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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와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분신한 1970년 11월 이후, 꼬박 44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과 경비원' 편에서는 아파트 한 입주자와의 언쟁 끝에 모욕감을 느끼고 분신을 시도, 7일 오전 끝내 숨을 거둔 서울 압구정 S아파트 경비노동자 사건에 대해 다뤘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와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분신한 1970년 11월 이후, 꼬박 44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과 경비원' 편에서는 아파트 한 입주자와의 언쟁 끝에 모욕감을 느끼고 분신을 시도, 7일 오전 끝내 숨을 거둔 서울 압구정 S아파트 경비노동자 사건에 대해 다뤘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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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태일 열사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을 시도했고, 2014년 아내와 아들을 둔 50대 아버지가 온 몸에 불을 붙인 채 다시 한 번 절규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또 다른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던진 마지막 그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14년 11월 8일 방송 '사모님과 경비원' 편 클로징 멘트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분신한 1970년 11월 13일 이후, 꼬박 44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과 경비원' 편에서는 아파트 한 입주자와의 언쟁 끝에 모욕감을 느끼고 분신을 시도, 지난 7일 오전 끝내 사망한 서울 압구정 S아파트 경비노동자 사건을 다뤘다.

제작진은 분신 경비원 이만수(53)씨의 가족과 동료, 논란이 된 입주민 등을 만났다. 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떠드는데 막지 않는다"며 경비원을 폭행해 투신자살에 이르게 한 입주민 등 다른 사례도 담았다. 제작진은 "분신은 자신의 억울함을 사회에 알리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지금 여러분의 아파트는 어떤 모습이냐"고 물었다.

제작진은 S아파트를 찾아가 사건의 원인 제공자로 알려진 입주민 70대 여성을 어렵게 만났다. 그는 제작진에게 "나는 그날 아침 경비원 이씨를 만난 적도 없다, 내가 (분신한 경비원과) 몸싸움을 한 것도 아니고 뭐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분신 이유가 해당 입주민의 모욕과 멸시에 있었다는 동료 경비원들의 지적과 달리, 자신은 억울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잠시 회복한 이씨에게 가족들이 묻자, 그는 "(그 입주민이) 그날도 야 OOO 청소 안 하냐"며 다그쳤다고 답했다.

해당 입주민은 평소 경비원들을 동물 대하듯 음식물을 던져줬다는 지적에도 "그냥 장난으로 주고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만난 한 경비원은 "그 입주민이, 예전에 먹던 음식들을 던져주길래 안 먹고 버렸다"며 모멸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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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들 입 모아 "우리는 현대판 노예"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변호사는 이 사건 초기부터 이들을 도왔다. 윤 변호사는 지난 7일 오후 7시께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이씨 부고 소식을 전하며 "가해자 측 가족을 만났는데 그들은 '가해자(입주민)가 오지랖이 넓고 목소리가 클 뿐 악의는 없다, 경비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라는 의미였을 뿐이며 우리도 형편이 어렵다'라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고 썼다.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과 경비원' 편에서는 아파트 한 입주자와의 언쟁 끝에 모욕감을 느끼고 분신을 시도, 끝내 숨을 거둔 경비노동자에 대해 다뤘다. 제작진은 "분신은 자신의 억울함을 사회에 알리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지금 여러분의 아파트는 어떤 모습이냐"고 물었다.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과 경비원' 편에서는 아파트 한 입주자와의 언쟁 끝에 모욕감을 느끼고 분신을 시도, 끝내 숨을 거둔 경비노동자에 대해 다뤘다. 제작진은 "분신은 자신의 억울함을 사회에 알리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지금 여러분의 아파트는 어떤 모습이냐"고 물었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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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도 자기들은 책임이 없다고, 이참에 아예 관리회사를 바꿔 남아 있는 경비원들도 모두 해고한다고 하더라"며 "언제나 힘없는 노동자들만 당한다, 간접고용과 불안정노동관계의 뻔한 스토리"라고 적었다. 그는 "(이씨) 발인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가급적 빨리 협상해보려 한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도록 다같이 힘을 모아 달라"고 썼다.

경비원들은 입을 모아 "우리는 입주민의 하인이자 현대판 노예"라며 "경비원복을 입는 순간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0년 놀이터 소음 문제로 입주민에게 폭행 당한 뒤 "차후 경비에겐 언어폭력과 구타가 없게끔 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한 경비원도 있다. 방송에서는 4월<오마이뉴스>가 보도했던, 마대자루 100여 개를 옮기는 등 과로를 한 다음 날 뇌출혈로 숨진 경비원 사례도 소개됐다. (관련기사:"사람이 죽었는데... 너무 조용하다" 한 경비원의 쓸쓸한 죽음)

아파트 경비원들과 같은 감시·단속직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에 속한 대표적 예로 꼽힌다. 대부분 계약직으로 1~2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윤 변호사는 "경비노동자들은 일부 주민들로부터 지나친 잡무를 부탁받고, 상시적 부당해고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은 민원으로 해고될까 두려워 제대로 항의조차 못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경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현행 최저임금의 90%까지만 지급하도록 한 제도를 내년부터 100%까지 지급하도록 개선했다. 그러나 일부 노동 현장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경비노동자들이 올해 말까지만 근무하도록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는 등 '꼼수'를 부려 집단 해고를 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경비원 이씨가 7일 오전 숨지면서 관련 노동단체와 해당 아파트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서울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경비노동자 대책 및 투쟁을 위한 시민단체 연석회의'(아래 연석회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파트 측은 "한 주민의 개인적 문제"라며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권력과 돈이 사람을 차별하고, 비정규직·경비는 사람대접 못 받는 곳이 대한민국"이라며 "정부는 경비노동자와 같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못 받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다른 이씨가 나오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며, 9일 오전 11시 S아파트 앞에서 경비노동자 인권쟁취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서울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경비노동자 대책 및 투쟁을 위한 시민단체 연석회의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노동자 이만수씨의 죽음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노총과 서울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경비노동자 대책 및 투쟁을 위한 시민단체 연석회의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노동자 이만수씨의 죽음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사과를 요구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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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그것이 알고싶다 경비원, #그것이 알고싶다 분신 경비원, #사모님과 경비원, #경비노동자, #분신 경비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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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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