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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 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앞에서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정 씨는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그런 불장난에 춤 춘 사람이 누군지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 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앞에서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정 씨는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그런 불장난에 춤 춘 사람이 누군지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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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중략)… 그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점심을 하면서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보고서' 사건을 이렇게 평가한 바 있다. 검찰이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나흘 된 시점이었다.

수사가 어느정도 진척된 현재, 딱 이와 같은 결론으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던 시절 보좌관을 했던 정윤회씨가 비선실세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첫 보도를 했던 <세계일보>는 사실확인 없이 성급한 보도를 한 걸로, 청와대 보고서 유출은 작성자와 경찰 정보관의 소행으로 말이다.

현재 청와대 보고서 유출 수사는 마무리 단계다. 검찰은 박관천 경정이 정씨 관련 보고서를 포함해 관련 문서 다량을 청와대에서 갖고 나왔고, 이중 100여쪽 분량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한아무개 경위가 복사했으며, 1분실 동료이자 지난 13일 자살한 최아무개 경위가 언론사 두 곳 등에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보고서 유출 소스는 하나"라고 밝혔다. 다른 유출 경로는 없다는 결론이다.

검찰은 박 경정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을, 한 경위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결론 : 박관천 경정 '반출' → 한 경위 '복사' → 최 경위 '유출'

아무 직책이 없는 정윤회씨와 청와대 핵심 3인방 비서관 등이 비선을 형성해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의 진위에 대해 검찰은 일찌감치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낸 상황이다. 박 경정이 보고서 작성에 참고한 정씨 관련 내용은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들려준 이야기고, 박 전 청장은 한 광고회사 대표 등으로부터 들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야기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부풀려져 보고서에 반영됐다는 것이 검찰이 보는 보고서의 실체다.

일부 언론에서 정씨의 전 부인 최순실씨로부터 부부의 사생활 얘기를 들은 지인 김아무개씨가 박 전 청장에 관련 내용을 전했다고 보도했지만,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청장이 출처로 지목한 사람 중에 그 분(김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현재 <세계일보> 기자들을 조사중이다. 정씨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 즉 청와대 동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보도하면서 진실확인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가 쟁점이다.

또한 검찰은 <시사저널>이 지난 3월 보도한, 정씨가 박지만씨에 미행을 붙이는 등 박씨를 견제했다는 보도에 관해서도 수사중이다. 이 주간지는 '오토바이로 미행하는 이를 박지만씨가 잡았고 정윤회씨가 미행을 지시했다는 자술서를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검찰에 따르면 검찰에 출두한 박씨는 이를 부인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박지만씨가 미행 당한다고 의심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즉, 의심만 있고 물증은 없는 것이다.

결국 이번 검찰 수사는 정윤회씨가 자신을 향한 세간의 의혹을 떨쳐낼 기회가 될 걸로 보인다.

마지막 남은 관문, 청와대 회유 의혹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론이 공교롭게도 초기에 대통령이 제시했던 발언 안에서 결론이 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박 대통령의 발언이 마지막까지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 질곡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전경이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론이 공교롭게도 초기에 대통령이 제시했던 발언 안에서 결론이 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박 대통령의 발언이 마지막까지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 질곡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전경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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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객관적인 진술과 증거에 따라 수사를 하다보니 이런 결론에 도달했을 수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초기에 대통령이 제시했던 발언 딱 그 안에 있다. 대통령의 신통력일까, 아니면 검찰의 눈치보기일까.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우연의 일치일까. 결국 박 대통령의 발언이 마지막까지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 질곡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 아직 하나 남아있다. 보고서 유출 혐의를 받은 경찰 정보관들이 제기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 의혹이다.

자살한 최 경위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또 유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한 경위를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JTBC> 보도에 따르면 한 경위도 똑같은 내용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 경위의 변호인들이 그런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의구심은 오히려 증폭된 상태다.

현재 검찰은 청와대 회유 여부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회유를 했건 안 했건, 한 경위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 경위) 본인은 범행을 부인했지만 압수수색 통해 확보한 통화 녹취 파일이 있었다"며 "이 증거를 제시하자 자백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범죄를 수사하지 의혹을 해소하진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회유 의혹에 대한 고발 등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있다면 수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놨다.


태그:#신통력, #청와대보고서, #국정농단,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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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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