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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청춘대학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죠. 예전에 그들은 대학에서 자유지성을 논했지요. 제 살길은 뒷전으로 물렸고 오직 나라와 공동체를 위한 안위에 애를 썼지요. 헌데 요즘 청춘들은 취업에 온몸이 닳아 있지요. 불투명한 미래사회 때문이죠. 한해 등록금으로 1천만 원을 내면서도 졸업 후 보장 받는 건 하나도 없죠. 입시지옥에 이어 취업지옥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지요.

 

청년 백수. 그게 무서워 졸업장보다 휴학에 휴학을 거듭하지요. 비정규직이든 인턴이든 잠시 몸을 맡길 곳이 있다면 어디든 상관치 않고 뛰어들지요. 서울에 있는 대학생들은 해외로, 지방에 있는 대학생들은 또 서울로 스펙을 찾아 떠나지요. 자본시장에서 제 몸값을 높인다는 데 누가 마다할까요.

 

그들에게 세종시나 4대강 문제는 어떨까요? 아마 딴 나라 세상이지 않을까요. 나랏일이나 선거나 정치혁명 같은 것들은 귀에 들어 올 리가 없겠지요. 제 살길도 막막한 데 무슨 나랏일 걱정하고 공동체 걱정을 하겠어요. 그런데 그런 그들의 뒤에 뭔가 숨어 있다는 걸 그들이 알고 있을까요? 지배전략을 구사하는 이들이 그들을 먹잇감으로 곧잘 이용한다는 것 말이지요.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대학에 갈 것을 강요하고 거의 강제로 대학에 가게 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고 있어요. 그 비싼 등록금을 개인이 알아서 충당하도록 하고 있죠. 젊은이들은 부모에게 기생할 수박에 없고, 그걸 강요하는데 왜 대학생들은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상황을 보면, 극히 소수만 좋은 직장을 얻고 절대다수가 비정규직, 88만원 세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적지 않은 수가 실업으로 내몰리고 있죠. 그런데 1년에 대학 등록금을 1,000만원씩 내야 하는 상황이니 당연히 문제제기가 있어야 합니다." (234쪽)

 

이는 이인의 <청춘대학>에서 홍세화 선생이 이야기한 대목이지요. 그 분은 요즘 대학생들이 기성세대를 향해 투쟁이란 걸 해 봐야 한다고 말을 하지요. 1천만 원 대학등록금도 학생들의 처우나 복지에 쓰이는 게 아니라 대학마다 또 다른 투자에 쏟아 붓고 있다는 걸직시하라는 뜻이겠죠. 그러니 제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뜻을 모아보라는 것이지요.

 

놀라운 건 그 분만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는 거죠. 그건 한홍구 선생도 마찬가지지요. 물론 그 분은 거기에다 한 술 더 뜨고 있어요.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들이 20대 대표자들을 뽑아 원내에 보내자는 것이죠. 만일 지역구가 불가능하다면 비례대표라로 참여토록 투쟁하라는 것이죠. 역사의 수레바퀴는 그때에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구요.

 

그러니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겠지요. 사실 이 책을 펴낸 이인씨도 대학시절에 취직 때문에 온몸이 닳아 있었고, 그래서 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고, 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하지요. 그런 그였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여러 스승들을 찾아다녔고, 그래서 얻은 깨달음들을 엮어 낸 게 이 책이라고 하지요.

 

이 책에 이인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분들은 고미숙 선생을 비롯하여 강신주, 김시천, 한완상, 우석훈, 고은광순, 임지현 선생님 등 우리시대에 쟁쟁한 분들이지요. 또 개그우먼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미화씨도 선생님으로 등장하고 있지요. 그러니 뭔가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이 책이 좋은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고은광순 선생님은 이 시대의 청춘들이 하루 속히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독립, 정신적인 독립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구본형 선생님도 젊은이들이 모두 대기업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고 넓은 세상을 경험한 뒤 진정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도록 충고하고 있구요. 그리고 김미화 선생님도 경쟁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스트레스 받기보다 무언가 만족할 만한 일을 개척하도록 자극하고 있지요.

 

어찌됐든 중요한 건 그것 같아요. 우리시대의 20대는 미래의 동력세대가 아니라 현재의 리더세대라는 것 말이죠. 먼 시대에 우리 사회를 바꾸어 보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의 모순덩어리들을 항거하고, 모든 젊은이들이 지금 행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토록 하자는 것이지요.

 

그런 의식이 없으면 여전히 기성세대가 안고 있는 모순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지배전략에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고서도 무엇을 생각할까요? 기성세대가 쳐 놓은 사다리를 차 볼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스스로의 무능에 자책하거나 더 좋은 자리를 꽤차기 위해 경쟁하겠지요. 진정 이 땅의 청춘들은 기성세대의 모순을 걷어차고 제 권리를 찾아낼 순 없을까요?


청춘대학 - 대한민국 청춘, 무엇을 할 것인가?

이인 지음, 동녘(2010)


태그:#청춘대학, #모험,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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