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에 올라온 팬 일러스트레이트. 심은경은 이 그림을 선물받고 "귀여운 그림 하나를 팬분께 선물받았어요. 엘사여신님과 오두리의 만남!! 너무너무 똑같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네요ㅎ"란 소감을 전했다.

영화 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에 올라온 팬 일러스트레이트. 심은경은 이 그림을 선물받고 "귀여운 그림 하나를 팬분께 선물받았어요. 엘사여신님과 오두리의 만남!! 너무너무 똑같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네요ㅎ"란 소감을 전했다. ⓒ 양은봉


'1000만'과 '800만'.

2014년의 흥행 포문을 연 원투펀치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가 이번 주말 안으로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관객 숫자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25일까지 <겨울왕국>은 누적관객수 971만 9326명, <수상한 그녀>는 780만 5689명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4위와 3위를 고수하고 있다.

각각 1월 16일과 22일 개봉해 롱런 중인 두 작품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OST '렛 잇 고(Let it go)' 열풍을 위시한 <겨울왕국> 신드롬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이고(이웃나라 일본은 오는 3월 개봉이다), <수상한 그녀>의 주연배우 심은경은 지난 23일 방영된 SBS <런닝맨>에 출연해 예능감을 뽐냈다.

엘사와 '오드리' 오말순, 이 최종병기 그녀들이 주도한 두 작품의 최종심급을 마련했다. 그 누구도 예상치못한 <겨울왕국>의 기록적인 흥행과 투자배급사 CJ가 '2014년의 <7번방의 선물>'을 고대했다는 <수상한 그녀>의 성공요인을 요모조모 살펴봤다. 캐릭터가 보였고, 음악이 들렸으며,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자리하고 있었다.

# 그녀들의 신상명세서, 엘사와 오드리

 <겨울왕국>의 엘사와 <수상한 그녀>의 오말순

<겨울왕국>의 엘사와 <수상한 그녀>의 오말순 ⓒ CJ E&M,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


이름 : 엘사(Elsa)
나이 : 21살
고향 : 아렌델 왕국(1800년대 노르웨이 지역으로 추정)
직업 : 공주에서 여왕으로 취임
특이 사항 : 장갑을 뺏으면 화냄. 식욕이랑 친하지 않음. '얼음공주'로서의 능력을 저주로 알고 있음. 동생 안나는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 알고 보면 눈사람 올라프의 조물주임. 남자엔 아직 관심이 없음. 화를 조절하지 못해서 낭패를 본 기억으로 '앵거 매니지먼트'에 성공한 케이스.   

이름 : 오말순(오드리)
나이 : 70대(에서 20살로 변신)
고향 : 대한민국 전라도(현재는 서울 거주)
직업 : 실버카페 직원에서 잘리고 현재 가수 데뷔.
특이 사항 : 시끄러움. 욕도 잘 함. 타고난 가수임. 외아들을 끔찍이 아낌. 과거 독일 탄광에 돈벌러 간 남편을 잃은 아픔의 소유자. 평생 자신을 흠모한 박씨에겐 밀당의 여왕. 며느리 구박에도 일등. 손녀보단 손자를 더 좋아함. '남자는 그저 처자식 안굶기고 밤일 잘 하면 그만'이란 쿨한 성격의 소유자.

# 미워할 수 없는 두 여자, 엘사와 오말순

먼저 엘사. 아마 제작사 디즈니가 '민' 캐릭터는 동생 안나일 것이다. 공식 보도자료를 비롯해 크레딧 상 표기도 극의 기승전결을 이끌어가는 안나가 먼저다. 그러나 관객들은 '렛 잇 고'를 열창하는 비운의 주인공 쪽에 엘사 쪽으로 기울었다. 동생을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과 저주에 가까운 능력으로 외톨이가 된 엘사에게 좀 더 진한 감정이입을 하게 될 줄이야.

현재의 오말순(나문희 분)은 지하철 노약자석에 오늘도 만날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다. 자식들을 먹여살리려 비호감에 가까운 일도 서슴지 않았던 이 억척스런 여성에게 젊은 관객들이 우리 모두의 할머니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타입슬립'과 비슷한 설정 덕에 20대의 육체를 지닌 오드리는 그래서 (그 특이한 취향에도 불구하고)누구도 미워할 수 없고 친근한 캐릭터로 거듭났다. 영화 안팎에서, 오말순과 오드리는 그런 존재다.     

# 대체불가의 심은경, 스타덤에 오른 이디나 멘젤

 <수상한 그녀>의 두 오말순, 심은경과 나문희, 그리고 <겨울왕국>의 이디나 멘젤.

<수상한 그녀>의 두 오말순, 심은경과 나문희, 그리고 <겨울왕국>의 이디나 멘젤. ⓒ CJ E&M, 워너뮤직코리아


<런닝맨>에 나온 심은경은 분명 여느 스무 살 배우들과 느낌이 달랐다. 조숙한 듯 순수한 모습은 영화 속 능청스러운 캐릭터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기자간담회 등 방송카메라가 위치한 자리와는 180도 달라지는 천상 '배우'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의 판타지 설정을 오로지 자연스러운 연기로 돌파해내는 신박하고 신묘한 '온리원' 배우가 됐다.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던 초반부 '(오말순을 연기한)나문희 모사'도 그녀이기에 용납됐다고 할까. 그간 <써니><광해>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준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스무 살에 만개시킬 줄 그 누구가 예상했을까.

<겨울왕국>에서 사실 엘사 역의 이리나 멘젤보다 더 주목을 받았던 배우는 안나 역의 크리스티나 벨이었다. 미드 <가십걸>에서 'XOXO'를 외치는 나레이터이기도 했던 그녀는 인지도와 싱크로율 면에서 밝고 당찬 안나 역에 적합한 배우였다.

반면, 이디나 멘젤은 브로드웨이의 '주목받는 배우'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마법의 걸린 사랑>에서 조연으로 디즈니와 인연을 맺었지만, 이디나 멘젤의 이름은 여전히 생소했다. 그랬던 이 배우가 '렛 잇 고'에 대한 전 세계 관객들의 사랑으로 제 2의 삶을 살게 됐다. 마치 영화 속 엘사가 안나의 사랑으로 거듭났듯이.

# 엘사와 오말순의 '조력자들'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의 주요 출연진들이 함께 한 포스터.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의 주요 출연진들이 함께 한 포스터. ⓒ CJ E&M,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


'양덕'(서양 마니아팬)들이 바글바글한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 텀블벅을 둘러보면, <겨울왕국> 바깥 세상은 엘사와 안나 팬들로 양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엘사의 인기에 가린 안나는 '조력자'라기 보단, 공동 주연이 맞다. 언니를 위해 갖은 고생을 불사하는 이 동생의 사랑이야말로 영화의 보편적인 주제이기도 하고.

'완소' 캐릭터로 자리잡은 올라프와 그의 짝패인 순록 스벤은 그간 드림웍스나 픽사에게 가려졌던 감초 캐릭터의 성공이란 면에서 꽤나 반갑다(<미녀와 야수>의 찻잔이나 <알라딘>의 지니 등을 떠올려 보라). 강한 여자 안나를 제대로 보필하는 크리스토프도 전형적인 왕자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에서 점수를 얻었다.

<수상한 그녀>는 조연들이 즐비하다. 비록 캐릭터의 대부분이 스무 살로 변신한 '오말순' 오드리에 대한 리액션을 담당하곤 있지만, '박씨' 박인환, '한승우 PD' 이진욱, '진영' B1A4 정진영 등 세대별 미남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억지스럽지 않은 아들 성동일의 절절한 연기와 함께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이란 배우에 가장 든든한 조력자는 원조 '오말순' 나문희일 것이다.  

# 그리고, 노래, 노래, 노래!  

 <겨울왕국>의 'Let It Go' 한국프로모션에 나선 씨스타 효린

<겨울왕국>의 'Let It Go' 한국프로모션에 나선 씨스타 효린 ⓒ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주)


빌보드차트는 물론 국내 음원차트를 점령해 버린 '렛 잇 고' 열풍을 재론하는 건 무의미할 정도다. <겨울왕국>의 고품스런 뮤지컬 드라마가 흥행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마찬가지다.

북미와 한국에서 각종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인 <겨울왕국> OST와 '렛 잇 고'의 인기는 1990년대 디즈니 뮤지컬 애니 팬들에게는 반가운 귀환이면서 각종 동영상 패러디, 커버송, 각종 TV 프로그램 배경음으로 확산되면서 하나의 현상이 됐다. 국내에선 외국영화 OST의 단일곡 히트는 <원스> 이후 참으로 오랜만이다. 

반면, <미녀는 괴로워><과속 스캔들> 등 '공연 장면'을 잘찍은 영화들의 계보를 잇던 <수상한 그녀>는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이 부르는 '한 번 더'가 2인조 밴드 페퍼톤스의 정규 1집 수록곡 '레디, 겟 셋, 고!'의 번안곡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결국 표절논란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지만, 제작사의 늦장 대응과 더불어 성공한 작품의 흠결로 남게됐다.  

# 소수자와 타자에 대한 배려

두 작품 모두 '소수'에 대한 메타포와 배려를 깔고 있다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미국에서 먼저 평가받았던 <겨울왕국>의 엘사 캐릭터는 소수자를 상징하기에 충분하다. 타자화된 소수자의 분노와 갈등 해결 과정을 최대한 나이브(naive)하지 않게 그린 것도 <겨울왕국>의 강점이 되어줬다.

<수상한 그녀>는 노인 문제에 시선을 가져간다. 특히나 나문희가 등장하는 초반 장면에선 <도가니>를 만들었던 황동혁 감독답게 꽤나 진중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아들 현철의 대학생 제자들이 노인을 "냄새나고 귀찮은 존재"로 말하는 장면은 <수상한 그녀>가 이러한 고정관념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대중영화가 (사회에)할 수 있는 일의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환기가 최우선 일지 모른다.

# 마지막으로, 의외의 흥행포인트

1000만과 800만 돌파를 앞둔 두 영화의 흥행 핵심 포인트에서 대해서는 흥행 분석에 정통한 전 <맥스무비> 김형호 실장의 의견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올 겨울 시장은 이렇게 이야기가 됩니다. 가족관객 시장이 어디까지인지, 어떻게 분화되는지 성장한 시장의 실체. <겨울왕국>의 천만은 자녀 동반한 부모관객, <수상한 그녀>의 800만은 부모 보여주는 성인자녀관객.

그리고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때랑 똑같다고요!! '태극기' 자리에 <수상한 그녀>라고 예상했지만, <겨울왕국>이 가져갔고. 그리고 <겨울왕국> 천만은 <워낭소리>처럼 예상 같은 걸 할 수가 없는 거라구요. 그걸 예상했다면 그건 전문가 같은 게 아니라 점쟁이!"

겨울왕국 수상한 그녀 오두리 엘사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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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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