 수 있지만 '미친개(무슬림)' 옆에서 잘 수는 없다"며 "나는 무슬림을 트러블 메이커라고 부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또 지난해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불교도가 무슬림을 공격해 200여 명이 숨지고 난민 15만 명이 발생했으며, 지난 3월에도 중부 메이크틸라에서 불교도와 무슬림의 충돌로 최소 43명이 숨졌고, 지난 5월에도 동북부 지역에서 4명이 숨졌다는 보도도 있다.

또 현재 불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유혈 충돌은 미얀마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미얀마의 극단적 불교 사상이 확산되면서 민주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이외에도 많은 외신들이 미얀마 불교의 극단적인 표출에 대한 우려를 전하는 보도를 검색해보기만 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미얀마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깊은 애착이 가져온 좋지 않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가 전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소수 민족 처우 개선에 나선다고 하니 종교 갈등이 줄어들기를 기대해본다.

미얀마의 종교는 곧 시장이다

미얀마 양곤에 있는 쉐더공 파고다에서 기도하고 있는 미얀마인들.
 미얀마 양곤에 있는 쉐더공 파고다에서 기도하고 있는 미얀마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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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인들은 종교에 목숨 걸 정도로 종교색이 강한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의 종교를 알아야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분석이 나온다.

미얀마의 종교와 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해 세계 1위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는 "투자자들은 미얀마 정부가 종교 갈등을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얀마가) 종교 분쟁으로 인한 긴장감을 해소하는데 실패하면 향후 외국인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쉐더공 파고다(Shwedagon Pagoda). 세계 불교도들의 성지순례지이며, 미얀마의 상징이자 자부심이다. 높이만 지상에서 98m에 이르는 탑신을 가지고 있는데, 그 주변에는 총 80여 개의 건물과 66개의 작은 파고다가 있다. 특히 1988년 8월과 2007년 9~10월 사이 일어난 미얀마 민중의 민주화 시위 출발점이 된 곳으로 민주화 성지로도 의미가 있다. 미얀마 방문자에게 꼭 들려봐야 하는 필수 코스.
 쉐더공 파고다(Shwedagon Pagoda). 세계 불교도들의 성지순례지이며, 미얀마의 상징이자 자부심이다. 높이만 지상에서 98m에 이르는 탑신을 가지고 있는데, 그 주변에는 총 80여 개의 건물과 66개의 작은 파고다가 있다. 특히 1988년 8월과 2007년 9~10월 사이 일어난 미얀마 민중의 민주화 시위 출발점이 된 곳으로 민주화 성지로도 의미가 있다. 미얀마 방문자에게 꼭 들려봐야 하는 필수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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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랜 기간 군부독재에도 불교는 미얀마인들의 정신 바탕으로 작용했으며, 이 때문에 승려들은 군사정부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표출했다. '미얀마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쉐다공 파고다(Shewdagon Pagoda)가 세계 불교도들의 성지일 뿐만 아니라 미얀마 민주화와 개혁의 성지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양곤의 심장' 술레 파고다. 높이 48m로 정확한 축조 시기를 알 수 없는 양곤의 대표적인 파고다. 몬(mon)어로 '신성한 불발(부처 머리카락)이 안치된 파고다'라는 의미인 '짜익 어톡(Kyaik Athok)'으로 불리기도 한다. 8각형의 술레 파고다는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여행자들이 길을 찾을 때 유용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야간에는 조명을 받아 도심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금빛 야경이 아름답다.
 '양곤의 심장' 술레 파고다. 높이 48m로 정확한 축조 시기를 알 수 없는 양곤의 대표적인 파고다. 몬(mon)어로 '신성한 불발(부처 머리카락)이 안치된 파고다'라는 의미인 '짜익 어톡(Kyaik Athok)'으로 불리기도 한다. 8각형의 술레 파고다는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여행자들이 길을 찾을 때 유용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야간에는 조명을 받아 도심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금빛 야경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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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미얀마를 둘러본 이들은 "온통 사원이네!"라고 할 정도로 곳곳에 파고다들이 있다. 관문인 양곤 밍글라돈 국제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높고 빛나는 황금 파고다 서너 개는 기본으로 볼 수 있다. 양곤의 중심인 술레 파고다(Sule Pagoda)를 비롯해 양곤에서 떨어진 '파고다의 도시' 바간이나 만들레이 등도 미얀마 불교를 배우고자 한다면 꼭 가봐야 한다고 권한다.

한편으로는 빠르게 강해지고자 하는 미얀마가 과거와 달리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을 세운다고 했을 때, 물욕 없는 경제적 마인드를 지닌 종교적인 요인이 걸림돌이 될 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얀마인들에게 현세의 삶이란 더 나은 세계로 가기 위한 일시적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현세에서 물욕이란 부지런한 생산 활동 등은 부질없는 것. 그저 열심히 기도하고 보시하고 공양하고 공덕을 쌓아 부처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생활의 가장 큰 가치가 된다." - 미얀마 관련 블로거 정범래씨의 책 중에서

탁발처럼 '비우는' 불교 정신이 생활화 된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 '채우는' 경제 정신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경제 성장에 어떻게 이바지할지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6월 22일 아침 미얀마 양곤 시내에서 만난 어린 승려들의 탁발 행렬. 전날 마하시에서 봤던 탁발 행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6월 22일 아침 미얀마 양곤 시내에서 만난 어린 승려들의 탁발 행렬. 전날 마하시에서 봤던 탁발 행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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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얻고자 하는 마음 버리면 얻는 땅
미얀마는 "불심(佛心)으로 따지자면, 세계 제일이자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하듯이 곳곳이 파고다로 가득하다. 아마도 예로부터 '큰 공덕을 쌓는 방법'을 파고다를 짓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쉐다공 파고다에만 가봐도 불교신자들이 '황금 판박이'를 사서 불상과 파고다 벽에 붙이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보기 위해서 여행자들은 오로지 항공편으로만 미얀마에 들어갈 수 있다. 오래전에 폐쇄된 육로는 현재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입국부터 불편한 미얀마지만 민주화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개방의 물결을 타고 찾아온 '미얀마 붐'을 직접 느끼기 위해 많은 이들이 미얀마를 찾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은 106만여 명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80만여 명이 찾을 것으로 미얀마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미얀마 미디어그룹인 <일레븐>의 7월 9일 치 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태국과 중국·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미얀마 방문 관광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흐테이 아웅 호텔관광부 장관과 한국, 중국,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수도인 네피도에서 관광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얀마 아웅산국립묘지. 1983년 10월 9일 북한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수행단을 겨냥해 폭탄테러를 자행한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던 아웅산국립묘지(정식명칭 순난자묘)가 지난 6월 1일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북한의 폭탄테러로 당시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기자 등 수행단 17명과 미얀마인 7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당했다. 이후 그동안 미얀마 독립 영웅인 아웅산 장군 서거일인 7월 19일 '순난자의 날'을 맞아 가끔 일반인에게 개방을 했지만, 보안 문제 등의 이유로 개방을 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6월 20일 오후 방문했을 때 모습.
 미얀마 아웅산국립묘지. 1983년 10월 9일 북한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수행단을 겨냥해 폭탄테러를 자행한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던 아웅산국립묘지(정식명칭 순난자묘)가 지난 6월 1일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북한의 폭탄테러로 당시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기자 등 수행단 17명과 미얀마인 7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당했다. 이후 그동안 미얀마 독립 영웅인 아웅산 장군 서거일인 7월 19일 '순난자의 날'을 맞아 가끔 일반인에게 개방을 했지만, 보안 문제 등의 이유로 개방을 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6월 20일 오후 방문했을 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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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봉 알투어 여행사 이사는 "미얀마에는 인류가 마땅히 보존해야 할 엄청난 문화유산과 오염되지 않은 비경이 숨어있는 곳"이라며 "머지않아 태국을 대신할 관광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여 자연유산을 파괴하는 패키지식 관광보다 '천 년의 미소'를 간직한 미얀마를 오래도록 보고 느낄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얀마 간에 직항이 운영 중이다. 항공스케줄은 대한항공이 매일 1회, 아시아나가 주 2회 운항하고 있다. 이외에 방콕과 쿠알라룸푸르, 광저우에서 미얀마 양곤으로 가는 외국 항공편이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얀마의 정치, 경제 개방에 따른 국제 교류 증가에 대응해 상용 및 관광수요를 적극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며 "미주/일본 노선망을 활용하고 인천 경유 미얀마 스케줄을 지속 개선해 해외 시장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얀마 현지 관광 관계자는 "파고다에 들어갈 때 신발뿐만 아니라 양말을 벗고 들어가는 등 미얀마 불교에 대한 사전 이해,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불교에 대한 미얀마인의 신앙심을 모독하는 행위는 곧 미얀마의 문화와 그들의 정신세계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아직까지 미얀마는 절대적으로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교통과 통신, 숙박, 놀이-여가 시설, 시티투어 프로그램, 비자제도 등 관광객용 여행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불편하다. 또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요금제(달러만 받기도 함)와 입장료를 내지 않는 파고다에서는 '카메라 피(사진 촬영료)'를 내야 하기에 배낭여행객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여행정보 또한 부족해 이곳저곳에서 불편한 요소들을 마음먹고 찾자면 수두룩하다.

하지만, 막상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용기를 내서 미얀마에 가면 인프라 부족으로 겪는 불편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안전한 치안과 미얀마 사람들의 친절함,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자연 유적과 환경 등이 불편함을 만회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만날 수 있다.




태그:#미얀마, #블루오션, #한국언론진흥재단, #불교,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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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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