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 달밤에 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박희순

▲ 백마강 달밤에 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박희순 ⓒ 박정환


<백마강 달밤에>는 극단 '목화' 창단 30주년을 맞아 목화 출신 배우들이 거의 대부분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현직 목화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선배 목화 배우까지 다른 스케줄을 마다하고 달려드는 작품이다 보니, 김보성이 CF에서 외치는 '으~리'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박희순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인 것처럼, 한 번 목화인이면 영원히 목화인"이라고 이야기한다.

<백마강 달밤에>는 대동굿을 주관하던 늙은 무당이 병이 나서 무당 일을 수양딸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수양딸의 전생은 백제 의자왕을 칼로 찌른 스파이. 박희순은 늙은 무당 대신 대동굿을 펼쳐야 하는 박수무당 영덕을 연기한다. 사실 박희순 하면 '상남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영화에서 마초 역할을 연기한 비율은 6:4 정도라고 한다. 상남자가 아닌, 40%에 속하는 박희순의 유쾌한 박수무당 연기가 궁금했다.

백마강 달밤에 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박희순

▲ 백마강 달밤에 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박희순 ⓒ 박정환


- 박희순씨가 연기하는 박수무당 영덕은 유쾌한 역할이다.
"영화에서는 센 역할을 많이 했지만 극단 목화에 있을 때 유쾌한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영덕은 늙은 무당의 옆 동네에 사는 박수무당이다. 늙은 무당에게 무당 수업을 받아서 늙은 무당에게 영덕은 제자나 다름없다. 늙은 무당이 병이 나자 대신하여 굿을 하는 역할이다.

실수하지 말아야지, 후배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심정이 가장 크다.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한다. 무대는 배우가 얼마만큼 연습하느냐에 따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다. 연습이 중요하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너무 오랜만에 서는지라 관객과의 호흡이 어떨까 궁금하다.(기자 주-박희순은 6월 20일 공연으로 9년 만에 첫 공연을 가졌다)

유쾌한 역할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세븐 데이즈>에서도 박희순이라는 배우가 무거운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이지 않았는가. <백마강 달밤에>는 20년 전에도 했던 작품이다. 1993년 당시에는 다른 역할을 연기했다. 동네 바보를 맡았다. 대본에도 없는 역할인데 연출님이 동네에 한 명씩은 있을 법한 바보를 연기하라는 주문을 하셨다.

대본에도 없는 역할이라 대사나 동작을 스스로 만들었다. 그런데 역할이 커졌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바보 비중이 커져서 나중에는 저승까지 따라가는 역할이 되었다. 바보 역할로 당시 대학로에서 많이 알려졌다."

- 무당 연기는 처음 아닌가.
"그동안 영덕을 연기한 배우가 여럿이다. 각 배우마다 영덕을 해석하고 연기하는 맛이 다 달랐다. 영덕은 성공한 무당이다. 박수무당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양복을 차려입는, 관객과 친근한 무당이다."

- 9년 만에 연극으로 돌아왔다.
"영화를 하다가 돌아왔는데 무대가 무서워졌다. 연극 무대는 숨을 곳이 없는 무서운 장소다.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하는 떨림이 있었다. 그렇지만 연습실에서 다시 연습하다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연극배우로 돌아간 기분이다.

'내가 언제 영화를 찍었나? 계속 극단 <목화>에 있던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영화를 쉼 없이 계속 찍어왔다. 연극을 하려면 두세 달은 비워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차일피일 연극 무대로 복귀하는 걸 미루다가 십 년 가까이 연극 복귀가 미뤄지게 되었다."

백마강 달밤에 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박희순

▲ 백마강 달밤에 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박희순 ⓒ 박정환


- 영화와는 달리 무대만이 주는 매력이 있다면.
"일상에서 힘들고 어려운 게 무대에만 서면 눈 녹듯 사라졌다. 무대에 오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그 어느 것과도 맞바꿀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배우가 관객과 호흡을 맞추고, 관객의 호흡을 느끼면서 관객의 반응을 본다는 건 큰 희열로 다가온다.

- 연기 철학이 듣고 싶다.
"연기할 때 진정성을 갖고 연기하는 거다. 진정성이라는 건 배역을 위해 얼마만큼 땀을 흘리며 노력했는가 하는 부분과 직결된다. 한 배역을 위해 얼마나 성실하게 연습했는가가 연극할 때부터 이어져 왔기에 영화에서도 그 배역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노력하게 된다. 연극에서 체득한 진정성을 영화 찍을 때도 갖고 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 작품을 택하는 기준은.
"뻔하지 않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나리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나 더, 배역을 통해 새로운 면을 보여드릴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박희순 백마강 달밤에 세븐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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