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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 구판장의 시골밥상

구판장과 식당이 있는 모운동 마을회관
 구판장과 식당이 있는 모운동 마을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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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운동 마을회관 안에는 구판장과 식당이 있다. 평상시에는 생필품을 파는 가게로 사용되고, 관광객의 주문이 있을 때는 식당으로 변한다. 우리 일행은 24명인데, 운전기사를 포함하니 25명이다. 미리 주문해 25명분 시골밥상이 금방 나온 것이다. 기장이 들어간 쌀밥, 된장찌개, 김치, 곤드레 나물, 도토리묵, 녹두전 거기다 막걸리까지,.. 우리는 모두 정말 맛있게 음식을 먹는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현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걸 우리는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라고 한다. 600/700m의 고랭지에서 자란 배추, 무, 곤드레로 음식을 만들었으니 맛이 없을 수 없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 모두 예밀리에서 모운동까지 2시간 반 산길을 걸었으니 배가 고플 수밖에 없다. 거기다 방송에 여러 번 나간 스타 이장의 입담이 우릴 즐겁게 하니, 입과 눈 거기다 귀까지 즐겁다고 한다.

옥동광업소의 흔적: 사원 숙소
 옥동광업소의 흔적: 사원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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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김완수 회원 역시 이번 산꼬라데이길 걷기에서 점심과 마을 이장에게 최고 점수를 주었다.

"마을회관의 식사에서 밥, 국, 반찬 어느 것 하나 맛없는 게 없어서... 올챙이 배 되었는데... 김흥식 이장님의 옥시기 같이 구시한 강안도 사투리에 소화가 잘 된 것 같드래여. 작지만 자기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이장님의 모습에서 마카 많은 것을 배우고 왔시여."

이장의 넉살에 다들 입이 벌어지고

김흥식 이장은 아버지를 따라 세 살 때 옥동광업소가 있는 이곳 모운동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평생 모운동을 떠나지 못하고 완전 모운동 귀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부인 손복용 여사를 만나 가정을 이뤘고, 22년 동안 이장을 하면서 모운동의 인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영월군 농촌관광협의회 부회장, 영월 청소년 지원단장, 김삿갓면 이장협의회장, 김삿갓면 슬로시티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제 모운동이 아닌 영월의 인물이 되었다.

자신의 집  그림 앞에서 자신을 나뭇꾼에 비유하는 김흥식 이장
 자신의 집 그림 앞에서 자신을 나뭇꾼에 비유하는 김흥식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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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장을 너무 오래 해서 총 맞을까 걱정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한다. 그는 또 아내와의 결혼에 대해서도, 나무꾼이 선녀를 꿰찬 꼴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는 한 20분간 마을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풀어 놓는다. 어찌나 화술이 좋은지 우리 회원들이 넋을 잃고 쳐다본다. 마을에 벽화를 그린 얘기, 방송 촬영을 한 얘기, 자신이 방송에 나간 얘기 등 끝이 없다.

그는 KBS <아침마당> 2013년 추석특집 프로그램에 갓 쓰고 도포 입고 나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것은 모운동이 김삿갓면에 있어 그런 복장으로 나간 모양이다. KBS <6시 내고향> 20주년 특집 생방송에도 나갔다고 한다. 그는 '생'방송에만 나가지, '삶은' 방송에는 안 나간다고 하면서 우릴 또 한 번 웃긴다. 그는 <TV 진품명품>에도 갓 쓰고 도포 입고 나갔다고 한다. 그런 그의 모습이 궁금하다. 잠바 입고 장화 신은 지금 모습과는 전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회관 앞에서의 기념촬영: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김흥식 이장
 마을회관 앞에서의 기념촬영: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김흥식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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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김흥식 이장의 장기 집권 비결은 뭘까? 첫째 인상이 좋고 잘 생겼다. 외모가 호감을 주는 타입이다. 대처에서 온 여자가 그에게 시집을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둘째 화술이 좋다. 이야기하는 내용도 풍부하지만, 농담과 제스처로 좌중을 휘어잡는다. 거기다 '갈키 드리오. 마카 나와요.' 등 토속적인 강원도 사투리로 웃음을 유발한다. 셋째 그는 친절하다. 밥을 먹고 나서 마을 구석구석을 소개해 주고 또 우릴 황금폭포까지 안내해 준다.

마을 한 바퀴 돌아보기

점심을 먹고 우리는 마을회관 앞에서 이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그리고 그가 설명하는 벽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현재 벽화가 있는 집이 20호쯤 되는데, 이것이 2008년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시골마을 지원 사업에 모운동이 대상을 받아, 영월군으로부터 5000만 원의 지원을 받았다. 이것을 산꼬라데이길 안내판을 만들고 마을 환경을 정화하는 데 썼다. 그중 2500만 원은 자재와 재료를 사는 데 쓰고, 나머지 2500만 원을 인건비로 사용했다. 

[짝]의 애정촌 '모운정토'
 [짝]의 애정촌 '모운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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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이고 그림이고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그려 넣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준이 대단히 높다. 아마 옛날 옥동광업소에 근무하던 목수와 모운동 극장에서 영화간판을 그리던 화가가 있었나 보다. 그는 이제 우리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는 정말 선녀와 나무꾼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집은 영월 주문 우편취급국이다. 한 마디로 모운동 우체국인 셈이다. 모운동은 주문2리의 자연 마을이다.

그가 다음으로 우릴 안내한 곳은 SBS <짝>을 촬영한 '모운정토(募雲淨土)'다. 구름이 모이는 극락과 같은 땅이라는 뜻이다. 그곳 '모운정토'에서 짝을 찾는 남녀가 6박 7일 동안 기거하면서 프로그램을 찍는다고 한다. 이들 짝이 처음에는 외모를 보고, 다음에는 직업을 보고, 마지막에는 화술과 성격을 본다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처음에는 촬영 장면을 보려고 기웃거렸지만, 이제는 다들 TV에 초연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 TV 덕에 모운동 마을이 유명해질 수 있었다는 점은 다들 인정한다.

이루마와 피아노
 이루마와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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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마을 한가운데 광장과 그곳에 있는 산골 콘서트장이다. 맞배지붕 형태의 너와집을 공연장으로 만들고, 그 앞 광장에서 관객이 공연을 보도록 만들었다. 지금은 겨울이라 쓸쓸하지만, 여름 시원한 밤에 공연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이곳에서 공연한 유명 인사들이 꽤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 이루마는 그림으로 흔적을 남겼다.

콘서트장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집의 벽에 이루마와 피아노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의 건반 위에는 악보가 놓여 있고, 그 옆에 이루마가 나비넥타이를 하고 서 있다. 이루마라는 이름도 소망을 이루라는 뜻으로 아버지가 붙여주었다고 이장이 설명한다. 아마 이루마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이루마는 공연을 위해 피아노를 서울에서 이곳까지 운반해 왔다고 한다. 대단한 정성이다. 

<버디버디>와 <짝>의 현장을 찾아서

[버디버디] 안내판
 [버디버디]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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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에는 이곳에서 촬영한 <버디버디>와 <짝>의 흔적이 있다. 24부작 골프 드라마 <버디버디>의 배경이 이곳 모운동이기 때문이다. <버디버디>는 산골 소녀 미수가 골프 여제로 자라는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프로 골퍼가 되는 성미수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여기에 컨트리 클럽 이사장의 외동딸이자 골프 천재인 윤혜령이 라이벌로 나온다.

그리고 이 둘은 존 리라는 남자를 두고도 서로 라이벌이 된다. 골프에서의 라이벌, 사랑에서의 삼각관계를 축으로 이 드라마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공중파를 타지 못하고 tvN으로 방영되었는데,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승승장구하던 신지애와 미셸 위의 이야기를 토대로 했다고도 한다. 안내판에 보니 골프에 무협적인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라고 썼는데,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김흥식 이장이 '짝' 촬영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김흥식 이장이 '짝' 촬영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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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도 이곳에서 8번이나 촬영되었다. <짝>은 9~16명의 남녀가 애정촌이라는 공간에서 6박 7일간(168시간) 함께 생활하며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동안 이들은 만나고 사랑하고 갈등을 겪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일주일간 이루어지는 이들의 만남과 사랑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짝>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을 찾아보니, 짝을 선택하는데 얼굴과 직업이 중요함을 말하는 게시글이 보인다.

"짝 보고 나서 다시 한 번 느낀 거지만 역시 여잔 얼굴이 이뻐야... 처음에 여자 4호한테 거의 다 남자들이 대쉬했었다가 직업을 듣고 나서 다들 바뀌었는데..." 또 프로그램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도 보인다. "아니 짝 찾아주는 프로그램에서 왜... 짝의 수를 안 맞춰 줍니까?? 칠대오가 뭡니까 칠대오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남자 둘은 버림받게 되어 있는데... 이거 짝 찾아주는 프로그램 맞음??"

모운동을 떠나며

모운동 버스정류장
 모운동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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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들 프로그램의 촬영 흔적이 남아 있는 길과 집들을 살펴보며 마을 어귀로 걸어 나온다. 이곳에는 '구름이 머무는 마을 모운동 마을 이야기' 안내판이 있다. 내용을 보니 70~80년대 이야기다. 모운동은 말 그대로 구름이 모이는 동네다. 그리고 이곳 옥동광업소에서 생산되던 석탄은 별표연탄으로 팔렸다. 그 연탄이 추운 겨울 안방 아랫목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그렇지만 이제 이러한 일들은 모두 과거의 기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마을 입구에는 주문리와 예밀리로 나가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이곳에는 하루 4회 영월-주문리간 버스가 운행된다. 이곳에는 또한 쓰레기 분리시설이 갖춰져 있다. 일반쓰레기, 플라스틱, 공병류, 캔류로 나눠 수거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멋진 소나무가 하나 버티고 있다. 수령이 100년쯤 되어 보이는데 시간이 가면 더 멋있게 자랄 것 같다.

모운동 표지석
 모운동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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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또한 모운동이라는 돌 표지석이 있다. 그 아래 쓰인 'Happy 700'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것은 이 마을이 해발 700m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살기에 좋고 행복하다는 뜻이란다. 이곳에서부터 아래로 모운동길이 4㎞ 이어지고, 위로 광부의 길이 3.3㎞ 이어진다. 우리는 이제 광부의 길로 들어선다. 광부의 길은 옥동광업소, 납석광업소를 지나 싸리재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태그:#모운동, #시골밥상, #김흥식 이장, #[버디버디],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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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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