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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합니다. 처음에 우리가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들어야겠다는 것도, 이 문제가 거의 두달이 되어갈 정도로 이렇게 오래갈 수 있겠다는 것도, 또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명박산성'을 국민들 앞에 들이댈 것이라는 것도, 저는 그 무엇도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모든 구상과 그림을 그리고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된 싸움이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이 싸움이 그럼에도 50여일이 지나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미친소를 청와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등의 구호와 노래로 거리를 매워주신 국민 여러분의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역사적인 순간 속에 '미친소닷넷'이 조금이나마 기여하게 되어 큰 자부심이 넘쳐났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부족하나마 그 과정과 소감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띄웁니다.

 

미친소닷넷의 시작-580여개, 청소년들의 댓글

 

저는 현재 청소년지도사이고 어느 청소년단체의 사무국장으로 있습니다. 그렇기에 평소 청소년들의 생각이나 동향을 무척 궁금해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어느날 저에게 누군가 귀뜸으로 온라인상에서 청소년들이 광우병과 관련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여론이 어떤지를 찾던 중 광우병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한 청소년들의 580여개의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2006년 '미친소닷컴'을 개편하여 '미친소닷넷'(www.michincow.net)의 대표로 활동 재개를 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부족하나마 사이트를 띄우고 난 후, 얼마간 미친소닷넷에 제대로 접속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며칠간 사이트가 다운되다시피해서 솔직히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던 중 5월 2일 청계광장에서 촛불시위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미친소닷넷도 채비를 하고 나가보니 많은 청소년들이 촛불 시작 2시간 전부터 청계광장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뜨겁던 여론이 현장에서 확실히 인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많은 인파, 그리고 청소년들의 절규. 그간 제가 품었던 광우병쇠고기 수입 여론에 대한 의심(?)은 그 날로 정리됐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촛불은 50여일이나 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네티즌이 뿔났다

 

초반 5월 3일부터 10일까지는 제가 직접 촛불의 사회를 보게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이 형형색색 종이에 구호를 담아 들고, 빽빽하게 앉아 분노에 찬 얼굴을 하며 구호를 외치던 그 장면을 저는 기억합니다. 그들은 영어몰입식 교육을 몹시 싫어하고 0교시, 야자·보충을 강요하는 학교자율화 조치에 화가 나 있었으며, '자신들이 직접 뽑지 않은 대통령'이 왜 마음대로 국민의 생명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노래 '헌법 제1조'의 가사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조항을 어른들에게 처음으로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네티즌들의 감각적인 구호가 촛불을 더욱 빛내주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무엇이 저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듣고 저렇게 분노한 얼굴로 촛불을 들게 되었을까하는 생각말입니다. 청소년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닙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학교의 모든 권력은 학생들로부터 나오지 않는' 사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현재의 미친소닷넷도 가입된 회원의 많은 수가 청소년들입니다. 사회를 보는 내내 청소년들을 포함한 네티즌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온라인은 항상 '진보 세상'

 

어떤 네티즌이 지난 5월 6일 광우병대책회의 출범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진보가 항상 승리하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이겨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잠시 키보드를 접고 네티즌들이 나섰다."

 

청소년들은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10여개 남짓의 교과서 내용 뿐입니다. 그리고 학교의 권위 앞에 숨죽이고 사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두발자유 등의 권리가 살아있고, 어른들이 접하지 못하는 무궁무진한 정보들이 있고, 그와 관련한 의견을 주눅들지 않고 들이댈 수 있습니다.

 

소위 온라인 진보세상에서 '가르쳐 준대로'라면 청소년들에게 학교에서의 권위는 이미 무너지고 없습니다. 키보드와 촛불로 무장한 청소년들이 등장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자유롭게 떠돌면서 열정적으로 아주 쉽게,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자신의 본명을 밝히지 않고도 '타도 MB'와 '쥐사냥꾼' '시지프' 등(이상 정책반대시민연대 운영자들)의 닉네임으로 활동합니다. 제가 목격한 바로는 네티즌들은 두려움이 없고 오히려 당당합니다. 그래서 겁 없이(?) 청와대를 압박하고 한나라당을 '테러'합니다.

 

또, 며칠동안 순식간에 네티즌들의 서명을 모아 '가축전염병예방법안'을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발의케하고 이것이 통과될 수 있도록 압박합니다. 촛불시위 주동자를 사법처리하겠다는 경찰의 발표에 자신이 이명박을 욕했다며 경찰청사이트에 자수하러 가는 네티즌들 아닙니까.

 

인식의 전환 - 네티즌 되기

 

현재 촛불정국의 중심에 있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17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아주 크고 규모있는 연대단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겁기도 합니다. 위에서 얘기한대로 지금까지는 네티즌들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봅니다.

 

운동에서의 노하우는 인정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향후 시민사회단체들이 온라인을 대하는 방식이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온라인을 오프라인의 상대적인 공간 구분으로나 하나의 의견창구로 생각하는 데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선진적인 대중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곳입니다. 광우병쇠고기 수입문제도 처음에 오프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정부도 경찰도 기성언론매체도, 또한 시민사회단체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해서 이런 현상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하는지 감이 잘 안오지 않았습니까.

 

어떤 이야기든 일단 온라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대중매체에 보도되지 않아도 이미 온라인은 화두가 생성되고 모이고 확산되는 장입니다. 그것도 뚜렷하고 명확한 사안을 목표로 하는 곳이 아니어도 생활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이 모아지고 공유되는 곳입니다. 이는 곧 네티즌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고, 만약 이런 전환이 없다면 네티즌들의 뒷꽁무니만 쫓아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것이 미친소닷넷의 활동 교훈입니다.

 

50여일간의 추억, 국민이 진짜 주인이더라

 

'국민이 주인이다'는 구호는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시위 현장에서도 주인으로 우뚝 서있었습니다. 촛불은 그들에게 최고의 무기이며, 자존심입니다.

 

이 정부가 국민의 뜻과는 다르게 움직이면 촛불을 높이 들어 자존심을 드높이고, 그것을 꺼뜨리려는 모든 탄압에 저항하는 것이 시위대의 뜨거운 마음입니다. 이런 현장에 함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그 촛불앞에 나를 비춰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이 정부는 촛불의 배후를 찾겠다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그곳에서 함께하고 있는 미친소닷넷의 운영자인 저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습니다. 일개 사이트에 이렇게까지 하는 것도 보기 힘든 일입니다. 현재 4차소환장까지 발부했고, 지금은 체포영장 신청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직접 제발로 찾아가거나 순순히 체포되는 일은 없을겁니다. 촛불을 색깔로 덧칠하려는 의도에 응하는 것은 촛불에 담긴 국민의 큰 뜻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민여러분들이 처음의 마음처럼 촛불을 놓지않길 바랄 뿐입니다. 앞으로도 미친소닷넷의 활동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두서없는 글을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태그:#세계시민기자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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