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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님.

 

먼저 <초한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을 때가 기억납니다. 정말 뜨겁게 읽었습니다. <사람의 아들> <젊은 날의 초상> <선택> <이문열의 삼국지>.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문열님은 책 한 권을 낼 때마다 한국 문학에 획을 하나씩 그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이 작가님을 '보수논객'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람들이 이 작가님을 보수논객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논객'이란 '말' 하는 사람입니다. 작가란 글을 통하여 말하는 사람인데 왠지 말을 통해서 말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 날 발언들은 여기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작가님은 17일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나오셔서 많은 말을 하였습니다. "예전부터 의병이란 것은 국가가 외적의 침입에 직면했을 때뿐만 아니라 내란에 처해 있을 때도 일어나는 법"이라며 "이제 촛불집회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 일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작가에서 보수논객이 된 이문열

 

이 작가님 같은 깊은 사유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촛불집회를 '내란'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까? 이 작가님이 생각하는 내란이란 무엇입니까? 내란의 사전적인 의미는 "정부에 반대하여 일정한 규모와 조직을 갖추고 무력을 행사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정부를 뒤집어엎으려 하거나, 국토의 한 지역을 함부로 차지하여 독립을 꾀하거나, 헌법을 어지럽히는 폭동을 일으키는 일 따위" 입니다.

 

촛불집회가 내란으로 성립되려면 그 세력들이 정부전복 목적과 일정 규모 병력, 무기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토 일부나 한 지역을 차지해야 합니다. 촛불집회가 과연 정부 전복과 일정 규모 병력, 대한민국 일부 영토를 장악했습니까? 저는 도저히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작가가 언어에 대한 개념 정의가 이토록 미흡할 수 있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입니다.

 

국가 신뢰를 훼손한 사람들은 촛불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과 협상한 관료들입니다. 책임자는 그들이지 촛불이 아닙니다. 이 촛불을 끄기 위하여 사회적 반작용이 일어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을 '의병'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옛날 의병이 일어난 것은 외적 침입과 국가가 나라를 바르게 통치하지 못했을 때에 일어났습니다. 고려시대 김사미·만적의 난, 조선시대 홍경래의 난과 19세기 농민봉기와 동학농민전쟁은 정치권력이 백성을 핍박했을 때 일어났습니다. 백성을 항상 지배 대상으로 삼아 핍박과 압제할 때 그들은 일어났습니다.

 

시민권력은 정치권력에게 무한 권력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정치권력이 헌법에 규정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범위를 넘어설 때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들의 권리입니다.

 

또한 이문열님은 "불장난을 오래하다 보면 결국 불에 덴다, 너무 촛불 장난을 오래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촛불집회가 불장난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까? 불장난은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못하면 모든 것을 타 태워버려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는 철부지 행동입니다.

 

하지만 촛불민심은 뚜렷한 목적이 있습니다. 생명과 주권을 지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오래했습니까? 오래하도록 한 장본인은 이명박 정권입니다. 촛불을 끌 사람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 작가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사실 지지율 10%라든가, 이상한 형태의 여론조사는 솔직히 믿지 않는다"며 "아마 지금과 같이 이렇게 민의가 왜곡된 이런 상태에서는 글쎄 뭐, 여론조사라도 플러스 마이너스 3% 하는 오차는 믿지 못하겠고, 지금은 적어도 플러스 마이너스 10% 이상 오차는 나는 것 같다"고 분석하셨습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표본오차가 ±10%라고 인정을 합시다. 그렇게 해서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지지율은 17.4%에 불과합니다. 출범한지 100일이 조금 지난 대통령 지지율이 이 정도라면 통치불능 상황입니다. 지지율을 하락하게 만든 원인은 강부자, 고소영, 학교자율화, 대운하, 의료보험민영화, 미국산 쇠고기를 문제를 야기한 이명박 정권이지, 민의를 왜곡시킨 언론이 아닙니다. 여론을 왜곡시킨 언론이 누구입니까? 이명박 정부를 지지한 조중동 아닙니까?

 

촛불 민심을 그대로 보십시오

 

여론을 조작했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쇠고기 (수입반대를)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느닷없이 '공영방송 사수'하면서 무슨 이상한 말을 하는데, 사실 말도 안 된다"며 "예를 들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라고 그러는 것은 그건 전혀 '음모'라는 말을 어디에 쓰는 건지도 모르면서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특보출신인 서동구씨가 KBS사장이 되었을 때 조중동과 한나라당, 보수세력이 보인 반응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권은 어떻습니까? YTN, 스카이라이프, 아리랑TV,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 특보를 지낸 인사들이 선임하거나 내정했습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어떻습니까? KBS 정연주 사장을 퇴출 0순위로 찍었습니다. 아마 김대중·노무현 정부였으면 조중동을 비롯한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은 끝을 보았을 것입니다.

 

누리꾼들이 벌이고 있는 조중동 광고 게재 중단 요구는 "범죄행위", "집단난동"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단어는 자칭 보수세력들이 좌파세력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입니다.

 

누리꾼들이 조중동을 사심이 있어 비판하거나 광고 거부 운동을 펼친 것이 아닙니다.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인 일입니다. 작가이니까 노무현 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조중동 논조와 이명박 정부 시절 논조를 비교해보시면 잘 아실 겁니다. 그러면 조중동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이 범죄행위를 하는 것인지, 조중동이 언론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진짜 누가 선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문열 작가님.

 

작가도 특정 이념을 가질 수 있고, 그 이념으로 사회 현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특정 이념에 갇혀 사회현상을 왜곡시키면 안 됩니다. 글 재주가 뛰어나고 문장이 아무리 미려해도 사회를 왜곡시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문장이 죽은 문장이며, 글입니다.

 

촛불민심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십시오. 그럼 보입니다. 저 같은 자도 보이는데 왜 보지 못하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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