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국민은행 2008-2009 여자프로농구도 어느덧 정규리그 종반부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무적', '레알' 신한은행이 25승 3패로 독주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팀 중 금호생명의 거침없는 '붉은 질주'가 눈에 띈다.

 

금호생명은 12월 30일 국민은행에게 71대 67로 힘겹게 승리를 거둔 후 새해 들어서 7일 구리에서 우리은행에 69대 64의 신승을 거두고 10일 삼천포 중립원정경기에서는 또다시 10연패에 허덕이는 국민은행에게 이번에는 74대 61의 대승을 거두는 3연승을 하며 현재 3위 삼성생명과 한 게임차로 단독 2위(18승 9패)를 지키고 있다.

 

과연 어떤 선수가 어떻게 이러한 금호생명의 '붉은 질주'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이제는 리바운드만 제압하지 않는다, 신정자

 

 10일 삼천포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KB국민은행 2008-2009 여자프로농구 시즌 두번째 중립경기에서 '15-15' 더블더블을 기록한 금호생명 레드윙스 신정자 선수

10일 삼천포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KB국민은행 2008-2009 여자프로농구 시즌 두번째 중립경기에서 '15-15' 더블더블을 기록한 금호생명 레드윙스 신정자 선수 ⓒ 금호생명 레드윙스

신정자(30·185Cm)는 2006년 8월 금호생명으로 이적해 오기 이전 국민은행 시절부터 '미녀 리바운더'로 여자프로농구에 이름을 알려왔다. 그녀의 경기를 직접 본 팬들은 한결같이 팔을 늘려 물건을 쉽게 잡아내는 '가제트'를 연상했다. 금호생명으로 이적해 팀의 중심축이 되었고, 지난 시즌부터 외국인 용병제가 폐지되면서 신정자의 리바운드는 부동의 국내 최고가 되었다.

 

이번 시즌에도 신정자는 전 선수 중 유일하게 평균 두 자릿수의 리바운드(11.0개)를 자랑하며 리바운드 여왕의 이미지를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다. 이제 신정자를 말할 때 리바운드 능력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진부하다.

 

신정자는 최근 체력 문제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시즌 공격 능력을 마음껏 뽐내며 이젠 리바운드에 이어 팀 내 공격까지 주도(평균득점 14.11점)하고 있다. 팀 패턴을 잘 이용하는 공격 능력은 물론이고, 일대일 공격에서도 득점력을 높히며 이제는 '공격형 센터'의 모습까지 팬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있다.

 

공격 능력 뿐만이 아니다. 신정자는 올 시즌 넓어진 시야까지 선보이며 팀의 원할한 경기 흐름에 기여했다. 특히 수비가 자신한테 몰렸을 때 빈 공간으로 공을 재빨리 빼주는 패스나, 상대 수비수가 예상치 못한 빈 공간으로 주는 패스는 올 시즌 신정자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팬들에게 신정자는 워낙 '리바운드 여왕' 이미지가 강하여 다른 모습은 잘 부각되지 않았으나 올 시즌 신정자는 단지 리바운드 뿐 아니라 팀이 그녀에게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고르게 활약을 펼치면서 '캡틴'으로서 금호생명의 상승세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얼짱 슈터'에서 당당한 주전으로 비상, 한채진

 

작년 시즌 시작 전 이상윤 감독의 러브콜로 신한은행에서 금호생명으로 이적한 한채진(26, 174Cm)은 이적 전부터 외곽슛 능력을 검증받았던 '얼짱 슈터'였다. 하지만 전주원, 최윤아, 진미정, 선수민, 강영숙, 하은주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팀에 즐비했던 관계로 능력에 비해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심지어는 일부에서 '슛 밖에 없는 선수'라고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금호생명으로 와서는 주전 선수로 180도 달라졌다. 전체 선수 중 성공률 1위(41%)를 자랑하는 3점슛은 특히 슛이 들어가야 할 때 꼭 들어간다. 가히 '클러치 슈터'라 말할 수 있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수비에서도 놀랄 만한 성장세를 자랑하며(굿수비 4위) 상대 가드진을 곤혹스럽게 하고, 허슬플레이로 인한 잔부상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채진은 신한은행에서의 식스맨에서 주전으로, 그것도 모자라 금호생명의 연승에 큰 공헌을 하는 '일등공신 중 한 명'으로 일 년 사이에 탈바꿈한 것이다.

 

금호생명을 미소짓게 만드는 '미소' 킬러, 김보미

 

김보미(24·178Cm)의 얼굴에서는 항상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연습 때나 시합 때나, 시합의 흐름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김보미는 항상 미소를 짓는다. 코트에서만 웃는 것이 아니다. 벤치에서도 언제나 웃으며 팀 동료들을 다독여주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하지만 이 웃음은 상대 선수를 매우 곤혹스럽게 한다. 이 웃는 선수는 도대체 쉽게쉽게 뚫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샌가 나타나 '벼락' 득점을 해댄다. 공이 자신의 시야에 있으면 몸이 열 개인지 무조건 온몸을 던져 공을 건져낸다.

 

이런 플레이 덕에 금호생명도 김보미와 더불어 최근 항상 미소를 지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항상 밝기만 한 '발랄' 킬러 김보미의 존재는 금호생명으로 하여금 밝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에 임하게 한다.

 

두 스타일의 사령관, 이언주 이경은

 

금호생명은 두 명의 리딩 가드 체제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상윤 감독은 경기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이언주(33·174Cm), 이경은(23·176Cm)을 번갈아 투입한다.

 

이언주는 원래 전형적인 3점슈터였다. 이번 시즌에도 성공률 37.9%로 순도높은 3점 능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언주에게 맡겨진 임무는 득점보다도 노련한 게임 리딩이다. 상대 팀의 분위기를 가라앉혀야 할 때, 결정적인 순간 안정된 리딩이 필요할 때 이언주는 제 역할을 해내며 팀의 연승에 기여했다.

 

물론 자신의 장기인 3점슛에 있어서도 지난 10일 국민은행에서 보여주었듯이 상대 팀의 추격 의지를 꺾어 놓는 3점을 연거푸 터트리며 남들에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선일여고 재학 시절부터 '제2의 전주원'으로, 차세대 기대주로 떠올랐던 이경은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이경은은 화려한 돌파력과 패스로 상대 팀의 진영을 무너뜨리는 데 능하다. 항상 지적되었던 중요한 시점에서의 범실도 최근 줄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한 승부처에서의 가로채기와 수비도 보여주는 등 이제 4년차의 성숙해가는 프로선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다가올 포스트시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두 선수는 각자 장기 레이스에 의한 체력 누수 없이 금호생명의 연승을 이끌어가는 사령관 역할에 충실했다. 선수들이 지쳐가는 포스트시즌에서도 금호생명의 두 스타일의 사령관들은 체력적인 부담없이 자신들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장신을 이용하여 골밑에 무게와 안정감을 달아주는 강지숙(31·198Cm), 찰거머리 수비와 알토란같은 공격력을 자랑하는 조은주(27·180Cm), 공수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정미란(25·182Cm) 등도 금호생명의 상승세에 큰 몫을 했다.

 

12경기 남은 정규리그의 막바지에서 신한은행과 나란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금호생명의 '붉은 질주'가 그녀들에 의해 계속될 지 지켜보는 것은 여자농구 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2009.01.13 10:12 ⓒ 2009 OhmyNews
금호생명 레드윙스 여자농구 신정자 한채진 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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