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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을 이제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슴 아프고 아쉬움 남지만 우리 갈 길을 찾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넉 달 동안 이어져 온 허경만 전남지사와 고재유 광주시장의 '시도통합 로맨스'는 11월 1일 허 지사가 결별을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막을 내렸다.

10월 말까지 시도통합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겠다고 약속한 지난 7월 19일 허 지사와 고 시장의 공언(公言)은 애초의 우려대로 정치적 해프닝으로 끝나버리고 만 것이다.

허경만 지사 "짝사랑을 이제 접을 수밖에 없다".. 포기 선언

허 지사는 1일 오후 3시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3년 반 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광주전남 통합론을 철회함과 동시에 도청이전 추진방침을 명확히 했다. "광주시가 시도통합을 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 허 지사가 밝힌 넉 달 밀회 결별사유.

그는 "도지사가 일관성 없이 시도통합과 도청이전문제에 대해서 왔다갔다 얘기한 부분에 대해선 그 책임을 달게 받겠다"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허 지사는 "더 이상의 시도통합 주장엔 시·도민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시도통합 찬성률이 40%를 넘어가지 않는다"고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다.

허 지사는 광주전남 통추위 관계자들이 한나라당을 방문해 도청이전 국고예산 보류 요청을 한 사실과 관련 "부끄러운 일"이라며 "저 모양이니까 낙후지역으로 남아 있다는 말을 들을까 염려스럽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통추위의 요청대로 도청이전 사업비 국고지원을 보류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일부 보도내용에 대해서 허 지사는 "원내 제1당이 그렇게 무책임한 얘기를 했으리라고 생각치 않는다"면서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정당은 책임도 없고 상식에서 벗어난 정당"이라고 힐난했다.

"어떤 놈이 실세냐, 지금도 임명제 시절이냐"

허 지사는 특히 시도통합과 도청이전 문제로 인한 실세 정치인과의 갈등설에 대해 "어떤 놈이 실세냐, 지금도 임명제 시절이냐"며 불쾌해하면서 "나는 민선 1기 때부터 (실세들을) 별로 신경 안 쓰고 살아왔다"는 말로 자신이 95년 민주당 경선에서 동교동계가 내세웠던 후보를 따돌리고 공천권을 거머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그는 "광주시 입장에서 제일 불리한 사태는 김대중 정권 임기가 끝난 후에 도청이전이 되는 것"이라며 "그나마 이 정권은 광주 도심 공동화에 대한 대책이라도 고민하지만 차기정권은 누가 되든 신경을 안 쓸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지사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는 시도통합이나 도청이전 문제로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시도통합은 지뢰여서 건들면 터지는데 어떤 정치인이 이를 건드리겠나"고 말해 오늘 기자회견이 ▲시도통합 추진 백지화 ▲도청이전 예정대로 추진을 기정 사실화하는 자리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떨떠름한 광주시 "시도통합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이에 따라 전라남도는 오는 12월 중순 조달청에 도청 신청사 건축에 따른 발주를 의뢰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전남도는 이미 도청 신청사 건축과 관련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일대의 편입부지 보상을 마무리했으며 실시설계를 마친 상태다.

한편 광주시 관계자는 허 지사의 기자회견과 관련, 광주시의 대책과 입장을 묻자 "뭐라고 밝힐 입장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시는 시의 계획대로 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시도통합추진위 임택 대변인은 "예산문제 때문에 사실상 어려운 도청이전을 허 지사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임기 내에 삽질부터 하려는 정치적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넉 달만에 끝난 허경만 지사와 고재유 광주시장의 '시도통합 로맨스'는 <오마이뉴스 광주전남>이 긴급고언을 통해 이미 경고한 것처럼 어설픈 정치쇼로 끝나고 말았다.

두 지방자치단체장이 넉 달 동안 시·도민을 상대로 펼쳐왔던 시도통합 논란은 불필요한 혈세 낭비와 지역현안에 대한 지역민들의 냉소심리만을 조장한 채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 만 것이다.

특별기획 : 도청이전 광주전남 시도통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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