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의 소아외과 부교수 김도한(주상욱 분, 가운데).

<굿닥터>의 소아외과 부교수 김도한(주상욱 분, 가운데). ⓒ KBS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실장님 전문배우'. 배우 주상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등장하여 미소를 날리고, 여주인공이 곤경에 처하면 도움을 주고 홀연히 사라지는 키다리 아저씨.

이는 배우 주상욱을 대중에 각인시킨 대표적인 캐릭터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상욱은 실장님 이미지에 갇히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늘 비슷한 캐릭터로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 작품을 검토할 때 실장님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한다고 밝혔을까.

그런 그가 최근 방영중인 KBS 월화드라마 <굿닥터>를 통해 놀라운 연기변신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실장님 캐릭터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감정변화를 선보이고, 여주인공의 키다리 아저씨에 머무르지 않은 채 오히려 주도적인 입장에서 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주원의 자폐 연기에 밀리지 않는 묵직한 존재감

사실 극 초반 주원의 자폐연기가 시청자의 눈을 붙들 때 까지만 하더라도,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주상욱은 또 한 번 실장님 이미지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그가 같은 김도한 교수는 소와외과 병동, 아니 병원 전체에서 가장 능력 있는 의사로, 그가 맡아온 실장님, 본부장님처럼 '능력'을 갖춘 남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게다가 겉으로는 까칠하고 차갑지만 혼자서 차윤서(문채운 분)를 좋아하는 캐릭터로 나름 순정을 보여주고 있다. 수술복을 입을 때는 못 느끼지만, 그가 정장을 입고 등장하면 직업과 배경과 달라졌을 뿐, 분명한 '실장님' 분위기가 풍겨 나온다.               

 KBS 월화드라마 <굿닥터>에 출연하는 배우 주상욱과 주원

KBS 월화드라마 <굿닥터>에 출연하는 배우 주상욱과 주원 ⓒ 로고스필름


하지만 그가 맡았던 기존 실장님과 달리 김도한 교수는 감정 변화가 무척이나 많은 캐릭터다. 수술복을 입고 환자를 대할 때는 누구보다 냉철하며 이성적이지만, 박시온(주원 분)과 대립할 때는 또 누구보다 감정적인 캐릭터로 변한다. 혹시나 박시온이 문제를 일으켜 최우석(천호진 분) 원장이 곤경에 처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박시온을 매몰차게 대하는 것이다.

고충만(조희봉 분) 과장과 김재준(정만식 분) 과장, 이혁필(이기열 분) 전무 등 병원을 차지하기 위한 세력과 맞붙을 때에는 누구보다 정의롭기까지 하다. 비록 박시온과는 대척점에 선 인물이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의사로서의 자질만큼은 박시온의 천재성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고 따뜻하다.

때문에 올바른 길을 따르고 항상 최선을 선택하는 그가 병원 내 파워게임에서 결국 박시온과 한편이 될 것이란 점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비록 따뜻하고 자상한 멘토는 아닐지언정, 앞으로 박시온이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데 있어 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김도한 교수가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소아외과에 남아있는 특별한 사연 같은 것이 있어 보인다. 지난 3, 4회에서 잠깐 등장한 의문의 소년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랄지, 부모님과 통화한 내용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보면, 그에겐 어떤 비밀이 있어 보인다. 과거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비밀을 간직한 채 혼자 고뇌하고 갈등하는 모습들은 분명 기존 주상욱이 연기해온 '실장님' 캐릭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매력임에 분명하다.

이처럼 <굿닥터> 속 주상욱은 단순히 수술 잘하는 의사로 그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캐릭터와의 관계형성을 통해 다양한 감정 변화를 선보이고 있다. 여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짠하고 나타나 도움을 주는 키다리 아저씨도 아니며, 늘 웃고 스마트한 선보이는 평면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 속 누구보다 감정 기복이 심하며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탈모가 진행될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주상욱은 그 다양한 감정 변화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씌워진 실장님 이미지를 완벽히 깨뜨렸고, 자폐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주원에 전혀 밀리지 않는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정말 놀라운 연기변신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이런 복잡한 캐릭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극 중 인물에 완벽히 녹아든 배우 주상욱. 실장님 이미지를 깨뜨린 그가 또 어떤 매력과 반전 연기를 선보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굿닥터 주상욱 김도한 주원 실장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