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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경북 영주의 정도전 사당 모현사, 경북 영천의 정도전 배향 임고서원, 경북 구미의 길재 추모 정자 채미정
 (사진 왼쪽부터) 경북 영주의 정도전 사당 모현사, 경북 영천의 정도전 배향 임고서원, 경북 구미의 길재 추모 정자 채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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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교 나린 물이 자하동에 흐르로니
반천 년 왕업이 물소래뿐이로다
아해야 고국 흥망을 일러 무삼하리요

연속극 <정도전>이 끝났다. 그런데 <정도전>을 즐겨보던 사람들 중에는 "정도전이 경북 사람이었어?"라면서 놀라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대구·경북 지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도전은 경북 사람이다. 당연히 정도전의 고향인 영주시 이산면 신암리에는 그를 기리는 사당 모현사가 건립돼 있다. 물론 그의 생가터인 영주시 가흥동 9-29에는 2008년에 복원된 '삼판서 고택'도 있다.

삼판서 고택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까지 세 분의 판서가 연이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 공민왕 때 정운경(정도전의 아버지), 그의 사위인 황유정, 황유정의 외손자 김담이 바로 그들이다. 정도전은 이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정몽주와 정도전 모두 이색의 제자

정도전은 정몽주와 함께 이색의 문하생이었다. 하지만 고려를 개혁하려던 정몽주와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 했던 정도전의 정치적 노선은 무척 달랐다. 결국 정몽주는 정도전과 뜻을 같이했던 이방원에게 피살됐다. 그런데 정몽주 또한 경북 사람이다.

정몽주는 영천시 임고면 우항리 1044-5번지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 그의 출생지에는 집은 사라졌지만, 정몽주의 효행을 기려 1389년(공민왕 1)에 건립된 '효자리' 비석이 남아 있다. 임고면 양항리 462번지의 임고서원 또한 볼만한 답사지다. 

이이화는 자신의 저서 <한국사 이야기>에서 정몽주를 삼은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몽주는 숨어 사는 생활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색·길재·이숭인을 고려 말의 삼은으로 지칭하는 듯하다.

길재와 이숭인 역시 경북 사람이다. 이숭인의 묘소는 성주에 있고, 길재는 구미에 있다. 특히 구미에는 길재를 기려 1768년(영조 44)에 세워진 정자 채미정이 있고, 길재가 숨어 지냈다는 동굴 도선굴이 금오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줄곧 이끌고 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이색기념관. 경북 영덕 괴시리 341번지 그의 생가터에 세워졌다.
 이색기념관. 경북 영덕 괴시리 341번지 그의 생가터에 세워졌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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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이색 역시 경북 사람이다. 이색은 아버지 이곡의 처가 마을인 영덕군 괴시리 341번지에서 태어났다. 지금 생가터에는 이색기념관이 세워져 그의 철학·교육·문학·정치·생애 등에 관한 자료들을 친절하게 보여준다.

백설(白雪)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이색이 남긴 노래다. 그는 정도전과 정몽주의 스승이었지만, 권력 실세가 된 정도전은 스승인 이색을 사형시키려 했다. 이성계가 허락하지 않아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그 이후 이색은 '백설이 자자진 골'에 숨어 '홀로' 살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여주 신륵사 여강 연자탄에서 의문의 죽음으로 생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이색이 남긴 한시 <부벽루>의 번역문을 읽어본다. 평양성 방문 감회를 읊은 이 시 <부벽루>는 한문 문장이므로 노래는 아니다. 하지만, 그를 기리는 뜻에서 되새겨 읽어보면서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을 그리워하며 또한 망국의 기미 앞에서 끝없이 애잔했던 이색의 마음을 추모한다.

어제는 영명사에 들러 구경하고
지금은 부벽루에 올랐네
성 안은 달빛이 아름답지만 너무나 적막하도다
수천 년 세월 속에 성곽은 무너지고 있는데
주몽과 그의 준마는 어디로 갔는지 돌아줄 줄 모르네
천손은 어디에 있어 소식도 없는가
휘파람을 불며 비탈길을 오르니
산은 언제나 푸르고 강물도 스스로 흐르는구나

이색기념관 앞에 세워져 있는 선생의 동상
 이색기념관 앞에 세워져 있는 선생의 동상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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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문 속 이색의 한시에 대한 번역문은 필자의 자의적 해석이므로 인용할 가치가 없음을 밝혀둡니다.



태그:#정몽주, #이색, #길재, #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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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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