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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4회 '원자력 안전과 진흥의 날'(이하 원자력의 날)이다. 2009년 12월 27일 UAE 원전 수출 계약이 성사된 것을 기념해서 2010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이날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기념식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전격 취소되었다.

원전 안전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계속되면서 한수원 임직원 35명을 포함한 100여 명이 기소된 데다가 최근에는 납품회사의 뇌물용 주식보유 의혹까지 터지면서 원전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원자력의 날을 폐지해야 한다. 나아가 원자력의 날 제정 계기가 된 UAE 원전 수출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 

원자력의 날은 이명박 정부 원전 수출 치적용으로 급조된 법정 기념일로 정권이 끝나면 사라질 운명이었다. 이후 정부는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 수출 목표를 정해놓았지만 이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도 전 세계 원전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원전 확대 계획을 가진 중국과 같은 나라가 원전의 원천 기술이전을 요구하지만, 한국형 원전의 원천기술은 미국에 있기 때문에 애초에 수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UAE 원전 수출이 가능했던 것은 적자를 상정한 값싼 단가에 더해서 가동 경험도 없는 APR1400 원전의 60년 가동 보증에 100억 달러 금융지원, 특전사 파병, 핵폐기물 처분 보증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두고두고 경제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비공개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이명박 정부가 치적을 쌓기 위해서 국민과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손해를 약속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오늘은 UAE 원전 수출을 기념하는 원자력의 날이 아니라 국민을 대상을 사기행각을 벌인 UAE 원전 수출의 전말을 공개해야 하는 날이다(관련기사 : 불안한 한국형 원전, 위험까지 수출?).

이명박 정부가 정부기관을 동원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동원한 이유 중 하나가 이명박 정부 때 저지른 UAE 원전 수출과 같은 대국민 사기극을 덮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치부를 덮을 의도가 없다면 하루빨리 UAE 원전 수출 계약서를 공개하고 관련 청문회를 개최해야 할 것이다(관련기사 : 'UAE 원전 4기 수주', 세부내용이 수상하다, 80기 원전수출 환상에 사로잡힌 정부가 안쓰럽다).

박근혜 정부, 원전확대 정책 재검토해야

나아가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이은 원전 확대 정책을 계속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에서 '국민여론 수렴, 향후 20년간의 전원믹스(mix)를 원점에서 재설정하며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재검토한다'고 제시했다.

세계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는 발전분야에서 20%의 비중을 보이고 있지만 재생가능에너지 잠재량도 풍부하고 기술력도 뒤지지 않는 우리나라는 2%에도 못 미치고 있다. 민간 워킹그룹의 재생가능에너지 15% 확대 권고안도 무시하고 있으며,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35년에도 11% 확대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에 전기수요 전망을 높이는 등 발전설비예비율 22% 확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원전설비는 지금의 두 배까지 늘어나는 상황이다. 숫자놀음을 통한 원전 확대 계획 꼼수는 이미 들통이 났다. 그에 따라 밀양 송전탑과 같은 초고압 765kV 송전선로 세 개가 전국을 가로지르게 될 예정이다.

31일 에너지위원회를 거치고 1월 중에 녹색성장위원회를 거쳐야만 2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이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두 시간짜리 공청회 이후 아직도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사실, 아직 정부안으로 발표된 계획안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공청회에 발표된 2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은 파워포인트 자료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명시한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정책 전환,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 등의 정책 방향에 걸맞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태그:#원자력의날, #이명박근혜정부, #원전확대정책, #UAE원전수출, #2차에너지기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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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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