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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살인 가담범의 글을 실어 놓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190쪽.
 명성황후 살인 가담범의 글을 실어 놓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190쪽.
ⓒ 정진후(정의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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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를 미화해 논란이 되고 있는 교학사의 고교<한국사> 교과서에 "민비를 제거"(교과서 표현)한 살인 가담범의 회고록을 자세하게 소개한 내용이 처음 확인됐다.

이어 이 회고록 아래에 '생각해보기'에 "당시 일본은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과격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적어놓아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집필진은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내용을 주요 연표에서 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 관련기사: 한국사 교과서에 임시정부 수립일이 빠졌다

또한 이 교과서는 다른 출판사에서 낸 <한국사>교과서와 달리, 교과서 색인(찾아보기) 목록에서 독립투사인 '안중근' 의사의 이름을 뺀 사실도 확인됐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명성황후 살해범 글 자세하게 소개

4일 교학사 교과서를 확인한 결과 이 교과서 집필진은 190쪽에 실은 '사료 탐구'에서 을미사변에 가담한 일본인 범죄자인 '고바야카와 히데오'의 회고록(<민후조락사건>)을 사진과 함께 9줄에 걸쳐 실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궁중의 중심인 민비를 제거하여 러시아에 결탁할 당사자를 제거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좋은 방법이 없다. …당시 시행하는 정책은 모두 민비의 계책이었으며 국왕은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다. …이 점에 착안하여 근본적으로 화근을 제거코자 도모한 것이다."

이어 집필진은 '도움 글'에서 "을미사변에 가담하였던 일본인이 명성황후의 시해 과정을 회고하면서 쓴 글이다"고 설명한 뒤, '생각해보기' 란에서 학습문제를 이렇게 제시한다.

"당시 일본은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과격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교학사 교과서의 표지.
 교학사 교과서의 표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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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따라서는 이 질문에 명성황후 살인자의 회고록을 근거로 "당시 시행하는 정책이 모두 민비의 계책이었으며 국왕은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아서"라는 답을 유도하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정당화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현장의 역사교사들은 교과서에 실린 회고록과 생각해보기 모두 일제 사무라이의 만행을 합리화시켜주는 위험천만한 내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서울지역 고교 역사교사(전국역사교사모임 회원)는 "집필진이 일본의 시각에서 살해범의 발언권을 보장하고 명성황후 시해의 정당성을 옹호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해당 교과서가 일본에서 나왔더라도 일본 정부조차 살인범의 해명 글을 싣도록 허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학사 교과서를 대표 집필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전 한국현대사학회장)는 <교육희망>과의 인터뷰에서 "시해 가담범의 글을 제시한 이유는 일제의 극악한 흉계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라면서 "국모 시해범의 해명 기회를 줬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해당 내용을 제외할 생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학습문제 제시의 부적절함'에 대해서는 "질문의 의도는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 극악한 방법을 쓴 사실을 학생들이 생각해보도록 한 것"이라면서도 "이런 의도와 달리 학생들이 오해를 가질만한 여지가 있다면 교과서 인쇄 전에 공청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수정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중근 색인 목록에서 빠져... 집필자 "색인 누락, 수정하겠다" 

한편, '명성황후 시해' 등 15가지 죄상에 대한 보복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독립투사 안중근에 대해 교학사 교과서는 교과서 색인에서 이름을 제외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친일 인사들과 다른 독립운동가의 이름은 색인에 실려 있었다.

교학사 교과서의 색인 목록에서 '안중근'은 빠져 있다.
 교학사 교과서의 색인 목록에서 '안중근'은 빠져 있다.
ⓒ 정진후(정의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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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인물과 사건을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든 교학사 교과서의 색인목록을 보면 안재홍과 안중식 사이에 '안중근'이 빠져 있었다. 나머지 7개 <한국사> 교과서 색인목록을 살펴본 결과 6개 교과서는 '안중근'이란 이름이 들어 있었다.

교학사 교과서는 본문에서도 안 의사에 대한 내용을 형식상 2줄(내용상 1줄)로 적어놓아 다른 출판사 교과서와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교학사 교과서에 실린 내용(207쪽)은 "안중근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였다(1909)"는 것이 전부였다. 반면, 미래엔, 천재, 금성 출판사는 안 의사의 활동을 사진 등과 함께 12∼19줄에 걸쳐 실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역사교사는 "뉴라이트 학자들이 이전에 만든 역사책에서 독립투사들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해 논란이 된 바 있다"면서 "뉴라이트 학자들이 만든 이번 교과서에서는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안중근을 소개했지만, 내용을 보면 기존 교과서의 서술 관행을 크게 벗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교학사 교과서를 대표 집필한 권 교수는 <교육희망>과의 인터뷰에서 "색인목록에서 안중근이 빠진 것은 실수라기보다는 누락 된 것"이라면서 "안중근과 같은 중요인물이 빠진 것에 대해서는 수정 기회가 생긴다면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뉴라이트'가 아니기 때문에 안중근에 대해 '테러리스트'라는 시각을 가지고 내용을 축소하거나 이름을 제외했다는 주장은 유언비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교학사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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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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