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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전 KAIST 봄 축제에서 선보인 무인 자동차(자율주행차량) 'EureCar'와 무인기(차량 위). 이날 KAIST 심현철 교수팀은 물류배송용 무인항공기 시스템을 이용해 교정에 딸기를 배달했다.
 11일 대전 KAIST 봄 축제에서 선보인 무인 자동차(자율주행차량) 'EureCar'와 무인기(차량 위). 이날 KAIST 심현철 교수팀은 물류배송용 무인항공기 시스템을 이용해 교정에 딸기를 배달했다.
ⓒ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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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요즘 나온 소설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평범한 연애소설이라도 스마트폰이나 전기자동차, 로봇청소기 같은 현대 문명의 이기들이 등장한다면 허황된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처럼 느낄 것이다.

흔히 '공상과학소설'로 불리던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의 매력은 이런 것이다. 굳이 타임머신을 타고 먼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수십 년, 수백 년 뒤에 벌어질 수 있는 가상 세계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

2050년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 '투명 망토'에 사람 뺨치는 안드로이드까지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보다 예의바른 태도로 인간 행세를 하고 있다. 전기만 나가면 무용지물인, 영혼도 없는 기계 덩어리들이 인간과 소통하면서 인간보다 더 인간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작품 속에서)

방송작가 출신 송충규씨가 쓴 과학소설 <금재철 최후의 수수께끼>(전파과학사) 역시 독자들을 가까운 미래인 2050년대로 이끈다. 사람과 거의 분간할 수 없는 안드로이드와 투명 망토, 입체영상 휴대전화가 등장하고 한두 달이면 화성 식민지까지 여행도 다녀올 수 있는 시대다.

사실 이들을 비롯해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 복제, 3D 프린터, 택배용 드론(무인기), 자율주행 자동차 등은 현대 과학도 어느 정도 근접한 첨단 기술이다. 현실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게 아니라 불과 몇 년이 지나면 현실이 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미래'인 셈이다. 

그 비밀은 송충규 작가의 독특한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1990년대 KBS '유머일번지' 등 코미디․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날린 송 작가는 늦은 나이에 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에 들어가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덕분에 정보기술(IT)부터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로봇기술(RT)까지 국내 최고 석학들을 통해 쌓은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진정한 '과학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아무리 과학 지식을 사실에 가깝게 반영하더라도 읽는 재미가 없으면 소설은 아니다. 책 제목에서 짐작하듯 이 작품은 과학소설이란 외피를 쓴 일종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야기는 서기 2056년 통화 상대방의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3D 휴대전화'를 개발해 갑부가 된 젊은 벤처기업가인 금재철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초반에 낯선 과학기술용어들이 많이 등장해 진도가 느리지만, 주인공이 위기 국면에 접어드는 중반부터는 거침없이 읽힌다. 과학 용어들 역시 작가가 직접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과학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이미 26부작 아동용 SF 작품을 쓴 작가답게 극적 긴장감이나 이야기 구성도 탄탄하다. 본격 추리 소설은 아니지만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송충규 작가의 과학소설 <금재철 최후의 수수께끼>
 송충규 작가의 과학소설 <금재철 최후의 수수께끼>
ⓒ 전파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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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 작가 나름의 과학 철학이다. 많은 과학소설들이 '디스토피아' 같은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공 지능이나 인간 복제, 기억 조작 같은 최첨단 기술이 인류에게 긍정적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최근 무인기 논란에서 보듯 작은 곤충 크기의 스파이 로봇이 등장하면, 인류에게 '사생활'은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작가 자신도 "과학기술이 마냥 좋다고 예찬하지 않는다"면서 "양날의 검과 같은 과학기술이 가져올 빛과 그림자를 소설을 통해 살펴보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실제 뇌공학 기술의 발달로 사람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인간의 존재 가치에 더 의문을 품게 될 수도 있다. 거꾸로 사람 못지않은 인공 지능을 갖춘 안드로이드나 복제 인간들은 자신을 창조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금재철 최후의 수수께끼

송충규 지음, 전파과학사(2014)


태그:#송충규, #과학소설, #KAIST, #금재철 최후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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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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