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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8%를 사수하라는 바오파(保八)는 지난 수 년간 중국 경제의 주요한 화두였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는 바오파의 공식적인 종언을 고했다. 더 이상 8% 성장은 가능하지도, 유지할 필요도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대국이자, 세계의 공장이 된 거함이 8%로 달리는 것은 사실상 지구를 어지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중국이 달리는 곳에 들어간 자원이나 인력은 상상을 불허하고, 환경문제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럼 앞으로의 1년, 길게 15년은 어떨까. 중국호의 경착륙은 없겠지만, 분명히 중국호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노령화 문제다. 중국은 이미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이 문제에 근접한 나라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모옌의 <개구리>에서 나타나듯 중국은 1970년부터 한자녀 정책을 시작한다. 덩샤오핑에는 더욱 엄격해져 도시 호구(주민등록)를 가진 이들에게 한자녀만 허락하는 독생자녀 제도를 실시한다. 이로 인해 현재 13억명을 넘는 중국 인구는 14억명을 정점으로 해서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가 진행된다면 2100년에는 5억명대로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

2100년 5억명대로 감소하는 중국 인구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중국의 노령화는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진핑 정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도 한자녀 정책에서 두자녀 정책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다만 중국도 자녀교육 비용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앞으로 두자녀까지 허용하는 제도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출산인구가 얼마나 늘어날지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도 이미 하우스푸어를 지칭하는 방노(房奴, 집의 노예)를 비롯해 차노(車奴, 차의 노예), 구노(股奴, 주식의 노예), 카노(카드 노예) 등이 양산되고 있다. 거기에 요즘에는 물가까지 올라서 채노(菜奴, 야채의 노예), 과노(果奴, 과일의 노예)까지 확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베이징의 방값은 한국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임금은 아직 낮은 수준이고,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니 이런 불만이 나오는 것도 당연지사다.

한국과 별반 다름없는 이 인구 변화가 가져올 모든 구조적 문제는 농업 인구의 변화 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의 제조업 위치는 물론이고 모든 문제에서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중국의 세대교체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중국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기관의 지도자들의 상당수는 현재 40대가 차지하고 있다. 물론 최고 책임자는 50대인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기획을 하고, 뛰는 세대는 대부분 40대들이다.

대학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이들을 선발해 지도자로 키우고, 윗세대들이 그들을 옹립하는 방식이다. 소위 '문청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60대 상무위원들은 대부분 문화대혁명시기에 학교를 다닌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은 교육수준이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을 인정해 영어도 능통하고, 정규 교육을 받은 40대들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중국의 앞날을 설계한다.

필자 역시 중국으로 투자유치나 교류 방문을 다닐 때 만난 층들은 대부분 영어가 능통한 40대들이 많다. 중국 최대 경제특구인 빈하이신구의 투자유치를 담당하다가 '중국 싱가폴 에코시티'의 총 책임자로 간 쉬따통(徐大彤) 주임이나 칭화대 투자펀드를 총괄하는 왕지우(王济武) 총재, 중국 최대 태양광기업 중 하나인 아이캉(愛康)그룹을 이끄는 조우청후이(邹承慧) 사장 등은 모두 필자보다 한 살 어린 1970년생들이었다.

이들은 수조원 규모의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역시 수조원의 자금을 운영하는 궈위앤투자의 후치하오(胡祺昊) 사장 역시 이보다 젊은 나이였다. 베이징대나 칭화대 등 유수의 대학을 나온 이들은 영어 능력은 물론이고, 기획력, 인맥 등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지도자로 부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젊은 중국은 빠른 국제 감각을 필요로 하는 이 시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어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으로 중국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무너지는 '중국의 존엄과 품격'

홍콩 센트럴의 한 퇴직 연금 광고를 보고 있는 직장인
▲ 홍콩이라고 퇴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홍콩 센트럴의 한 퇴직 연금 광고를 보고 있는 직장인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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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흐름 중에 하나는 주변국들의 경계심이다. 체제적으로 현재 남은 사회주의 국가 중 가장 강력하고, 위상도 커가는 중국의 부상은 70년대 초반부터 언제나 꼬리표로 중국의 뒤를 잡고 있었다. 거기에 지나치게 이익 중심으로 국가관계를 만드는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잃는 부분도 많다. 

2007년 금융 위기로 인한 미국의 불안은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하는 호기로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중국의 국가 위상은 올라가지 않는다. 천민자본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자기모순을 극복하지 못해 다른 나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 환부를 도려내는 것을 극히 꺼린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외환경이 변하면서 중국이 세계 양대 헤게모니로 성장하는 데 한계를 드러낼 전망이다.

중국의 세계 헤게모니 전략은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 등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초대형 다큐멘터리인 <대국굴기> 등을 제작하며 지난 강대국들의 성쇠를 점검했다. 이 말은 무너지지 않는 대국 전략을 점검하겠다는 것으로도 읽혔다. 실제로 그런 의지를 갖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매년 10% 전후 성장과 14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 또 스스로가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되어가는 상황은 중국이 이런 포부를 품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중국이 그토록 중시하는 '궈거'(國格 국가의 존엄과 품격)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 내 확산되는 천민자본주의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대사를 지내다가 최근 귀국한 한 지인은 아프리카에서 중국 위상 약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사실 중국이 2006년 11월 아프리카 50여개국 정상을 한꺼번에 초청해서 협력관계를 형성할 때만 해도, 아프리카 내 중국의 위상 강화는 눈에 보듯 뻔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자본과 인력까지 끌어들여 투자 대비 수 배 장사를 하는 것을 보고 아프리카 사람들이 질리기 시작했다.

또 싸다고 산 중국산 어망 등이 한두 번의 조업으로 망가지는 것을 보고 이제는 비싸도 한국산을 찾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국가 수뇌부들이야 중국과의 협력관계로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중국의 인식은 이미 그 곳을 먼저 다녀갔던 영국이나 프랑스 등 근대 제국주의 세력과 다르지 않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담보로 토목공사를 진행할 때 자국의 해외플랜트 주관사인 중궈투무지투안(CCECC)을 통해 중국 내 인력을 선발, 교육해서 파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회사는 우간다,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지푸티 등에서 대형 토목공사를 수주했는데 대부분 인력을 중국에서 수급해 간다. 언어 소통도 있지만 인건비도 오히려 중국인들을 데려가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던 아프리카 해당 국가들은 자원 유출과 여론 악화라는 악재를 만났는데 이런 현상이 한 국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대외 전략은 남미국가로 향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남미쪽 국가들은 중국과의 합작에 극히 소극적인 상황이다.

물론 중국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각국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 4~5년간 이런 지원 뒤에 있는 속내가 드러나서 해당국가가 지원을 반기지만은 않는다는 게 국제사회의 관측이다.

이런 상황을 중국 역시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중국 내에서 낙후된 지역에 학교를 지어주는 희망공정이라는 프로젝트를 아프리카로 옮겨 진행하는 등 안간힘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오는 중국의 위협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중국 상인들은 이제 아프리카 오지에서 물건을 파는 보따리 상으로 까지 진화했기 때문이다.

티벳과 신장 위이얼족 문제는 중국 소수민족 갈등의 가장 큰 축이다.
▲ 티벳의 가장 큰 축제에 벌어지는 짠푸행사 티벳과 신장 위이얼족 문제는 중국 소수민족 갈등의 가장 큰 축이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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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프랑스 지성 기소르망이 <중국이라는 거짓말>에서 주장했던 부정적인 예측들이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중국이 이미 소득분배, 티벳 독립, 위그루 독립, 파룬궁, 부정부패의 만연, 은행의 부실, 윤리의식 부재, 공산당의 난관 등을 이유로 번영이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아주대 세계학연구소 이홍규 박사는 "중국의 변화를 일도양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 상황은 사회불안의 비등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들이 합쳐져서 혼란스럽게 나타나는 상황일 것이다, 최근 <베이징의 아담 스미스>라는 책에서 지오반니 아리기 교수가 팍스 차이나를 지향한 중국이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좌파 형태의 비자본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 논쟁이 된 적이 있다, 일단 중국 지도부도 신자유주의로의 편입, 제 3의 길 등 다양한 상태에서 혼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그:#중국, #노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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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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