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을 오는 10월 2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27일 수정제의했다. 이는 우리 측이 당초 회담일로 북측에 제안한 다음달 25일보다 1주일 더 늦추자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2시 10분께 실무회담을 앞당기자는 북한의 제의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오는 10월 2일로 늦추자고 북한에 수정제의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북측에 보냈다.

당초 북측은 지난 21일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열자고 남측에 제안했고, 이에 남측은 9월 25일에 만나자고 역제안 했다. 이에 북측이 8월 말이나 다음 달 초에 회담을 열자고 다시금 요구했지만 남측은 오히려 날짜를 더 늦추자고 했다.

통일부는 당국자는 "실무접촉과 이산상봉 행사 합의가 이뤄져 관련 조치가 진행 중이고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일주일 정도 늦추는 것이 회담을 적절하고 실효적으로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통일부 당국자는 또한 현재 추석맞이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정상화 협의가 함께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협의는 좀 늦추는 것이 적절하고 효과도 좋을 것이라 판단했고, 금강산 관광은 관광객 피격 사건이 얽혀 있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남북이 각자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두고 만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금강산 관광을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면서 실무회담 날짜를 앞당기자고 제안했던 북한이 이러한 우리 정부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남북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시기, 장소 등에 대해 핑퐁식 제안을 하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개성공단 사태에서 나타난 양상과 흡사하다. 이명박 정권 시절 단절된 채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같던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간에 회담 일시나 장소를 놓고 신경전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 개월 동안 남북 이 취한 관계 증진 태도에서 남측이 수동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남측 정부의 이런 태도는 과거의 관례에 비춰 이례적이다. 그것은 남북이 분단의 세월이 길었고 해당 분야에 대해 과거 수많은 접촉과 협상 또는 타결의 과정을 거쳤던 만큼 남북간 회담 의제가 정해지면 회담 개최 일자, 장소 등의 문제는 대체로 서로 큰 수정 제안 없이 합의해왔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는 국민적 관심사다. 남북의 평화 교류 협력 노력이 가시화된 것으로 세계적인 박수갈채를 받았던 금강산 관광 재개를 놓고 남측은 회담 시기를 놓고 북측과 달리 '천천히'를 외치면서 발을 뒤로 빼는 모습을 반복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북한이 회담 시기를 앞당기자는데 대해 남측은 늦추자는 입장을 고집하는 양상이 되풀이 되면서 그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남측의 북측 길들이기로 비춰지거나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6개월 동안 가장 돋보인 분야가 남북관계와 외교 분야로 손꼽히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존폐위기가 걸린 남북 접촉의 경우 사전에 '원칙을 세우라'는 식의 지침을 비서관 회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언급했었다. 통일부는 남측이 원칙을 지키고 북측이 따라오도록 만들었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그 원칙은 남측만의 원칙, 또는 북측을 배려치 않는 일방적 주장이라는 측면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남측의 이런 모습은 지난 수 년 간 악화된 남북 관계에 비춰, 중요한 시기에 신뢰조성에 역행하는 것으로 적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북측의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북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면서 적대감이나 불신감을 조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개성공단의 경우 투자 남측기업들이 '북측이 더 전향적이다'라면서 남측 정부를 원망할 정도로 기업 입장에 대해 냉랭한 태도를 보여준 것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금강산 광광 재개도 금강산 현지 투자 남측 기업이나 금강산 관광에 의존해 생활비를 벌었던 강원도의 일부 주민들은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성사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남측 정부의 급할 것 전혀 없다는 식의 태도는 이들을 실망시키는 면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남측의 태도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순전히 북측의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이란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되었다는 억측을 불러 올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북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상호 신뢰를 쌓는다는 측면보다 상대가 양보해 들어오라는 고압적인 것으로 비춰지는 측면이 있어 그 후유증이 우려된다. 금강산 관광은 전쟁 방지와 남북간 교류 협력을 통해 단순 계산할 수없는 평화 증진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에 대해 당국 간 교류를 주로 추진하는 '선관후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권위주의 정부 시절과 같은 '민간 통일 운동이나 민간 교류'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매우 아쉬운 점이다. 남북의 특수 상황을 고려해서 정경분리와 함께 민간 교류를 우선 추진하거나 정부와 민간 교류를 병행하는 식의 탄력적인 대북 정책이 지속가능한 남북 관계 발전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남측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 공존 노력을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이 지극히 사소한 일로 삐걱대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민족의 건전한 위상 확립에 역행한다. 같은 분단 상태인 중국과 대만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협력을 하고 있는 것과 남북한의 불편한 관계는 크게 대비된다. 이런 점을 지구촌은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남북은 과거에 세계가 박수갈채를 보낼 정도로 교류협력에 적극적, 성공적이었던 경험을 살려 '통 큰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태그:#금강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