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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황지우 총장 사퇴와 관련해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유 장관이 이른바 '좌파 예술인' 색출 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퇴진운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병헌, 변재일, 서갑원, 이종걸, 장세환, 조영택, 천정배, 최문순 의원 등은 8일 오전 성명을 내고 "유 장관은 비열하고 폭력적인 문화예술계 욕보이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 의원 등은 이날 성명에서 유 장관을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문화 검찰'이라고 부르며 "유 장관의 행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정치 검찰의 치졸하고 야비한 수사방식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비판했다.

 

유 장관과 문화부가 "내쫓을 사람에 대해 인격살인과 여론재판을 진행하고, 특별감사를 통해 뒤를 캐서 먼지를 털고, 반항하면 소송이나 수사 의뢰를 해서 괴롭히는 방식"으로 예술가들의 인격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부 '황지우 감사' = 검찰 '노무현 수사'?

 

특히 이들은 지난 5월 30일 사표를 수리한 황지우 전 한예종 총장의 사례를 '인격 살인'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 등은 "문화부는 한예종 감사를 시작할 무렵, 일부 보수 인터넷 언론에 감사 내용의 일부를 흘려 한예종 교수들이 마치 무슨 큰 비리를 저지른 집단인 것처럼 매도했다"고 비난한 뒤 "심지어 황 총장의 아들이 한예종에 입학한 것이 무슨 비리라도 되는 것처럼 보수 언론에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 한예종에 입학한 한예종 교수 자녀 명단 요구 ▲ 문화부 감사관 10명이 44일간 한예종을 집중 조사한 사실 ▲ U-AT 통섭교육 폄하 등을 예로 들며 "교권을 침해하고, 학문과 예술의 자율성을 억압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수사 정보를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 흘리고, 비리의혹을 확대 재생산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황지우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전 의원 등은 "유 장관으로부터 인격 살인을 당하고, 자리에서 내쫓긴 분들은 각각 자신이 몸담아 온 문화예술분야에서 뚜렷한 예술적 성취를 통해 일가를 이룬 분들"이라며 "배우 출신의 유 장관에게 예술가들을 모욕할 권리를 누가 주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유 장관을 향해 "자신의 팔뚝에 빛나는 완장의 매력에서 벗어나라"면서 "거들먹거리며 예술가들과 기자들에게 반말을 일삼는 권력의 미망에서도 깨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예술의 힘은 길고, 권력의 힘은 짧다는 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면서 "비열하고 폭력적인 문화예술계 욕보이기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민주당 문방위원들의 입장 변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총력을 기울여 유 장관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도 "6월 국회 개원 전에 당론으로 결정해 유 장관 퇴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인촌, 권력과 완장의 미망에서 깨어나라" 촉구

 

한편 문화부는 지난달 30일 황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교수직도 내놓은 것으로 처리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황 전 총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표 수리와 교수직은 다른 것"이라며 "교수직 박탈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법적 대응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문화부는 또 한예종 구조개편을 밀어붙이면서 황 전 총장이 소속된 서사창작과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부 구성원들은 "총장에서 물러난 인사의 교수직까지 박탈하려는 시도"라며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지난 2일 한예종을 찾은 신재민 문화부 1차관이 '우파 정권-우파 총장론'을 주장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신 차관은 이날 한예종 교수들에게 "유럽에서는 좌파 정부가 집권하면 총장도 좌파에서 나오고, 우파가 집권하면 우파에서 총장이 나와 정부와 협력적인 관계를 갖는다"고 말하며 황 전 총장 해임의 당위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유인촌, #황지우, #문광위, #문화부, #한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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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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