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음악영화란 무엇일까. 단순하게 보면 음악의 중요도가 높은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영화는 음악을 활용하며, 음악적 완성도에 많은 공을 들인 경우에는 따로 OST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음악영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홈페이지에는 음악영화의 정의가 따로 적혀 있지는 않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얻고, 영화제를 체험해보고자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았다.

영화, 삶이 된 음악을 비추다

 허창열씨 오구굿(감독 : 강지원)

허창열씨 오구굿(감독 : 강지원)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불혹도 못 채우고, 죽은 허창열씨의 혼을 불러다 굿을 해서, 그를 춤추게 한 후, 그가 평소 좋아한 나이키 운동화를 신겨 보내주고자 한다."

허창열씨의 동료와 친구들의 소박한 꿈은 제법 큰 규모의 굿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을 담아 영화 <허창열씨 오구굿>이 탄생했다. 오구굿은 죽은 사람을 위로하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굿으로, 몇몇 지역에서 세습을 받은 무당이 치루는 세습무 형태로 내려온다. 이는 신 내림을 받아 치르는 강신무와 달리, 연행과 예술적 요소에 치중해 있다.

허창열씨와 함께 했던 후배가 일상적이고 따스한 정을 되새기는 이야기는 극 중 죽은 창열씨의 따스한 온기를 되살린다. "이제 무덤으로 가옵니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굿이 시작되며 죽음의 문턱에 가까워진다. 굿이 막바지에 다다르며 생겨나는 건 처연한 슬픔이 아닌, 그를 온전히 보내주고 나서의 삶의 단단함이었다.

 바람의 자유(감독 : 우성하)

바람의 자유(감독 : 우성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바람의 자유>는 50세 싱어송 라이터 바람종의 목소리와 삶을 좇는다. 바람종은 바람이 불면 소리를 내는 절에 있는 풍경을 한글로 푼 이름이다. 이는 마치 현실을 잊고 자연스럽게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온 몸으로 음악적 자유를 모든 이에게 주고자 하는 숭고한 희생의 의미로 다가온다.

바람종이 여기 저기 여러 음악 활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담담하게 자신의 음악관과 가치관을 털어 놓는데, 이는 결코 과하지 않게 은근한 감동으로 배어 온다. 영화는 '삶이 음악'인 이의 삶을 비추며 자연스레 음악과 음악에 대한 철학까지 담아낸다.

물질적인 어려움에 대해 자유로워진 그는 '바람이 불어야만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바람종'에 대한 이전 생각이 '그냥 그 자리에 걸려서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자체가 풍경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바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종처럼, 바람종에게 음악은 삶의 일부이자 그 자체로 자유로운 것이 된 것이 아닐까.

영화, 음악을 표현하다 

<올드 보이즈>는 매우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럽게 청소년들의 학교 안 일상을 다룬 희극적인 청춘물이다. 왕 샤오슈아이(왕 타일리 분)는 학급의 아리따운 여자애(유 페이페이 분)의 사진을 두고 마구 자위행위를 하다가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 뮤직비디오를 마주한다. 그 춤을 익혀 여자애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 반면 기타를 치며 그녀를 유혹한 샤오 다바오(샤오 양 분)는 실패, 짝사랑의 긴 '셀 수 없는' 시간들을 맞아야 한다.

잭슨에 열광하며 자랐거나 정말 잭슨을 좋아하는 듯한 감독에 의해 영화는 적재적소에 잭슨의 음악들을 끼워 넣어 그 음악의 감성들을 체현하는 한편, 잭슨을 듣고 자란 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또한 마치 주성치 영화를 연상시키듯 인간적인 페이소스를 물씬 풍기면서도 유쾌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성인이 되어 이발소를 운영하던 비루해진 모습의 샤오슈아이는 차츰 잭슨을 다시 찾게 되며 다시 삶의 풍요로움과 활기를 찾게 된다. 한때 같은 여자 아이를 두고 갈등했던 두 친구는 비로소 '올드 보이즈'가 되어 오디션장에서 다시 만나고, 한 명은 '빌리 진'을 아날로그 기타로 치며 꽤나 감미롭게 노래하고, 다른 한 명은 그에 맞춰 춤추기 시작한다. 환상의 듀오로 분한 두 친구는 '해피 보이즈'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는다. 꿈은 잊히지 않고 어딘가에 잠재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를 대신해 영원히 늙지 않는 주인공 둘의 환상적인 성장 드라마인 셈.

 시규어 로스: 발타리(Valtari Film Experiment)

시규어 로스: 발타리(Valtari Film Experiment)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존 카메론 미첼 외 19명의 감독과 비주얼 아티스트가 표현한 <발타리>는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의 동명의 앨범을 모티브로 한 16편의 단편영화모음 '발타리 필름 익스페리먼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자막도 없이 흘러간다. 그저 음악과 시적인 이미지들로 이뤄진 영상뿐이다.

화면 전체를 뒤덮으며 눈이 온다. 점차 밝아져 산과 강이 펼쳐지자, 마치 사운드는 이 세계 자체를 밝히며 오는 듯하다. 곧 음악은 축소되어 배경을 장식하는 대신, 그 배경 자체의 울림으로 온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내러티브를 보충하는 측면에서 음악이 사용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각 단편들은 헨리 준 와 리나 루슬란 페도토프의 작품처럼 자연과 어우러지는 신성함으로 돌아간 인간을 그린다거나, 클레어 랭건의 작품과 같이 음악 자체의 추상적인 리듬을 표현주의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또는 대쉬 쇼와 존 카메론 미첼이 만든 <Seraph(세라프)>와 같이 독특한 내러티브의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저마다 다른 영화들은 음악이 어떻게 영화를 낳고,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음악적 언어'로서의 영상이 음악을 새롭게 비추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그 예가 된다.

음악으로 꿈꾸는 영화, 영화로 꿈꾸는 음악

아마도 음악영화는 앞서 살펴본 영화들처럼 음악과 관련한 삶을 담는다거나 음악 자체로부터 출발하는 영화로 구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음악은 우리가 듣거나 내가 듣는 게 아니다. 그것은 발생하는 것이다."(존 케이지) 제천에서 만난 다큐멘터리 <실험음악에 관한 단상>에서 인용한 이 문장은 음악은 시각과 달리 소유하거나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음악은 세계 그 자체를 물들이며 (그 세계 자체로)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영화는 영화(영상)가 미처 시각의 범주로 포섭하지 못하는 음악의 영역을 찾아주는 것이 아닐까. 음악에 관한 여러 다른 삶의 부분들을 비추거나, 음악 자체가 영상(세계)에 발생하는 그 어떤 존재감을 주는 게 아닐까. 결과적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기존의 영화에서 음악이란 부분에 주목해,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확장된 감각을 제공하거나 음악과 결부된 삶의 요소들을 비추며 확장된 영화의 소재를 얻는 듯 보인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저녁에 의림지나 청풍호수를 두고 영화음악들을 소개하는 라이브 무대를 마련했다. 앞서 영화가 음악을 매개했다면, 이제 음악이 영화를 매개하는 셈이다. 영화와 음악의 끈끈한 만남은 분명 음악영화에 대한 풍성한 시선을 더하리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시규어 로스 발타리 올드 보이즈 허창열씨 오구굿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