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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 골드, 블랙이 조화를 이룬 무대는 모차르트 머릿속의 음표들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은유성을 더한다.
 레드와 골드, 블랙이 조화를 이룬 무대는 모차르트 머릿속의 음표들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은유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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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연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해마다 무대에 올랐으나 한 번도 화제작의 자리를 놓쳐본 적 없는 뮤지컬 <모차르트!>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새로운 제작진의 참여로 연출부터 무대, 극본, 음악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지금껏 만나온 세 번의 <모차르트!>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먼저 눈에 들어온 변화는 무대와 의상이다. 정승호의 무대와 한정임의 의상은 지난해 연말 공연된 <베르테르>를 통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 연출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모차르트!>에서 역시 합을 이룬 둘의 작업은 무대 연출과 캐릭터의 성격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드레드 헤어와 찢어진 청바지는 2014년 공연에서 하얀 가발과 로커를 연상케 하는 블랙 의상으로 각각 탈바꿈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드레드 헤어와 찢어진 청바지는 2014년 공연에서 하얀 가발과 로커를 연상케 하는 블랙 의상으로 각각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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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레드와 고급스러운 골드, 모든 걸 집어삼켜버릴 것만 같은 블랙이 조화를 이룬 무대는 보다 화려해졌을 뿐 아니라 모차르트 머릿속의 음표들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은유성을 더한다. 나아가 <모차르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드레드 헤어스타일(여러 갈래로 땋거나 뭉쳐서 늘어뜨린 뒤 앞머리는 올백으로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과 찢어진 청바지는 로커를 연상케 하는 블랙 의상에 워커 신발로 바뀌면서 자유분방하고 스타일리시한 모차르트로 재탄생했다.

음악 또한 느끼기에 따라 체감의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새로워진 느낌이다. 이는 세 곡의 넘버 추가 외에 기존의 넘버들을 대상으로 한 편곡과 이에 따른 개사 작업이 함께 이뤄진 데서 기인한다. 추가된 넘버 중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은 콜로레도 대주교와 모차르트의 갈등을 담은 곡으로, 두 남자 배우들의 명품 보이스를 맘껏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황금별>이나 1막과 2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장면 연출만 달라졌을 뿐 익숙한 선율에 "역시!"라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눈을 감은 채 감상하는 관객들도 많다. 특히, <나는 나는 음악>에서 아마데와 볼프강이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장면과 1막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서 아마데가 볼프강의 팔을 향해 거침없이 펜촉을 내리꽂는 장면은 극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1막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서 아마데가 볼프강의 팔을 향해 거침없이 펜촉을 내리꽂는 장면은 극적인 연출이 돋보인 명장면 중 하나다.
 1막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서 아마데가 볼프강의 팔을 향해 거침없이 펜촉을 내리꽂는 장면은 극적인 연출이 돋보인 명장면 중 하나다.
ⓒ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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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음악을 아우르는 가장 큰 변화는 드라마, 아마데의 비중 확대에 있다. 지난 무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커진 아마데의 비중은 드라마의 이해를 돕는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 천재적인 재능을 상징하는 아마데와 청장년으로 성장한 볼프강의 대립은 대주교와 작곡가, 아버지와 아들, 천재와 인간 사이의 갈등에서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모차르트의 창작욕과 작곡 스타일은 시대상황과 맞물려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길 원하는 갈망은 모차르트의 가슴에 상처로 남아 서로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마음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내적으로는 모차르트의 재능과 이를 이용해 그의 삶을 좌지우지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유 의지가 양립한다.

뮤지컬 <모차르트!>와의 재회는 반가움과 그리움을 교차시킨다. 작품 전반에 꾀한 변화는 흥미롭지만, 익숙함은 보기보다 힘이 세서 지난 <모차르트!>에 대한 그리움도 뒤따르는 탓이다. 2014년의 모차르트는 낯섦과 익숙함이 나란히 들어있는, 또 다른 <모차르트!>다.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모차르트의 창작욕과 작곡 스타일은 시대상황과 맞물려 콜로레도 대주교와 갈등을 빚는다.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모차르트의 창작욕과 작곡 스타일은 시대상황과 맞물려 콜로레도 대주교와 갈등을 빚는다.
ⓒ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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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뮤지컬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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