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하채림 김승욱 기자] 금품·향응 수수 사실이 적발된 청와대 전 행정관이 원 소속 부처로 복귀한 뒤 아무런 징계 없이 퇴직하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받아 대형 로펌에 최근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연합뉴스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확인한 결과, 지난달 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과해 한 로펌에 입사한 A씨(전 공정위 과장)는 작년 11월 비위 혐의로 청와대 행정관 직위에서 경질된 인사다.

당시 A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에서 기업으로부터 금품과 향응,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가 드러나 공정위로 복귀 조치됐다.

A씨는 복귀 후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A씨를 상대로 경질 경위를 파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징계 등 불이익도 주지 않고 지난 2월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는 지난 4월 뒤늦게 비리에 연루된 청와대 전 행정관들을 징계하도록 각 부처에 지시했으나 이미 민간인 신분이 된 A씨는 징계를 받기는커녕 로펌에 입사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심사를 신청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6월 심사에서는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며 결론을 내지 않았지만 지난달 25일 열린 심사에서 A씨의 취업을 승인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금품수수 등 비위로 면직이 된 공직자는 공공기관에 5년간 취업할 수 없지만 사기업에는 직무관련성만 없으면 취업할 수 있다.

더욱이 A씨는 징계절차가 진행되기 전 공직을 떠났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비위 면직'을 당한 것도 아니었다. 반면 비슷한 혐의로 부처에 복귀한 B씨(기획재정부 과장)는 직위 해제된 후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를 관할하는 안전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A씨의 금품수수 혐의가 취업심사 때 논의됐는지 여부는 말할 수 없다"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리 등에 연루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퇴직자라면 취업심사 때 관련 논의를 하기도 하지만 A씨의 경우 그런(비위 면직) 사례가 아니었다"면서 "취업심사는 기본적으로 퇴직 전 직무와 취업 예정 기업 사이에 직무관련성을 따지는데, A씨와 로펌 사이에는 그러한 관련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정위 과장이 로펌의 공정거래 팀장으로 취업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재취업을 매개로 하는 민관유착 관행, 이른바 '관피아' 논란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당사자가 금품수수 혐의로 청와대 행정관에서 경질됐다는 전력이 드러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A씨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A씨가 청와대에서 복귀한 후 곧바로 사표를 냈고, 민간인이 된 후 청와대의 징계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문제를 삼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A씨를 채용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A씨를 영입할 때에는 금품수수 문제로 경질됐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변했다.


태그:#공직자윤리법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 언론 빠른 뉴스' 국내외 취재망을 통해 신속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입니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