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세 번째로 치뤄진 '경인더비'.

올 시즌 세 번째로 치뤄진 '경인더비'. ⓒ 이상훈


또 한 번의 완벽한 패배였다. 지난 8월 16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원정에서 FC서울에게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며 5-1이라는 스코어로 크게 패했던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였다. '더비'에서 패해서가 아니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하다가 180도 달라진 모습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렇기에 9월 13일 벌어진 정규리그에서의 세 번째로 펼쳐지는 또 한 번의 '경인더비'에서 설욕전을 펼쳐 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3-1 패배였다.

전반전 초반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6분 윤주태의 쇄도를 막지 못하고 한 골을 내주면서 분위기는 서울에게로 넘어가는 듯 했다. 전반 40분에는 최정한에게 일대일 찬스의 빌미를 제공하며 추가실점을 하고야 말았다. 후반에는 5분 만에 페널티킥 기회를 내주며 추격의 의지가 꺾이고야 말았다. 결국 경기 종료 전 이효균이 한 골을 만회하며 3-1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8월 16일에 벌어졌던 FC서울과의 경기부터 되돌아보자면 가장 큰 문제는 수비의 조직력이었다. 1.2군 혹은 1.5군이 출전했다고 할 만큼 FC서울은 최정예멤버를 뺀 상태였다. 하지만 인천은 전반에만 세 골을 내줬다.

9월 13일, 이번에는 조금 달라지긴 했다. '자동문 수비'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수비진은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했다.

전반 8분 이윤표가 머리로 인천의 골문을 향하는 공을 차단했고 전반 16분에는 역습하려는 FC서울의 공을 중앙선 부근에서 미리 끊어냈다. 전반 18분에는 안재준이 올라온 크로스를 커버하며 커트했다. 전반 21분에는 이윤표와 안재준이 함께 서울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도 했다.

전반 24분에는 빠른 스피드로 쇄도하는 차두리를 박태민이 끝까지 따라붙어 골 아웃이 되게 해 공격권을 빼앗았다. 전반 35분에는 이윤표가 공격에 까지 가담에 헤딩시도 했으나 아쉽게도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고 전반 43분에는 이윤표가 크게 점프하며 또 한 번 FC서울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공을 끊어냈다.

하지만 실점 이후 힘이 빠지더니 후반전부터는 급속히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었다. 후반 5분에는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내줬고 후반9분에는 상대팀 공격에 수비 뒤 공간을 내주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후반 43분에는 또 다시 파고는 FC서울 고명진에게 일대일 찬스를 내줬다.

이 날 인천의 수비진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뒷 공간을 내줬고,  한 번의 기회에 실점을 허용할 정도로 압박은 느슨했으며 협력수비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사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에서의 인천의 모습은 재작년 '하위스플릿의 깡패'  혹은 작년 '상위스플릿에 올라간 유일한 시민구단'의 저력과는 거리가 멀다.

"예전에는 비기면 실망하고 집에 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그런데 올해는 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죠."
"지더라도 인천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달라진 팀의 모습만큼이나 팬의 기대도 달라졌다. 물론 기업의 후원을 받는 여타 구단들과 같이 좋은 성적을 내길 원한다면 욕심일 것이다. 유망주들이 인천에서 펄펄 날기만 하면 더 많은 연봉과 더 좋은 조건의 상위팀으로 이적하는 상황에서 리그 1위를 수성하라거나 상위스플릿에 무조건 들기를 바란다면 그건 억지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리그의 잔잔한 물결을 휘저어줄 '흙탕물'이 혹은 맹맹한 경기의 화끈한 '고춧가루'가 되어줄 수는 없는 걸까?

김봉길 감독도 이전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인천은 스타플레이어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라 팀 전체가 끈끈하게 뭉쳐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팀이다. 그랬기에 많은 팬들이 인천을 응원하고 매료되었던 것이다.

올 해 승리를 거뒀던 첫 번째 경인더비 때 T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안재준 선수가 소감을 밝힌 적이 있다.

"한 명이 퇴장당해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수비하는 건 어떻게 보면 어려울 수 있지만 다들 한 발만 더 뛴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면 빈 공간을 잘 메울 수 있습니다."

억지스러운 명언은 촌스럽지만 지금 인천의 선수들 그리고 특히 수비수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문구들이 몇 가지 있다.

'Burn the bridge.', '배수진을 쳐라', '내 뒤에 공은 없다.'

이렇게 해서라도 한 발 더 뛰고 악착같이 따라붙는 인천의 색깔을 또한 선수들의 열정과 투지를 지켜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K리그클래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